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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여행 공유 경제 서비스, Triip

출장보다 잿밥 2화

여행 공유 경제 서비스 트립(Triip)에 대한 출장 전 사전 조사

베트남으로 출장 오기 전 트립(Triip.me)이라는 여행 스타트업과 미팅을 잡았다. 해외 유수 매체에도 소개된 서비스로 미팅이 가장 기대되는 기업 중 하나였다. CNN은 “트립은 에어비엔비(Airbnb)의 컨셉을 지역 여행과 여행 가이드로 가져온 서비스이며, 누구라도 여행 아이디어가 있다면 여행 상품을 올리고 여행자에게 팔 수 있다”고 트립을 소개했다.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여행 공유 경제

84개국에서의 진정한 현지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가장 행복한 방법 Triip.me

요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공유경제란 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나 활용하지 않는 물건 또는 지식, 경험, 시간 등의 유무형 자원을 상호 대여하고 교환함으로써 거래 참여자가 상호 편익과 적정 이윤을 얻는 경제 활동 방식이라고 한다. 남는 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서비스인 에어비엔비나, 일반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Uber)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에어비엔비나 우버가 유형의 자원이 있어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트립은 해당 지역에 사는 개인이 무형의 여행 경험과 지식을 여행자와 나눌 수 있는 서비스이다. 

 

평소에 여행을 갈 때면 현지 주민의 삶을 체험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에어비엔비를 주로 사용해와서, 더욱 트립에 관심이 갔다. 기존 여행사의 관광지 위주의 패키지여행과는 달리 트립은 ‘거리 음식 체험’, ‘도시 농장 체험’, ‘스타트업 투어’ 등 현지인의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여행을 기획한 가이드가 해당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서 가능한 것 같았다.

트립 내 등록된 사이공 러버스의 픽업 서비스 이용

출장지인 호치민 내 여행 프로그램을 둘러보니, 사이공 러버스(Saigon lovers)의 공항 픽업 서비스가 눈에 띄었다. 15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호치민 지도도 제공했다. 호텔 픽업서비스는 비싸서 부담스러웠던 차에 트립의 서비스도 실제로 이용해 볼 겸 해당 프로그램을 결제했다.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여행 공유 경제

트립에 게재된 사이공 러버스의 공항 픽업 프로그램

그런데 정작 호치민 공항에 도착하니, 아무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마지막 메시지에 대한 회신도 없었고, 전화번호도 소개 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답답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서서 기다리는 상사와 동료들의 표정이 좋지 않아서 그냥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서비스를 예약한 내 입장이 난처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쉬고 있을 즈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사이공 러버스였다. 본인들 실수로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며, 편한 시간에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단순히 전화만 건 줄 알았는데, 호텔로 직접 찾아와 전화를 걸고 손수 적은 카드까지 놓고 갔다. 우리가 이용한 공항은 국내선이었는데, 국제선으로 우리를 데리러 갔던 모양이었다. 국내선인지 국제선인지는 묻지 않아서 나도 놓쳤던 부분인데 허탕 치고 돌아갔을 그들을 생각하니 되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트립과 사이공 러버스와 함께한 저녁 식사

약속한 당일, 호텔로 우리를 데리러 온 사이공 러버스의 직원 2명은 생각보다 앳되어 보였다. 식당에 도착하니 트립 인턴 2명도 있었다. 알고 보니 사이공 러버스와 트립은 사무실을 함께 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사이공 러버스의 리더인 Hang이 월남쌈 먹는 시범을 보여줬고, 우리도 따라서 월남쌈을 싸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누구나 쉽게 여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공유 경제 서비스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여행 가이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나는 Hang에게 그 계기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사이공 러버스는 20대 초반의 친구들이 여행이 좋아서 만든 여행 가이드 팀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에 팀을 만들었을 때는 고객과의 접점이 없어서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트립을 통해 많은 고객과 연결됐고, 현재는 매일 가이드를 나갈 정도로 바쁘다고 했다. 나도 소비자 입장에서 먼 타국의 일반인이 만든 여행 프로그램을 클릭 한번으로 손쉽게 예약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공유 경제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 나누기

