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4 서울의 브루클린
버스로 서울여행 : 버스 여행가를 위한 일곱 노선 서울여행법
2224번 노선은 성수동을 지난다. 과거에 성수동은 인쇄소, 자동차 정비소, 신발공장 등이 들어서 있던 대규모 공장 단지였는데 공장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그 공간들이 버려지게 되었다. 그 후 예술가들이 홍대나 가로수길의 부담스러운 땅값을 피해 이곳 성수동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낮은 땅값, 아직까지 자리한 경공업 업체들과의 연결성, 근처에 자리한 큰 규모의 서울숲이 주는 개방감과 청량감, 좋은 교통 여건과 예술가들이 만들어가는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로 점점 인기를 얻어왔다. 이제는 신진 디자이너의 쇼룸과 작업실, 공방, 이색적이고 트렌디한 맛집이 자리를 잡아 성수동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숍이 다수 위치해 있으며, 비영리단체와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와 여러 단체가 자리를 잡으며 가치 있는 일이 펼쳐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텅 빈 슬럼에 예술가들이 모이고 다소 실험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재탄생되어간다는 면에서 뉴욕의 브루클린과 닮았다. 그래서 ‘서울의 브루클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472번 버스가 반짝반짝 화려하고, 힐링의 7022번 버스가 고즈넉한 느낌이었다면 2224번 버스가 지나는 성수동은 왠지 모르게 거칠지만 자유분방하고 감각적인 감성이 녹아있는 묘한 지역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장 단지가 주는 투박함과 자유분방한 예술가의 기운, 이웃해 있는 청담동과 신사동에서 넘어오는 트렌디하고 세련됨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소셜 이노베이터(Social Innovator)들의 활동과 목소리가 한 데 섞여 있기 때문은 아닐까.
서울의 센트럴파크
서울숲
숲과 공원 등 녹지대가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 동북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쉴 수 있도록 조성된 대형 근린공원이 ‘서울숲’이다. 전체 면적은 35만 평에 달한다. 약 1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5년 문을 열었으며 그 이후 서울숲이라는 인프라는 성수동이나 인근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가장 큰 요인들 중 하나로 꼭 꼽힌다. 104여 종의 나무와 5개의 테마존으로 구성되어 볼거리가 많으며 가족들과의 나들이나 연인들의 피크닉, 사진촬영지로도 인기가 정말 많다. 보행다리를 통해 한강 선착장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시원한 강바람을 쐬러 가기에도 좋다. 주변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라이딩도 즐길 수 있으니 서울숲 나들이 계획에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예술 사이
사이(S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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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SAI)’는 성수역과 건대역 사이에 위치한 지하공간으로 예술가들의 아지트이자, 모든 사람들이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곳이다. 영상, 사진, 디자인, 무용, 음악, 연극, 미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20여 명의 예술가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개인적인 활동을 하기도 하고 협업이 가능한 프로젝트단위로 작업하여 함께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그래서 기획하는 내용에 따라 전시장이 되기도 하고, 공연장이 되기도 하며, 아티스트의 놀이터로도 바뀌는 등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공간이 된다. ‘트로피컬’, ‘스트리트컬쳐’ 등 매달 각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그 달의 콘셉트를 구성하고, 매주 금요일이 되면 ‘사이나잇(SAI-night)’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평소 예술이 어려워 멀게만 느껴졌다면 새로운 문화놀이터 사이에 들러 보자. 온몸으로 예술을 체험해 보는 색다른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노베이터 출몰지역
카우앤독
‘카우앤독(COW & DOG)’은 ‘COWork and DO-Good’의 줄임말로서 사회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경험을 나누고 협업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이다. 1층은 카페 형식으로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이용하려면 멤버십에 가입해 회원가로 저렴하게 카페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 2층은 회의나 세미나를 위한 대여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3, 4층은 소셜 벤처들이 입주해있다. 건물과 인테리어가 멋스러워 방문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소셜 벤처와 사회혁신에 관심이 많다면 카우앤독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페이지 소식을 받아보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카우앤독의 이은진 프로그램 매니저와의 인터뷰 일부이다.
최근 성수동 지역에 예술가들의 유입이 많아지고 점차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신사동의 가로수길이나 홍대, 서촌, 연남동에서 보인 것과 같이 예술가들의 이동 현상으로 비교적 익숙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성수/서울숲 지역은 사회혁신, 소셜 벤처라는 키워드로도 새롭게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셜 벤처지원도 또 하나의 새로운 실험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카우앤독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실험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있는지 궁금하다.
