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주머니에 펜을 꽂으면 생기는 뜻밖의 효과
누가 웃으면 따라서 웃고, 슬픈 뉴스를 들으면 가슴이 아파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이는 인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감정 전염’이라고 한다.
소리 굽쇠가 서로 공명하는 것처럼 감정 역시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옮겨간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소리를 집어넣는 것은 이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어린 아기도 어른이 웃으면 의미도 모르면서 함께 미소를 짓는다.
이 감정 전염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특히 ‘HSP (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예민한 사람. 창의력이나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지치거나 좌절하는 단점도 있다-역주)’라 불리는 섬세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은 감정 감염이 강하게 일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감정 전염이 강한 사람은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 역시 자기 것처럼 받아들인다. 여러 사람의 감정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낀다면 그 괴로움은 매우 클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방어벽’을 쳐야 한다.
방어벽은 경계선을 의미한다. 온갖 감정이 내 안으로 흘러 들어오지 못하게 경계선을 긋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방어벽을 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산업카운슬러로 일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
너무 무방비하게 있으면 환자나 내담자의 감정에 휩쓸 려버릴 위험이 있다. 그러면 의사로서 냉철한 판단을 내리 기 힘들기 때문에 진찰 중이나 상담 중에는 방어벽을 친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셔츠주머니에 펜을 꽂으면 끝이다.
그 펜이 나의 방어벽이다.
방어벽이 꼭 펜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책상에 올려둔 필통, 티슈 케이스, 목걸이 등 무엇이든 괜찮다.
핵심은 ‘방어벽 안쪽으로는 감정이 밀려들어오지 않는다’고 의식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코로나 방지를 위해 사무실 책상에 아크릴판을 설치하기도 한다. 감정 전염을 막는다는 의미에서도 그 판은 매우 유효하다.
타인의 감정에 민감한 사람은 꼭 방어벽을 쳐서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지나치게 감지하지 않게 해보자.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려서 자기 기분까지 가라앉힐 필요는 없다.
나는 내 마음만 마주 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