저녁을 먹으며 우리는 공유경제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랑스에서 온 트립의 인턴 Camiile은 프랑스에서 우버팝(UberPop)를 애용했다고 한다. 평소 택시 운전사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웠는데 우버 운전기사와는 차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버팝이 더 이상 서비스 되고 있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올해 1월 프랑스 법원은 우버의 서비스가 교통법을 어겼다고 판결했고, 우버팝의 영업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버는 이에 불복하고 영업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 이후 택시 운전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고자 우버 차량을 뒤집어 버리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고, 우버는 안전상의 이유로 우버팝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이다. 

 

우버 외에도 프랑스에 있는 집을 비울 때면 항상 집을 에어비엔비에 내어 놓는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에어비엔비 호스트를 만났던 경험을 공유했다. 호스트는 아침이면 정성이 담긴 식사를 준비해주고, 여행 계획 짜는 것을 도와주었다. 하루 종일 여행을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나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들어주기도 했다. 그때의 좋은 기억으로 그녀와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낸다. 

공유경제 플랫폼의 과도한 상업화

그런데 프랑스 인턴은 요즘 들어 에어비엔비에 남는 방이 아닌 기업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보인다고 했다. 나도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이사가면 에어비엔비에 방을 내 놓고 싶어서 가끔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을 내놓았는지 둘러보곤 했다. 소개 글에 이 원룸 말고도 다른 원룸이 많으니 연락 달라는 글을 보고 에어비엔비가 초기와 달리 변질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공유 경제에 대한 나의 얕은 지식으로는 현상적인 측면에 대해서 밖에 이야기해 줄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한국에 와서 공유경제를 검색해보니 공유경제의 과도한 상업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쓴 글이 많았다. 공유 경제 플랫폼이 초기에는 일반인의 유휴 노동력이나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순기능을 잃고 기존 사업자 집단까지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에어비엔비의 경우 초기에는 일반인들이 남는 방을 대여해주던 형태였는데, 현재는 부동산을 구입해서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오피스텔을 전세로 여러 채 빌린 후, 에어비엔비로 수익을 거두며 세금은 내지 않는 문제점이 보도됐다. 심지어 미국 뉴욕에서는 에어비엔비에 등재된 호스트 중 6%에 불과한 기존 상업용 숙박업주들이 뉴욕 숙박지의 3분의 1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어비엔비의 좋은 점은 저렴한 가격도 있지만 게스트와 호스트간의 교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싼 값에 방만 제공하는 호스트가 늘어난다면, 기존 숙박 서비스와 비교해서 에어비엔비의 차별점이나 매력도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서비스가 주는 가치에 집중해야

반면 트립은 초기 서비스 가치를 잘 지켜가고 있었다. 트립의 창립자들은 여행을 할 때 누군가와 경험을 나누는 것이 여행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서 혼자 또는 소규모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Triip’이라는 서비스 명은 이러한 그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2개의 i는 여행자와 가이드를 각각 뜻한다. 트립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연결해 경험을 공유하고 지역여행을 발전시키며 문화를 보존하는 활동인 것이다. 앞으로도 트립이 너무 상업화되지 않고 그들의 서비스 가치를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항 픽업 서비스는 받지 못했지만, 덕분에 맛있는 식사와 공유 경제에 대한 풍성한 대화로 초대해 준 트립과 사이공 러버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 번 호치민 출장 때는 우리가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진심으로 인사말을 전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출장 일정이 모두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날 아침, 비행기 티켓을 이틀 후로 변경했다. 빡빡한 출장 일정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트립과 사이공러버스의 여행 상품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점은 환불과 사과 몇 마디면 충분했을 텐데, 진심 어린 편지와 저녁 식사까지 대접해 준 그들의 서비스가 궁금했고 그 호의에 나도 보답하고 싶었다. 

 

공유 경제 서비스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이러한 사람 간의 온기가 아닐까

 

글.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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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what you look at that matters, it's what you see. - Henry David Thore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