카우앤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많은 것들이 아직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단히 실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활동은 없다. 다만 카우앤독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실천하고 있는 것이 ‘혁신적인 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포맷을 처음 설정할 때 들었던 고민은 ‘사회혁신’이라는 주제가 어떤 사람들에게 전해져야 할까 라는 부분이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카우앤독은 소셜 벤처를 지원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야.”라고 하면 백이면 백,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소셜 벤처는 무엇인지 또, 코워킹 스페이스는 무엇인지 말이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요즘 이곳저곳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카페와 다른 게 뭘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카우앤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코워커 간 그냥 네트워킹만 하다 보면 아무래도 서로의 활동이나 일을 가볍게 나누게 되어 적극적인 시너지로 나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혁신적인 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 깊게 각자 하는 일을 소개하고,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작업을 거쳐 더 긴밀한 네트워킹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 청중은 소셜 벤처와 아주 긴밀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다양한 사람들을 모이도록 하는 건 대중들에게 사회혁신가, 소셜 벤처, 코워킹 스페이스에 대해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이러한 개념을 널리 소개하기 위함이다.
성수나 서울숲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카우앤독은 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나?
성수동을 선택하게 되었던 건 이 공간을 쓰게 될 사람들이 주로 청년들, 이제 막 무언가를 도전하고 실험하는 사회혁신가들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또는 자주 이용할 공간이라면 땅값이나 월세가 비싸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이 지역이 매우 활성화되면서 새로 들어서는 것도 많아지고 땅값도 점점 오른다고 하지만, 카우앤독이 맨 처음 들어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또 사회혁신가들에게 협업하고 시너지를 내고, 자극을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디웰’이나 ‘펜두카 스마테리아’,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와 같은 사회혁신과 관련된 기관과 회사들이 곳곳에 포진되어있던 점도 감안하게 되었다. 성수에 나날이 활기가 생기고 다양한 것들이 유입되고 있다. 맨 처음 움직인 사람은 패션 관련 직종의 종사자들과 예술가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예술가들이 빈 곳을 찾아다니고 매력을 제일 먼저 알아본다. 이곳 입지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은 지하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과 한 정거장 차이이고 분당선과 2호선이 겹쳐 교통조건도 좋은 편이며, 공장과 빨간 벽돌 건물이 주는 이색적 분위기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성수지역 예술가들과 협업이 이루어지기도 하나?
카우앤독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정체성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라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시도된 것은 없었다. 다만 얼마 전, ‘어쩌다 마주친 전시’라는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다. 'Magazine Oh! 성수'라는 지역 잡지를 발행하는 ‘디자인플러스’라는 스튜디오에서 주최한 전시인데 일대에 거주하거나 작업실을 둔 작가들을 대상으로 오픈스튜디오 식으로 전시와 작업을 소개하였고 카우앤독도 전시를 소개하는 한 스팟으로 참여했었다. 카우앤독은 아무래도 코워킹 스페이스이고 일을 위한 공간이라 환경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공간의 눈요깃거리나 대단한 특색은 부족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로운 예술가들과 작품을 커버하기엔 제약이 있고 한편으로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공간의 성격으로 인한 제약이 아쉽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런 걸 떠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의 특성은 어떠한가? (중략)
(중략) 성수에 새로 생겨나는 공간들이 아무래도 이 지역성을 캐치하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장 느낌이 나도록 의도된 콘셉트의 공간들이 많은 것 같다. 바닥이나 자재를 덧씌우지 않고 그대로 노출하거나 거칠고 녹슨 느낌을 그대로 살려 실내 인테리어에도 적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들 비슷해지는 경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앞으로 성수도 많이 변하게 될 테고 어떤 곳은 재건축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성수만의 색깔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카우앤독 바로 앞의 장미아파트만 하더라도 옛날 벽돌의 복도식 아파트이다. 재건축하는 것이 사람들에겐 좋겠지만 과거의 모습이 책으로만 남는다는 사실이 아쉽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성수를 바라보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2224번 버스 노선도 |
*위 내용은 책 『버스로 서울여행』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버스로 서울여행』 바로 가기: http://goo.gl/avhKEC
글. 이예연, 이혜림, 정리. 이가람
저자 소개
[이예연]
시각디자인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버스 문화잡지 '생각버스'에서 디자인 작업을 맡고 있다. 매일 아침 두 눈을 비비며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이미지와 이야기들에 대해 생각한다. 지하철보다 버스를 즐겨 타는 버스 애호가이다.
[이혜림]
애증의 도시 속 버스여행가. 낭만과 영감을 얻으려 버스에 올라타기도 한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어느 시 구절처럼, 서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 모습을 만끽하고 있다. 버스를 새롭게 바라보는 문화잡지 '생각버스'를 만들고 있다.Tip!여행 계획의 시작! 호텔스컴바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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