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0조 넥슨, 외국자본에 넘어가나" 게임업계 패닉
넥슨 해외매각설 파장
中텐센트 거론되지만 가능성 희박..국내매각도 어려워 해외에 무게
김정주 대표, 미래산업 재편 전망..일부 게임규제 강화 영향 분석도
넥슨이 매각 추진설에 휩싸인 가운데 경기 성남 판교로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
국가대표급 토종 게임기업인 넥슨이 10조원대 거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게임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동시에 넥슨의 매각 향배와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넥슨은 몸값이 10조원대에 달해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텐센트로 인수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해외 매각 추진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넥슨이 해외에 매각될 경우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은 물론 우리나라 게임시장이 중국 등 해외 게임기업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의 이번 매각 결정은 예고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가 늘어나는 실정이라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규제와 시황악화로 설상가상
무엇보다 국내 게임분야 신화적 인물인 김 대표가 애써 키운 넥슨을 매각하려는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4년 김 대표는 넥슨을 설립한 이후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아케이드비앤비'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 수많은 게임을 히트시키면서 '게임신화'를 이뤄왔다. 지난 2011년에는 일본 증시에 상장까지 했다. 당시 일본에 상장한 이유를 놓고도 한국은 게임사 입장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 후에도 규제가 완화되지 않은 국내 게임산업 규제는 김 대표의 이번 매각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결제한도 등의 규제완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데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추가 규제 도입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게임에만 적용되고 있는 결제한도 제한을 모바일로 확대하는 움직임과 셧다운제 확대 및 확률형 아이템 규제 도입, 게임의 사행산업 분류 등 규제 강화가 예고돼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게임기업에 추가 분담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넥슨 노조가 게임업계 최초로 설립되면서 사측과 노조의 갈등을 겪기도 했다.
김 대표가 게임산업에 흥미를 잃었다는 신호가 나온 건 지난 2013년부터다. 당시부터 김 대표는 지주회사 NXC를 통해 유럽 암호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코빗,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이탈리아 유기농 동물사료 업체 아그라스 델릭, 일본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마크앤로나 등 게임과는 전혀 동떨어진 업종의 회사를 사들였다.
"중국이나 국내에 인수되긴 어려울 것"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텐센트 등 중국 기업에 인수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게임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의 추가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넥슨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적자가 났기 때문에 해외 회사들이 관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렇다고 국내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몸값이 최소 8조원에서 10조원에 이르는 만큼 투자은행(IB)업계 안팎에선 국내에서 쉽게 딜이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는 무게를 두고 있다. 더욱이 공동 매각주관사를 두 곳 다 외국계로 선정한 것은 국내보다는 외국계 원매자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국내 중견 사모펀드 대표는 "사모펀드가 대형급 게임업체를 바이아웃(경영권 인수)한 경우는 거의 없다. 몸값이 현재 10조원이면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향후 엑시트(자금회수)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언급했다.
국내 게임산업 판도 바뀔 위기
한국 게임산업을 선도해온 맏형 격인 넥슨이 해외로 매각되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게임시장에 중국 게임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가운데 중국 자본이 넥슨을 인수할 경우 한국 게임산업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핵심기술 노하우의 유출은 불보듯 뻔하다.
NXC가 인수한 계열사 중 일부는 매각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가 블록체인 등 일부를 미래 사업으로 남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NXC가 갖고 있는 넥슨재팬 지분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며 "넥슨이 국내 게임업계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던 만큼 재매각 목적으로 인수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