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불륜 : 골프는 왜 불륜 운동의 오명을 쓰게 됐을까?
각종 동호회에서 불륜이 많이 발생하지만 유독 골프는 불륜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 많은 운동 중에서 왜 골프는 이런 오명을 쓰게 되었을까.
간통죄가 폐지된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혼인빙자간음죄와 함께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법률로 규제한다는 이유를 들어 끊임없이 논란이 일었으나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 간통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배우자를 두고 외도를 해도 법적인 처벌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와 상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유책주의에 따라 이혼소송도 상대 배우자만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이유로 인해 외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채팅앱 등의 개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불륜을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다.
또 등산이나 운동 등 각종 동호회에서 불륜이 많이 발생하지만 유독 골프는 불륜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 많은 운동 중에서 왜 골프는 이런 오명을 쓰게 되었을까.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운동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골프는 특히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운동이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퍼터 등 골프클럽 세트만 마련하는데도 최소 백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간다. 골프화, 골프의류, 모자, 장갑, 거리측정기 등 골프용품을 장만하려면 곱절은 더 필요하다.
매번 같은 옷을 입고 라운드하러 갈 수 없기에 상의 한 벌에 수십만원이 넘는 브랜드의 골프웨어를 사려면 더욱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 라운드를 하려면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주유비, 식사비 등 한 번에 최소 40~50만원은 지출해야 한다. 할인을 받아 골프연습장에 등록을 했더라도 레슨을 받아야 하며 피팅까지 하려면 일반적인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은 엄두를 내기 어려운 운동이 바로 골프다.
사람의 첫인상을 얼굴로 판단하기보다 들고 있는 드라이버,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로 평가하는 인식도 더욱 값비싼 제품을 구매하도록 부추긴다. ‘바람도 돈이 있어야 피운다’는 말처럼 다소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는 골프는 그래서 불륜 운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장시간 함께하는 운동
골프라는 운동 자체만 놓고 본다면 상체와 하체, 허리, 골반, 어깨, 손목 등 온몸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는 전신 운동이다. 따라서 유연성도 필요하며 균형 감각, 지구력, 근력 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스포츠임에는 틀림없다.
18홀 라운드시 카트 이용을 자제 할 경우, 대략 6~7km의 거리를 걸어야 하며 걸음으로는 17,000보 전후를 걸어야 한다. 이는 2시간 이상 달리기를 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이며 1시간 동안 헬스를 한 것과 동일한 운동을 한 셈이다.
더구나 골프장은 대부분 산속에 있거나 경치 좋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골프가 불륜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이유도 존재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친목을 돈독히 하며 사교의 장소로 손꼽히는 골프장을 가면 최소 7~8시간 이상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위 ‘썸’을 타던 사이라고 해도 이렇게 장시간 같이 운동을 하고 밥과 술을 마신다면 없던 정도 생길 수 있기 마련이다.
출발부터 귀가까지 함께 다닐 수 있어
골프는 매너를 가장 중요시하는 스포츠 중에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라운드 도중에는 스마트폰을 진동이나 무음으로 해야 하며 배우자로부터 온 전화를 받지 않아도 크게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불륜 커플이라면 골프장으로 출발을 같이 해서 라운드를 한 후, 식사를 하고 주차해 두었던 곳으로 가서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옮겨 싣고 집으로 가면 된다. 뒤를 미행하지 않는 한 이보다 더 좋은 알리바이는 없을 것이며 중간에 숙박업소를 들렸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골프는 18홀을 끝내고 사우나에 들어가 몸을 씻고 나오기 때문에 낯선 바디워시 향이 나더라도 의심을 피할 수 있으며 배우자에게도 거리낌 없이 샤워하고 온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운동이다.
물론 골프를 치는 모든 남녀 커플이 모두 불륜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동반자의 취소로 조인할 멤버를 구하거나 애초 동반 라운드를 할 수 있는 남녀 커플을 물색하기도 하며 이미 불륜을 저지르고 있던 커플이 골프를 핑계로 라운드 이후 둘만의 공간에서 밀회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다른 운동에 비해 불륜 위험이 도사리는 골프
잘못 휘둘렀다가 큰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 골프클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슨을 해주거나 자세를 교정해줄 때는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가능한 것이 바로 골프다. 골반을 돌려야 한다며 허리를 잡아주기도 하며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하므로 감정이 생길 수 있고 차츰 불륜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또 폐쇄적인 스크린골프장에서의 불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매일 라운드를 간다고 할 수 없기에 연습을 핑계 삼아 스크린골프장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도 많다고 한다.
어느 운동이든 함께 경기를 하는 상대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것을 문제 삼을 수야 없겠지만 골프는 이런 불륜의 위험이 존재하며 이를 빌미로 불륜 커플들이 라운드를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골프는 그 자체로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GJ 글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