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모드’의 ‘앱 인 블랙’ - 올해는 블랙 유행 예감
‘앱 인 블랙’이라 불러야 할까, 시커먼 앱들이 종종 보인다. 인터페이스 전체가 어두운 색조로 통일되니 늘 쓰던 앱이라도 느낌이 달라진다.
트위터 앱의 경우 ‘야간 모드’라고 되어 있는데 같은 트윗이라도 어두워지니 어딘가 엄중해 보인다. 유튜브의 '어두운 테마'는 iOS에만 있었는데, 극장 느낌이 나서 좋아 보였는지 안드로이드에는 왜 안 나오느냐고 성화들이었다. 이제야 도입된다고 하는데, 왜인지 아직 내 안드로이드에는 보이지 않는다.
앱을 검게 만드는 것은 대단한 혁신도 아닌데, 그 호응을 보니 효율 높은 개선 활동 같다. 지금까지 알림창이나 메뉴 등 운영체제의 UI는 대개 희거나 회색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신선미가 있다.
새 폰을 살 때 블랙이 좋을지 실버가 좋을지 각자의 의견이 다른 것처럼, UI의 색조는 그냥 개인적 취향의 영역일까? 여기에는 의외의 과학이 녹아 있다.
지금 이 글도 백색 바탕에 검은 글씨를 찍어주는 워드프로세서에서 쓰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LCD 액정은 뒤에서 백라이트가 빛을 비추고 있다. 즉, 흰색이 기본이 된다. 여기에 어둡게 색을 칠하려면 픽셀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에너지가 든다. 어두우면 전기가 덜 들 것 같지만, 백라이트의 빛을 부분부분 줄이기는 힘드니까 픽셀이 그 빛을 가리게 한다. 따라서 LCD에서는 순수한 백색 바탕이 약간이나마 절전에 유리하다. 백색은 백지인 셈이다.
반면 OLED라면 검정의 경우 빛을 아예 내지 않는다. 그 픽셀은 완전히 꺼지는 것이다. 따라서 흑색이 절전에 훨씬 유리하다. 흑색은 무(無)인 셈이다. 안드로이드 OLED 스마트폰 중 검은 화면에 늘 시계 표시를 하는 기종들이 있는데, 그만큼 전기 소모가 작기 때문이다. 갤럭시가 OLED로 유명해질 무렵 갤럭시의 인터페이스는 이를 강조라도 하는 듯 검정색이었다.
그런데 애플의 아이폰 X은 OLED임에도 다크 테마를 고집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그 옛날 검정 바탕 화면의 DOS 시절에도 매킨토시의 화면만큼은 고집 있게 흰 바탕이었다. 종이의 백색이 주는 어쿠스틱한 느낌이란 분명 있기는 있다.
워드프로세서의 바탕이 줄곧 흰색이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LCD 이전의 브라운관 시절도 OLED와 비슷하여 백색이 흑색보다 전기가 더 들었지만, 무리해서 흰 바탕을 만들었던 것이 흰 바탕의 역사였다.
하지만 블랙이 뜨고 있다. 이 유행 또한 과학적이다. 밤에 빛에 노출되는 것은 우리의 생체 시계를 꼬이게 하므로 조금이라도 어둡게 만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지지를 얻고 있다. 모든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지만, 그중에서도 파장이 짧은 청색광(블루라이트)이 가장 유해한데 밝은 스마트폰은 그 원흉이다.
OLED 기종이 대세인 안드로이드의 경우 최신버전 P에서는 드디어 운영체제 차원에서 다크 모드를 일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높은 컨트라스트를 자랑하는 OLED는 칠흑을 표현할 수 있기에, 절도감 있는 화면을 선보인다.
한편 곧 공개될 맥 OS 최신 버전 모하비(Mojave)에도 다크 모드가 도입된다. OLED 아이폰 X도 아닌 LCD 맥을 왜 시커멓게 할까 했는데 코딩이나 영상 편집 등 작업에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듯하다. 개발자들에게는 터미널, 영상 편집자들에게는 암실이 떠오르는 설정이다. 아무래도 전체 인터페이스에서 흰색 부분이 줄어들므로 집중이 잘 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래 봐야 웹브라우저를 여는 순간, 휘황찬란한 웹페이지가 흰색 바탕에서 번쩍거릴 테니 큰 의미는 없을 터이다. 하지만 ‘아, 또 일은 하지 않고 웹을 보고 있구나!’ 라는 각성 효과를 가져다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초창기의 HTML 배경화면은 회색이었는데 언제부터 기본이 백색이 되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확실히 어두운 밤에는 어두운 인터페이스가 어울리기는 한다. 단 다크 테마는 눈에는 편하지만 LCD 유리에 얼굴이 비치곤 하는 단점 또한 있다. 고독한 밤, 다크한 얼굴에 깜짝 놀라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