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 HD진동의 손맛
지난주 닌텐도의 새로운 게임기 ‘스위치’가 세계 곳곳에서 동시 발매되었다. 한국은 1차 출시 국가에서 빠졌는데, 이제 이런 일은 크게 놀랍지도 않다.
게임 콘솔이란 장르에 대해 한국 시장은 유난히 야박한데, 거실의 TV에서 게임만을 위한 전용기가 자리 잡고 있는 꼴을 두고 볼 부모가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은 PC방으로, 그리고 스마트 폰 속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퍼져나갔을 뿐, 게임에 대해 청춘이 품은 열망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적어도 겉보기로는 감히 거실에서는 게임을 해서는 안 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한국은 콘솔의 무덤’이라는 칭호를 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문화에서는 다양성이 피어나기 힘들다. 뭘 겪어 봤어야 상상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펴낼 테니 말이다. 게임이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컴컴한 방에서 어른 몰래 하는 것이라는 2등 시민적 취급은 게임에 대한 자세를 적잖이 위축시킨다.
게임은 사람들의 희로애락 천 가지 감정을 어떻게 자극하고 어루만질지 고민하는 인간 공학의 최전선에 서 있다. 잘 만든 게임은 헐리우드 영화 이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높은 평가와 명성을 얻는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젤다의 전설’은 전세계로부터 수많은 극찬을 받으며, 그야말로 전설적 프렌차이즈를 다시금 완성하고 있다. 하지만 마치 영화관이 없는 도시와 같이 이런 시끄러움도 남의 일이 되고 있다.
콘솔은 그 비즈니스의 특성상 10년 가까이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하기에 하드웨어에 꽤 공을 많이 들인다. 첨단 기술이 저가에 응축된 발매 초반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면 남는 것이다. 스위치의 성능은 대단치 않지만 나름의 미래 기술로 도전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촉각 피드백 'HD 진동'이다. 부르르르 덜덜 떠는 거야 우리들 전화기도 잘하지만, 닌텐도의 조이스틱은 달그락거리거나 살랑거리는 극도로 정밀한 촉감마저도 구현해 내려 애쓰고 있다.
특히 양손을 통해 그것도 무선 덕에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가장 원초적인 감각으로 가상의 현실 속에 몰입하게 한다는 것. 발표회에서는 조이스틱을 흔들 때 유리잔을 흔드는 느낌이 들뿐 아니라 나아가 그 안의 얼음 개수까지 느껴질 정도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로 양손에 정교한 감촉이 전해지면 양손 사이에 실체가 있는 듯 착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햅틱도, 그리고 애플의 터치 패드 안에 들어 있는 탭틱도 모두 일제 부품이 만들어내고 있는 기술인 만큼, 종래의 AR/VR을 마무리할 촉각의 미래를 스위치라는 콘솔은 보여주려 하는 듯하다.
이런 이야기가 정말인지 어떤지 사람들이 써봐야 자극을 받고 ‘명텐도’든 뭐든 만들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