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키보드 필요없다. 급격히 발전중인 모바일 전략 게임들
기술의 발전 덕분에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하나의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예전에는 콘솔 게임기에만 즐길 수 있었던 게임들도 PC로 연이어 등장하고 있으며, 반대로 PC로만 발매되던 게임들이 콘솔 게임기 뿐만 아니라 모바일 버전까지 등장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으로 발매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플랫폼에서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기 성능만 좋다면 게임을 실행시키는데 문제가 없지만, 입력 장치의 차이에 의해 게임 플레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플랫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FPS 게임만 해도 조준 보정 기능을 도입한 헤일로 등장 이전까지는 마우스, 키보드 조합이 아니라면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FPS와 마찬가지로 마우스, 키보드 조합 외에는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는 패드를 사용하는 콘솔 기기에서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지만, 모바일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중이다. 키보드, 마우스 조합만큼 세밀한 유닛 컨트롤은 어렵지만, 대규모 부대 단위일 때는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직관적인 조작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엄청난 인원이 동시에 접속해서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 환경 덕분에 장기간 지속되는 대규모 전투는 더 잘 어울린다. 대표적인 전략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삼국지를 수천명이 각자 군주가 되어 실시간으로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는 단순한 부대 숫자 대결에 불과한 수준의 게임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실시간으로 부대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게임들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며, 스마트폰 화면이 계속 커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조작이 간편해지고 있다.
이것을 성적으로 증명한 게임이 바로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이다. 자신만의 영지를 발전시켜 부대를 모으고, 다른 영지를 쳐들어가 자원을 약탈하는 SNG와 실시간 전략을 결합시킨 형태이며, 단순히 강력한 부대만 구성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영지 방어 형태에 따라 어떤 유닛 조합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어떤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격할지 등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스타워즈와 테이큰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배우 리암 니슨을 기용한 인상적인 광고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덕분에 SNG와 실시간 전략을 결합시킨 형태를 가진 게임들을 모두 COC 류라고 정의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클래시오브클랜 스타일을 좀 더 발전시킨 형태의 게임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네시삼십삼분의 자회사 라타타스튜디오가 개발한 매드로켓 : 포그 오브 워(이하 매드로켓)다.
매드로켓은 클래시오브클랜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영지를 건설하고, 부대를 육성해 다른 영지를 약탈해서 자원을 획득하는 COC류의 게임으로 판타지 세계관이었던 클래시오브클랜과 달리 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판타지 세계관을 현대전으로 바꾼 것 뿐이라면 흔한 아류작으로 남았을테지만, 매드로켓은 클래시오브클랜에 전장 안개(워 포그) 개념을 더해 전략성을 더 강화했다.
클래시오브클랜은 방어기지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전력 차이가 어느 정도 벌어지면 막을 수가 없지만, 매드로켓에서는 방어기지의 형태가 전장 안개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일부러 빈틈을 드러내고 적을 함정으로 유인하는 등 좀 더 발전된 전략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공격시에도 단순히 많은 부대를 끌고 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중요 방어시설을 예상해서 미사일이나 공중 유닛으로 폭격한 뒤 지상 유닛을 전진시키는 등 전략적인 플레이를 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대규모 부대전 위주의 클래시오브클랜 스타일과 달리 영웅과 유닛의 조합을 실시간으로 조작하는 워크래프트3를 연상시키는 본격적인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형태도 최근 등장했다.
컴투스의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워 메인 기획을 담당했던 반창현 PD가 개발하고 있는 써니사이드게임즈의 트리플하츠는 3:3 영웅 태그 배틀 장르의 게임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방어형, 근거리형, 원거리형, 마법형 등 다양한 컨셉을 가진 36종의 영웅과 20종의 유닛을 조합해 실시간으로 1:1 전략 대결을 즐길 수 있다.
세밀한 조작이 힘든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유닛들은 직접 움직일 수 없지만, 영웅들을 실시간으로 조작해서 적의 영웅과 유닛을 공격할 수 있으며, 적군 기지를 파괴하거나, 세명의 적 영웅들을 모두 처치하면 승리하게 된다. 실제로 즐겨보면 워크래프트3를 간략화 해 핵심만 뽑아낸 느낌이다.
이처럼 모바일 게임 시장의 급성장 덕분에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모바일 전략 게임도 조작의약점을 극복하고 계속 다양한 형태로 발전 중이다. 게이머들은 이미 실시간 전략 만큼 세밀한 조작을 요구하는 FPS 장르와 AOS 장르도 모바일 게임으로 잘 즐기고 있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모바일 실시간 전략 게임이 등장해 게이머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글 /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rain@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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