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이 도움되었지 말입니다.
[IT강국의 품격] 이스라엘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보안 업체 하나를 거의 4천억원 가까이 들여 인수했다. 클라우드에 특화된 아달롬(Adallom)이란 업체인데, 창업자들이 그 유명한 이스라엘 8200부대 출신들이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알려진 8200부대. 그들의 바이러스는 이란 핵시설의 PC로 흘러들어가 그 안에 상주하면서 작전을 수행, 상당량의 시설을 망가뜨린 것. 이란은 오히려 이 사건 이후로 자극받아 더 열심히 핵무기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 전설의 바이러스 ‘스턱스넷’은 사이버 전쟁 및 정보 보안의 교과서마다 등장하는 사례가 되어버렸다. 정확하게 필요한 임무만 실전에서 수행하는 바이러스라니, 이렇게 정교한 고급 기술의 향연은 그 자체로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이스라엘의 엘리트 젊은이들은 병역의 의무를 저렇게 훌륭하게 수행하는구나. 이스라엘의 기술은 대단하구나. (그들의 공용어 히브리어가 나라 잃은 그 2천년 동안 지구에서 사라졌다가 건국과 함께 재건된 언어임을 생각해 보면, 그 집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무용담들은 모여서 국가 브랜드가 된다.
최근 보안 서비스를 집중 강화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오라토에서 시큐어 아일랜드까지 근 1~2년 새 이스라엘 보안 기업들을 연달아 사들이고 있다.
정보 보안처럼 군대에서 익힐 법한 기술 분야에서만 강한 것도 아니다. 구글에 팔린 지도앱 웨이즈, 애플에 팔린 3D센서 프라임센스, 페이스북에 팔린 데이터 관리, 앱 개발, 카메라 기업 등등 세계에 먹히는 이스라엘의 포트폴리오는 다채롭고 다양하다.
심지어 국내 기업에는 별 관심을 안보이는 삼성전자도 이스라엘 기업 쇼핑에만은 적극적이다. 박시(Boxee)처럼 직접 인수한 기업들도 있지만, 상당한 금액을 여기저기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스라엘군 출신끼리 투자하고 창업했지만, 극구 이스라엘 기업임을 밝히지 않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본사를 해외에 두고, 이스라엘에는 연구 센터만 있다고 주장한다. 자국 미디어와는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 아랍권을 포함하여 세계 누군가에게는 이스라엘이라는 브랜드가 때로는 플러스가 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인 모두를 상대해야 할수록 더 그렇다. 일본 라쿠텐에 1조 가까운 금액에 인수된 메시지앱 바이버가 대표적이다. 바이어 CEO는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한다.
“이스라엘 정부로부터는 1달러도 받지 않았다고요.”
이스라엘인으로 사는 일. 애로사항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절실함이 더 큰 시장을 보게 했다.
나스닥에 등록된 이스라엘 기업은 유럽, 일본, 한국, 인도, 중국 기업을 합친 수보다도 많다. 절실한 이스라엘은 어느새 창업 국가의 표본이 되어 버렸다.
똑같이 병역의 의무가 있는 징병 국가 대한민국. 하지만 군과 경제와의 관계는 이스라엘과 사뭇 달라서, 방산비리와 군납비리만 뉴스에 나온다.
이스라엘을 배우고자 너도나도 달려나갔다. 이스라엘의 벤처 지원 프로그램인 TIP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이스라엘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만들어져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화려하게 인수합병되어 그 엑시트(exit)가 이루어지는 이스라엘식 결과는, 아직까지는 별로 안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