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품, 언제 꺼질지 궁금하면 이 글을 꼭 보세요!
부동산 거품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미친 듯이 오르기만 하는 서울 집값을 지켜보며 ‘이건 거품이지’라고 속으로 생각 안 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 거품에 관해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 꺼지느냐’인 것이다. 개인이 각자의 예측을 놓고 투자하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다. 사람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거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거품의 정점이 코앞이냐 아니면 아직 갈 길이 멀었느냐다.
이 시점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분야의 ‘예측’이 개입하는 시장이 지금까지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또 ‘거품’이라는 것의 본질은 어떤 것인지 한번 짚고 넘어가보자.
시장 = '예측'에 돈을 거는 공간
경제학 원론에선 “거래란 두 당사자가 모두 유익할 때에만 합리적”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오늘날 주식 시장에서 그렇게 이루어지는 거래는 거의 없다. 거래 대부분은 주식의 “미래” 수익에 대한 예측의 차이를 반영한다. 특히 거품이 끼기 시작한 주식시장은 실적이 반영된 가격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비전에 관한 기대가 더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예측이 빠르게,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이익과 손해를 걸고 이루어진 적은 없다.
어떻게 이처럼 많은 거래가 일어나는지는 거대한 수수께끼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은 시장의 총체적 지혜보다 한발 앞선 더 나은 예측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과연 이들의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통계 및 확률 영역에서 ‘베이즈 정리’를 활용한 접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전확률을 업데이트해 사후확률을 얻는’ 베이즈주의 식 예측은 사실 자본주의와 같은 지적 전통 속에서 나왔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곧 베이즈주의적 프로세스다.
믿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점점 개선하고, 믿음 사이에 이견이 있으면 내기를 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와 베이즈주의는 서로 같다. 둘은 기본적으로 ‘대중의 지혜’의 강점을 취하는 합의 추구 과정이며, ‘시장’은 이런저런 예측을 하는 데 특히 좋은 방법이다.
즉 ‘예측에 돈을 거는 공간 = 시장’이다.
여기서, 아까 경제학 원론에서 얘기하듯 ‘합리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 즉 ‘효율적 시장’ 가설이 등장한다. 이 가설에서는 특정한 조건이 전제된 상황에서 ‘시장을 예측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자본시장의 가격은 이용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즉각적으로 반영하므로” 어떤 투자자도 이용가능한 정보를 기초로 한 거래로 시장을 넘어서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지금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미래 예측의 과학과 기술을 담은 네이트 실버의 대표작 《신호와 소음》에 따르면, 더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의 총체적 판단이 반영된 여러 시장 역시 잘못되었을 수 있다. 사실 시장을 통해 완벽하게 예측한다는 건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 아닐까!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시카고경영대학원 교수인 유진 파마Eugene Fama는 1965년에 쓴 기념비적 논문에서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 ‘효율적 시장 가설’의 기반을 마련했다.
파마는 단기적으로 남들보다 수익이 높은 투자자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누구도 시장을 이길 만큼 정확한 예측을 지속해서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차티스트, 즉 순전히 과거 통계 패턴만으로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술적 분석’가들을 가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자기는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그러니까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쓰라린 좌절을 맛보곤 했다.
거품은 왜 생기는가
IT 버블이 꺼져갈 때 퀀텀펀드(짐 로저스와 조지 소로스가 공동 설립한 헤지펀드!)의 운용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직 8회인 줄 알았는데 9회 말이었더라고요.”
오늘날 주식시장에서 트레이더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돈을 운용한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기관의 비율은 1960년대의 15퍼센트에서 2007년에는 68퍼센트까지 늘어난다.
이런 현상은 바로, 효율적 시장 가설에 합병증이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트레이더가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투자할 때는 동기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럴 경우 주식시장에는 ‘대세 편승’ ‘자기과신’ ‘승자의 저주’ 등의 인지편향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투자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게 된다.
닷컴 버블 당시 월가의 스타 애널리스트였고 지금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CEO인 헨리 블로젯Henry Blodget은 이런 말을 남겼다.
“거품이 왜 생기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걸 모든 사람이 바라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자기 개인의 동기에 ‘초이성적으로’ 대응할 뿐, 본인이 하는 거래를 통해 반드시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 비이성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정확히 개인들이 자기 개인의 동기에 초점을 맞춰서 이성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령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전체로서의 시장은 이성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의 여러 변덕스러움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거품은 왜 쉽게 꺼지지 않는가
만약 시장이 거품을 키우고 있다면, 효율적 시장 가설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트레이더들이 이 같은 진행을 멈추려 개입하게 된다.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며 공매도에 나선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거품이 꺼진다. 하지만 언제 꺼질지 알기는 어렵고, 그러기까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과대평가된 주식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게 ‘공매도’다. 즉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본다.
