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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션 분석

출장보다 잿밥 3화

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택시 안에서 바라본 베트남 도로 풍경.

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주차장에 가득한 오토바이. 베트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베트남에 같이 출장 간 한국 동료들은 오토바이에 대해서 도로 위에서 사라져야 할 교통수단인 양 말했다. 오토바이의 배기통에서 뿜어내는 매연에 눈과 목이 따갑고, 소음에 정신이 혼미하고, 엔진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열기가 베트남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 한몫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나는 베트남의 오토바이 덕분에 거리의 모습이 활력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검게 선탠한 자동차의 창문 너머로 사람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워 무표정한 한국의 도로와 달리, 베트남의 도로에서는 가까이서 사람들의 생기 있는 모습을 여과 없이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바쁜 출장 일정 속, 택시에서 한숨을 고르며 차창 밖의 오토바이와 그 위에 올라탄 사람들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다음 미팅 장소에 도착해 있곤 했다.

 

오토바이 한 대 위에 4명 한 식구가 다닥다닥 탑승한, 정겹지만 아슬아슬한 모습이나 오토바이로 무거운 생수통을 나르는 모습, 오토바이 위에서 식사하거나 잠을 청하는 모습들도 흥미로웠지만 내가 가장 눈여겨 본 것은 그들의 오토바이 패션이었다. 오토바이 패션 하면 가죽 재킷을 걸친 거친 폭주족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베트남의 오토바이 패션은 나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실용적이면서 귀여운 느낌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착용하는 필수 아이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패션 아이템은 ‘하프페이스 헬멧’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고가 나도 끄떡없을, 머리 전체를 감싸는 풀페이스 헬멧을 많이 쓰지만, 베트남에서는 주로 머리 뚜껑 정도만 감싸는 하프페이스 헬멧을 착용한다. 헬멧의 면적뿐만 아니라 부피도 훨씬 작았다. 귀여움으로 치면 한국 오토바이 헬멧은 비할 것이 못 된다. 다양한 컬러와 앞으로 살짝 튀어나오는 챙 부분, 그리고 키티와 같은 깜찍한 캐릭터는 덤이다. 게다가 여성용 헬멧은 뒤통수에 홈이 파여져 있어서 머리를 묶어도 불편함 없이 착용할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췄다. 사고가 나면 과연 잘 버텨줄까 하는 의문이 생겼으나 베트남 대도시 도로의 평균 속도가 30~50km/h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또한 베트남과 같이 더운 곳에서 풀페이스 헬멧을 썼다간 땀 범벅이 되어 출근해서 다시 머리를 감아야 할지도 모를 노릇이다.

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하프페이스 헬멧을 쓴 운전자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색색의 하프페이스 헬멧을 착용한 가족.

두 번째는 매연뿐만 아니라 햇살까지 차단해주는 ‘테일러드(tailored) 마스크’이다. 헬멧과 마찬가지로 오토바이를 타는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기능성 마스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스크가 얼굴에 맞게 입체적으로 만들어져 외부 공기가 직접 콧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확실히 막아줄 뿐만 아니라 자외선 차단에도 효과적일 것 같았다. 베트남은 2014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2014년 환경성과지수의 대기오염분야에서 세계 178개국 중 170위로, 세계 10대 대기오염국가에 속한다. (참고로 한국은 166위) 굳이 이러한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숨 쉴 때마다 폐 속으로 바로 흡입되는 검은 매연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도 오토바이를 탈 때만큼은 꼭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같다.

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왼쪽) 형형색색의 헬멧을 파는 하노이의 한 가게 (오른쪽) 테일러드 마스크도 쉽게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손까지 가릴 수 있는 ‘차양 재킷’이다. 여성 운전자들은 대부분 긴 팔 재킷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소매가 손톱 끝까지 가릴 수 있고 모자가 달려있어서 목이나 얼굴 일부가 햇볕에 타는 것을 완벽히 차단해준다.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은 경우에는 재킷만으로는 부족하므로 허리에 간편하게 두를 수 있는 앞치마를 착용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재킷과 치마가 결합한 형태의 디자인도 있었다. 처음에는 더운데 저렇게까지 온몸을 가려야 할까 싶지도 했지만, 가로수 그늘 아래서 걸을 수 있는 인도와 달리 도로에서는 장시간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므로 겉옷을 입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남성보다는 여성 운전자들이 더 많이 재킷을 입은 것으로 봐서 역시나 여성들이 더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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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중무장을 한 여성 오토바이 운전자들

네 번째는 ‘판초 우비’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비가 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오토바이를 도로변에 정차한 후, 의자 안에서 우비를 꺼내 입는다. 우비도 오토바이용이 따로 있는 듯했는데, 판초형으로 사람 몸만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 앞부분까지 감싸 다리 부분에 비가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했고, 앞부분은 투명소재로 처리하여 오토바이 라이트 빛이 투과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비가 오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교통수단이 많지 않고 우기가 반년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탈 수 밖에 없나 보다.

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베트남의 2015 F/W 오토바이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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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초 우의를 입고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들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발달하지 못한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소중한 교통수단이다. 맑은 날에는 베트남의 뜨거운 햇볕을 받고 매캐한 매연을 들이마셔야 하며 비가 오는 날에는 차가운 빗물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지만, 그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그들만의 오토바이 패션에서 엿볼 수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오늘도 아무리 덥고 비가 와도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을 한다. 회사 앞에 도착하면 착용했던 오토바이 외투를 뱀이 허물 벗듯이 벗어버리고 언제 오토바이를 탔느냐는 듯 말끔한 모습으로 말이다.

 

글.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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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what you look at that matters, it's what you see. - Henry David Thore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