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끼는 빛
바람과 빛이 주는 감성이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잡히지 않는 그 어떤 존재를 향한 설레고 황홀한 기분, 그리고 인간이 재현할 수는 있으나 창조할 수는 없는 것들에 대해 느끼는 경이로움과 같은.
바람과 빛이 주는 감성의 절정을 담은 작품이 있다. 어둠 속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빛 조각들, <브라스크Bourrasque>다. 이 작품은 유연한 전기전도성 재질로 된 종이로 만든 조명이다. 이 발광 종이들이 바람에 날리며 빛을 흩뿌리는 광경은 실제가 아닌 지면으로 접할지라도 벅찬 감흥을 줄 장관이라 할 만하다. 얇고 유연한 전기전도성 재질로 된 A3 사이즈의 200개의 시트가 25미터 높이에 매달려 마치 바람에 따라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프랑스 리옹의 시청, 그 17세기의 클래식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빛의 축제를 상상해 보라.
매년 겨울에 열리는 ‘빛의 축제Festival of Light’에서 잊을 수 없는 광경을 연출했던 이 작품은 2010년 런던 디자인페스티벌과 2011년 베이징 디자인위크에서 선보였던 <날아가는 종이> 작품의 연작이다. 이 작품을 만든 영국의 젊은 디자이너 폴 콕세지Paul Cocksedge는 이 작품에 대해 “나는 오랜 시간, 빛들의 발광하고 구부러지고 반사시키고 흩뿌려지는 다양한 특성들 덕분에 황홀했다. 전구와 네온을 끼울 수는 없지만 구부리거나 비틀 수 있는, 만질 수 있고 늘릴 수 있는 발광 종이를 통해 빛에 대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가 말했듯, 빛들의 발광하고 구부러지고 반사시키고 흩뿌려지는 다양한 특성들이야말로 어둠과 바람을 만날 때 절정의 매력을 발산하게 되는 것 같다.
폴 콕세지 Paul Cocksedge
영국의 젊은 디자이너. 셰필드할람대학교Sheffield Hallam University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RCA를 졸업했다. 전 세계를 돌며 강의와 전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창의적인 방향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플로스, 스와로브스키, 소니 등과 함께 작업하고 있으며, 주로 조명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