실제 현실에서 당신에게 주식을 빌려준 투자자는 언제든 그 주식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특히 당신이 상환 능력을 잃을 것처럼 보인다면 반드시. 하지만 이는 그 투자자가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 반환 기간을 유예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즉 과다하게 평가된 주식들이 훨씬 더 과다하게 평가된 다음에야 비로소 원래의 정상 가격으로 돌아가는 일(즉 거품이 있는 대로 커졌다가 꺼지는 일)이 빈번하며, 이는 공매도를 한 쪽에게 엄청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거품이 꺼지기까지는 여러 달, 심지어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지금 ‘공매도’를 둘러싼 우리나라의 상황은 조금 맥락이 다르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기관이나 외국인은 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데 비해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기회와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주가 급락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 금지 조치가 풀리면 공매도를 할 수 없어 크게 불리할 것이라(‘기울어진 운동장’) 판단한 개미 투자자들이 격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장세는 더 지속되겠지만 거품 역시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공매도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심을 조절하여 시장의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순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유동성이 넘쳐날 때면 거품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강력한 동기들이 모여 거품은 잘 깨지지 않고 최대한 유지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렇게 말했다.
“시장의 비이성적 상황은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까지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는 비대칭이 존재한다. 거품을 포착하기는 쉽지만 꺼뜨리기는 어렵다.
베이즈주의 관점에서 직면하게 되는 근본적 물음이 실제 현실에서는 필연적으로 관철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시장이 붕괴할 것으로 믿는다면 거기에 돈을 걸어야
(즉 공매도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같은 물음 말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현실에서 거래나 자본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약으로는 1)소음 트레이더(포커 판의 호구 비슷한 역할로, 주식 생태계에서 솜씨 좋은 트레이더와 공생), 2)착시와 패턴(자기가 천재 투자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투쟁-도피 본능을 제어하지 못함), 3)인지적 지름길(어떤 대상을 해석할 때 자신에게 편하고 안정감을 주는 방향을 택하는 경향. ‘오르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다’ 같은 생각) 등이 있다.
《신호와 소음》의 저자 네이트 실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예측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인지를 살핀다. 다른 예측업체는 어떻게 예측하는지 참조하는 식이다. 내가 하는 예측이 일반적 여론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제시하는 증거는 더 확고해져야 한다. 그래야 내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견해가 틀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나는 이 같은 태도가 대부분의 경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때로 당신이 시장을 이길 수 있긴 하겠지만, 절대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개미들 '이번엔 뭔가 다르겠지...' 주식시장의 신호와 소음
어떤 이론가들은 주식시장을 ‘신호 트랙’(장기적 관점의 투자 시장)과 ‘패스트 트랙=소음 트랙’(모멘텀 트레이딩이나 대세 편승 등이 난무하는 시장), 이렇게 두 가지 트랙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의 이런 이중성을 “질서와 무질서의 투쟁”이라 보기도 하는데, 이런 관점으로 볼 때에 주기적으로 거품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자, 시장이라는 체계의 내재적 특성이다.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면, 시장이 더 이상 건전하지 않다는 위기감 즉 위험 신호도 분명 인식되기 시작한다. 다만 투자자의 경험과 정보 수준에 따라 그 신호는 소음투성이거나 모호하거나 왜곡될 수 있다. 때로 수준이 높은 투자자도 그 사람의 동기가 더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신호를 보고도 못 본 상태가 될 수 있다.
거품이 생성될 때 초보 개미 투자자들은 ‘이번엔 뭔가 다를 것’을 기대하고 예상하지만, 정작 무엇이 다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지식/정보/경험을 좀 더 가진 사람들은 ‘유동성 장세’라는 바로 보이는 신호를 포착하지만, 그것이 거품의 위험 신호임을 잘 모르거나 애써 외면한다. 전문적인 투자자, 트레이더들은 수익을 위해 분투하겠지만, 각자의 동기에 따라 선언성 예측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주식 거품이 언제 꺼질 지 궁금해하고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시장의 특성과 예측의 본질을 먼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제 꺼질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신호’를 발견하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분명한 것은 만약 우리가 ‘시장은 오류 없이 무결점으로 돌아가며 시장의 가격은 언제나 옳다’는 가정을 갖고 있다면 결코 거품을 탐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은 우리 인간의 모자라는 부분을 덮어주고 우리가 가진 흠결에도 균형을 잡아준다. 우리가 이런 시장을 예측하기는 분명 쉽지 않지만, 때로 시장의 가격이 옳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