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만끽하는 ‘늦가을의 정취’
단풍길 |
아직은 인적이 드문 숲길, 억새풀을 실컷 볼 수 있는 길이 있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자연히 마음의 여유가 찾아온다. 하지만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데 심취해 잠깐이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모두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며 타인과의 거리를 2m씩 두고 걸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길’을 테마로 11월 걷기 좋은 여행길을 선정하였다. 추천길은 △소백산자락길 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충북 단양군) △영광 칠산갯길 300리 5코스 불갑사길(전남 영광군)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인천 강화군) △한남리 머체왓 숲길(제주 서귀포시)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코스 사자평 억새길(울산 울주군) 등 5곳이다.
보발리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발재의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
충북 단양군, 소백산자락길 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시작해 충청북도 단양군으로 이어지는 소백산자락길은 늦가을 나들이객의 마음과 발길을 사로잡는 길이다. 총 11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6코스인 ‘온달평강로맨스길’은 완연한 가을의 절경을 뽐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온달평강로맨스길은 보발재에서 시작해 방터, 온달산성 등을 지나 영춘면사무소까지로 전체 약 13.8km니 일반 성인 걸음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코스는 비순환형으로 단양 시외버스 공용터미널 인근 다누리센터 앞 정류장에서 보발리행 버스를 타고 출발지 근처까지 갈 수 있다.
출발지인 보발재는 고드너머재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관광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굽이굽이 단풍길’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길 중반부에선 화전민촌이 있는 방터 주변을 지날 수 있는데, 불을 놓아 들풀과 잡목을 태운 뒤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던 화전민 생활을 느껴볼 수 있다.
길 후반부에 있는 온달관광지는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전설을 테마로 꾸민 곳으로, 드라마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곳 황궁 안에서는 온달과 평강이 살았던 시대의 의복을 입어보고 사진 촬영도 가능해 타임슬립 여행으로 제격이다.
온달관광지 부근에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화장실, 매점, 식당 등이 있다. 영춘면 상리에 있는 영춘면 사무소에 도착하면 길은 끝난다. 참고로 영춘마을은 작지만, 좌측으로 남한강 줄기와 소백산의 절경을 함께 만끽할 수 있어 눈 호강을 하며 쉬었다 가기 제격이다.
추수가 끝난 들판 /사진=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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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영광 칠산갯길 300리 5코스 불갑사길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 칠산갯길 300리 5코스 불갑사길은 불갑사에서 시작, 불갑천을 따라 불갑저수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불갑사를 포함해 코스 전체가 대부분 평지라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불갑사길은 불갑사 입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 백제 침류왕 원년인 서기 384년에 창건한 불갑사는 인도 간다라 지방 출신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법을 전하기 위해 지은 사찰로, 주변에 꽃무릇 군락지가 있어 매년 여름과 가을 사이 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코스엔 불갑사 경내가 포함되진 않지만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길은 총 15km 코스로, 내산서원, 영광불갑테마공원과 불갑저수지수변공원 등을 거친다. 매년 가을 단풍을 감상하거나, 목가적인 분위기의 시골 풍경을 만나볼 수도 있다. 불갑천을 따라 걷고, 공원 벤치에 앉아 저수지를 감상해보자.
내산서원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의병장으로도 활약했던 강항을 배향한 서원이다. 불갑저수지수변공원 이후로는 인도가 없어 도로변을 따라 걸어야 하니 통행 차량에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코스에서 약간 벗어난 채 불갑천 옆 임도를 거닐어도 좋다.
공원에는 영광김씨 시조의 동상 등 크고 작은 조각상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한 바퀴를 돌아 도착 지점인 영광불갑테마공원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5시간이 걸린다. 순환형 코스로 구성되어 있어 시작점으로 복귀하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창후리선착장 뒷쪽으로 펼쳐진 붉게물든 칠면초 |
인천 강화군,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
강화나들길 16코스는 13.5km 남짓 되는 길로 창후여객터미널을 시작으로 계룡돈대 - 용두레마을 - 덕산산림욕장 - 외포여객터미널로 이어지는 비순환형길이다. 바다, 평야, 산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길로 가을이 한창인 시즌에 이 길을 걸으면 왼쪽으로는 황금빛 들판,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한 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출발지점인 창후여객터미널 뒤편 길을 걸으며 붉게 물든 칠면초와 길 곳곳에서 억새들을 만날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제방길 중간에는 해안선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망월돈대와 계룡돈대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주변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다. 계룡돈대가 망월돈대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으니 이곳에서 주변 풍경을 보는 편이 더 좋다.
덕산산림욕장은 초입의 가파른 길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걷기 무난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도착 지점인 강화도 외포항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은데 젓갈 수산시장, 카페, 횟집, 음식점 등이 즐비해 있으니 바다 근처에서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재료로 먹거리를 즐겨보자.
꽃과 함께 쫙 펼쳐진 목장 /사진=한국관광공사 |
제주 서귀포시, 한남리 머체왓숲길
제주는 바다만큼 숲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이미 너무나 유명한 사려니숲길, 절물자연휴양림, 비자림 외에도 화순곶자왈, 보롬왓 등 사진찍기 좋은 장소로 알려진 숲길이 많다. 그 중 한남리 머체왓숲길은 아직은 조금 덜 알려져 있어 다른 곳보다 더 여유롭게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머체왓숲길은 머체(돌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로 이루러진 밭(왓)을 일컫는 제주 방언에서 비롯됐다.
초원과 삼나무·편백나무 등이 어우러진 울창한 원시림을 비롯해 긴 하천인 서중천 계곡까지 끼고 있는 이 길은 제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머체왓숲길은 곶자왈처럼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있어 발바닥과 발목이 아플 수 있으니 간편한 옷차림에 트래킹화나 운동화가 적당하다.
마지막 구간의 서중천 습지에서부터는 왼편에 서중천을 끼고 내려오게 된다. 바다를 보며 걷는 일이 많은 제주인 만큼 숲에서 냇물을 벗 삼아 걷는 건 또 다른 매력이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가을의 영남알프스 /사진=한국관광공사 |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코스 사자평 억새길
천황산(1189m)을 필두로 재약산(1108m), 간월산(1015m), 신불산(1209m), 영축산(1059m), 가지산(1204m), 운문산(1188m), 고헌산(1032m), 문복산(10147m)까지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산들이 모여 능선의 물결을 이룬다.
8, 9부 능선 곳곳 끝없이 펼쳐진 평야엔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가 장관이다. 포근한 오후의 햇살이 더해지면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며 감동을 전한다. 두 눈으로도 담아낼 수 없을 정도의 규모. 대한민국 최대 억새 군락지 영남알프스 사자평원이다. 가을을 대표하는 명품 산행길 ‘하늘 억새길’은 사자평원을 지난다.
하늘, 억새, 바람, 단풍, 운무 등의 테마로 이루어진 하늘 억새길은 1구간 억새 바람길부터, 2구간 단조 성터길, 3구간 사자평 억새길, 4구간 단풍 사색길, 5구간 달오름길까지 5개 구간, 총거리 29.7km로 이루어진 순환형 탐방로다. 사계절 내내 수려한 풍광으로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색동옷을 입은 단풍과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수십, 수백만 억새의 춤사위를 볼 수 있는 추경을 으뜸으로 꼽는다. 울주의 바람에 따라 몸을 흔드는 갈대를 따라 걷다보면 죽전마을에서 재약산 정상을 지나 천황산 정상까지 오르게 된다.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지만 급경사 구간과 계단길이 있는 다소 험한 코스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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