모든 픽셀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 구글 스타디아.
이번 게임 개발자 회의(GDC)의 최대 화제는 구글이 발표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스타디아(Stadia)였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덕에 사람들이 영화를 다운로드하거나 ‘코덱’을 찾아 헤맬 필요를 못 느끼게 되는 것처럼, 게임도 스트리밍할 수 있다면 이제 값비싼 그래픽 카드가 꽂힌 PC에 게임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컴퓨터 좀 한다는 이들이라면 집에 PC를 켜 놓고 밖에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해서 사용하는 ‘원격 데스크탑(Remote Desktop)’에 익숙하다. 직원을 못 믿는 기업 중에는 직원 PC에는 아무것도 저장하지 못하게 하고 원격 데스크탑으로만 업무를 보는 곳도 적지 않다.
모든 것이 원격이 되는 날, 그 접속 대상이 우리 집 PC가 아니라, 클라우드 저 너머 어딘가의 무엇이 되는 날, 영화를 소유하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듯이, 모든 픽셀이 오로지 클라우드에서 내려오게 되는 날. 마치 액티브X가 사라져버려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꿈을 꾸듯이, 그런 날을 꿈꿔보자.
그날이 오면 앱을 깔지 않아도 되니 앱스토어조차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화면들이 온통 클라우드와 바로 이어진 세상.
이런 몽상은 게임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어서, 이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나우가 나와 있고,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는 베타 테스트중이다. 비싸고 좋은 비디오 카드는 클라우드에만 있어도 좋다는 듯한 이야기를 비디오 카드 회사가 하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xCloud도 이번 GDC에서 살짝 엿보였는데, 유출된 메모에 의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을 의식하고 있으며 또 다른 게임의 제전인 E3(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올해는 6월 12일)에서 크게 터뜨릴 것이라는 풍문이다. 그 구조상 클라우드로 XBox 게임을 거의 그대로 옮길 수 있으므로, 리눅스 개발환경으로의 이식에 상당한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구글 스타디아에 비해서는 현실적인 접근법일 듯하다.
하지만 보통 화제가 되는 것은 극단적인 접근이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스크린만 있다면, 심지어 (크롬) 브라우저만 있다면, 게임용 PC를 소유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서버에 내 움직임을 전달하도록 뭐라도 누를 것만 있다면, 그것조차 꼭 전용 컨트롤러일 필요도 없는, 꽤나 극단적인 스타디아는 뉴스가 된다. 게임은 이제 누를 수 있는 링크가 된다.
정말 성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해봄 직한 일이었다. 그러나 구글이 보통내기는 아니지만, 과연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이르다. 게임은 영화와도 달라서 쌍방향 네트워크이고 지연(레이턴시, 굼뜸)에 약하다. 레이턴시에 강한 5G 세상이 온다고 해도, 해결하기 힘든 지연이란 것이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와 계산 과정까지 지연이 발생할 함정은 너무나 많다.
또한, 과연 얼마나 많은 게임 회사들이 달려들지, 신작 타이틀은 무엇일지 아직 알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이 새로운 게임플랫폼에 달려들게 하는 것은 하고 싶은 게임이다. 재미만 있다면, 종잇조각 가지고도 행복해하며 즐기는 것이 유희의 인간들이다. 레이턴시 따위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전 세계가 이처럼 스트리밍 게임을 만들어내려고 필사적이지만, 아직 누구도 완벽하게 해내고 있지 못한 만큼 앞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구글은 멘탈이 그리 강하지 않다. 구글 생각처럼 이 서비스가 초반에 터지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신규 서비스를 유지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구글이 페이스북을 잡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했던 구글 플러스는 이달이 지나면 모든 서비스가 삭제된다. 이 글을 보는 즉시 구글 플러스에 혹시 무엇이라도 써넣은 것은 없는지 백업을 받도록 하자.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오히려 지금까지도 유지한 편이 멘탈이 강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