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발 하나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정 받은 비결
무려 빌 게이츠에게 인정 받은 그 비결은?
발표로 마이크로소프트 의장상을 수상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년 1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직원들 중 탁월한 성과를 이룬 12명에게 의장상(Chairman’s Award)이라는 상을 수여한다. 3만 명 규모의 웅장한 스타디움에서 성대하게 열리는 시상식은 참석하는 이들에게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짜릿한 흥분과 감동을 선사한다.
2006년, 나는 수상자 중 한 명으로 무대에 섰다. 동양인은 오직 한 명. 단연코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당시 내가 수상자로 선발된 일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도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실적을 기록한 직원에게 수여하는 의장상은 주로 영업 부서와 마케팅 부서에서 수상자가 나온다.
10만 명 중 10명 정도로 극소수 인원인지라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영업 실적이나 마케팅 업무처럼 눈에 보이는 뚜렷한 수치를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선뜻 뽑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나의 직함은 프리세일즈 엔지니어로, 기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영업을 지원하는 역할이었다. 내가 수상자로 발표되자 ‘엔지니어가 의장상을 수상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허다했다.
나는 어떻게 의장상을 수상하게 된 것일까? 본래 IT 업계는 영업 사원도 어느 정도 기술적인 지식을 갖춘다. 그러나 아무래도 높은 수준의 기술 분야는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고객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리세일즈 엔지니어, IT 컨설턴트라는 직원을 고용해 고객과 기술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상품 및 서비스를 해설하는 업무를 맡긴다.
나는 최대한 고객이 알기 쉽게 상품의 기능과 가치를 설명해 영업 실적이 상승하는 데 기여했고, 이 점을 인정받아 의장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의 설명 능력 자체가 수상의 결정적 이유였다는 이야기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1. 미숙한 점을 보완하고자 찾은 방법
10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 중 최우수 직원에게만 주는 상을 받았다고 하면, 내가 원래부터 유능한 인재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기 전, 나는 조그만 IT 회사에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말이 흔치 않던 시절에 막연히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냉큼 지원서를 내버릴 만큼 나는 철없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그런 나에게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막상 입사해보니, 난다 긴다 하는 프로들 속에서 내 실력은 한심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죽기 살기로 업무 지식을 따라잡으려 노력해도 애초에 기초 지식이 허약하니 웬만한 기술 설명은 그야말로 소 귀에 경 읽기였다. 무엇보다 ‘스스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문가라면 바로 이해할 내용도 하나하나 쉬운 문장으로 풀어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나 자신에게 설명했다. 나는 이 작업을 끝없이 되풀이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씩 내 주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내에서 엔지니어가 아닌 직원들이 “이 기능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해왔듯 설명해주면 상대는 크게 만족하는 눈치였다.
“기술 전문가들의 설명은 어려워서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사와 마도카는 초보자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사와 마도카를 영업 현장에 동행시켜 고객에게 설명하는 업무를 맡기자”는 의견이 나왔다.
2. 듣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고 싶은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내 강점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직한 뒤 한층 빛을 발했다. 영업부 직원과 동행해 고객에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주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해당 고객에게 “나 대신 상사에게 설명을 해주세요”, “임원의 시간을 비워놨으니 내게 했던 설명을 똑같이 해주세요”라는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영업직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거래처의 고위급 임원을 직접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설명 능력을 무기 삼아 나는 대기업 임원진 등 의사결정권자를 만날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특정 컴퓨터 시스템의 장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오케이 사인이 났다. 상부 라인의 결재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 나머지는 일사천리.
고위급 임원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장점을 설명할수록 영업 실적이 단번에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리하여 나의 활동 영역은 갈수록 확장되었다. 숱한 프레젠테이션을 수행하면서 얻은 점이 있다. 바로 발표의 기본을 확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발표를 하는가. 고위급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고 가정하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가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임무다. 그렇다. 나는 듣는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발표를 한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듣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기를 원하는지 명확히 설정해둘 필요가 있다. 목표가 정해지면, 발표는 오직 그 목표만을 위해 만들어진다.
발표를 듣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고 싶은가.
이것이야말로 발표의 기본 중 기본이다. 얼핏 당연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이 기본을 숙지하고 내용을 구성하고 실전에 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신이 이 물음에 조금이라도 주저한다면 출발점으로 돌아가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여기서 잠깐! 발표에 대한 결정적인 오해 - 듣는 사람의 시점에서 논리를 구성하라
발표는 발표자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는 행위다. 구성을 짜고 슬라이드를 만들 때 청중의 반응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컨대 발표자의 시점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시점에서 발표를 하라는 말이다. 참으로 간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놀라울 만큼 많은 사람이 이토록 단순한 원칙을 망각하곤 한다. 대표적인 실수가 발표자 중심의 논리로 발표를 끌고 가는 것이다. 나는 슬라이드를 만들 때 발표자 중심의 논리를 경계하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가진 ‘자신만의 논리’라는 것이 오랜 세월 축적된 습관적인 사고방식인지라 웬만해서는 바꾸기 힘들다.
그 때문에 발표자는 논리를 구성할 때 무심코 자신만의 논리를 대입시키는 우를 범하고 만다. 주인공이어야 할 청중을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오해 말기 바란다. 나는 ‘청중이 왕이다’, ‘청중의 뜻대로 발표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청중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미래를 발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발표자의 역할이라는 이야기다. 청중의 시선에서 바라본 논리적 흐름을 만들면 그들의 행복한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발표자 중심의 논리는 누구나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러므로 상담·질의응답·리허설 과정에서 듣는 사람의 시점에서 논리를 구성했는지를 반드시 체크하자.
3. 듣는 사람에게 어떤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는가
당신이 바라는 청중의 행동을 정했으니 상품의 장점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잘 전달하면 될까? 안타깝지만 그것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없다. 실질적으로 상대의 행동을 유도하려면 당신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이 있다.
발표를 듣는 사람에게 어떤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는가.
이것이야말로 발표의 성패를 가르는 포인트다. 당신은 발표할 때, 당신이 추천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 하면 상대에게 어떤 행복한 미래가 펼쳐질지 생생하게 보여주는가? 자사 상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신의 기술적 배경지식이 얼마나 풍부한지 백날 떠들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고객은 그런 것에 티끌만큼도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이것으로 나와 우리 회사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다. 영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기획이나 개발 분야도 다르지 않다. 제출한 기획안이나 개발된 상품이 고객과 거래처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선사하는지가 관건이다.
근사한 미래를 전하지도 못하면서 자사 제품을 선택해주길 바란다면 그것이야말로 도둑놈 심보다. 사람들이 듣기에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마음이 동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이 아닌가. 그런 연유로 나는 발표를 준비할 때 늘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발표를 듣는 사람에게 어떤 행복한 미래를 선사할 수 있는가.
이것이 모든 발표의 출발점이자 발표를 수행하는 본질적인 의미다.
참고 : 당당하게 말하고 확실하게 설득하는 기술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