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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논란’으로 살펴본 국가대표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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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 김홍열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운동선수에게 ‘국가대표’ 만큼 영광스러운 자리가 또 있을까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국가대표가 되기를 꿈꿉니다. 이에 운동을 업으로 하는 많은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 서기 위해 고된 훈련을 견디며 경쟁하죠. ‘양궁’의 경우 국가대표 선발전 경쟁이 워낙 치열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올림픽 우승보다 더 어렵다는 여담도 전해지죠.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면 한국 대표로 국제무대에 설 수 있다는 명예뿐 아니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CF 촬영을 하기도 하고 기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부를 얻기도 하죠.


부와 명예가 함께 따라오는 만큼 국가대표 선수에게는 그 자리에 걸맞은 책임감과 도덕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 선수가 국가대표로서의 명예를 지키지 못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노리치시티) 선수인데요. 황의조 선수(이하 황의조)가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국가대표 선수라면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불법 촬영 혐의 피의자 된 황의조…피해자와 진술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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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 대 싱가포르 경기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을 넣었다. (뉴시스)

논란은 한 영상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6월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A 씨는 “황의조가 여러 여성과 사귈 것처럼 행세하며 여성들과 잠자리를 갖고 동의하지 않은 수많은 영상과 사진을 남겼다”며 SNS에 ‘황의조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영상에는 황의조와 B 씨의 성관계 장면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런데 황의조와 B 씨의 주장은 엇갈렸습니다. 황의조 측에서는 “연인과 합의하에 영상을 촬영했으며 이를 유포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한 반면, B 씨 측에서는 “당초 촬영을 동의한 바가 없으며 영상 촬영 소식을 접한 후 싫다는 의사를 밝히고 삭제를 요청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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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 중 황의조와 피해자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도 관련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수사가 진행되던 중 22일 놀라운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SNS에 ‘황의조 영상’을 올렸던 A 씨가 황의조의 친형수였던 것입니다. A 씨는 평소 황의조와 가깝게 지내던 인물로 해외 출장이나 훈련에도 동행하며 황의조를 서포트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식을 접한 모두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B 씨 측에서는 “유포자가 누구인지보다 불법 촬영이라는 범죄 행위와 피해 사실이 중요하다. 불법 촬영을 한 영상을 유포 전에 삭제했더라면 피해자가 인격을 난도질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감독님, 한국 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황의조 경기 출전 두고 오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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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경찰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황의조가 지난 16일과 21일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무대에 오르며 논란이 가중됐습니다. 황의조는 16일 싱가포르와의 경기에서 후반 22분에 조규성을 대신해 투입됐습니다. 그리고 투입 1분 만에 PK를 성공시키며 골을 넣었고요. 21일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후반 27분 조규성을 대신해 교체로 들어갔습니다. 다만, 16일 경기와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황의조가 18일 고소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황의조는 단 며칠 사이, 피의자 조사를 받으며 국제무대에 선 국가대표 선수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22일 “40년 동안 축구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때마다 많은 추측도 있었다”며 “무엇인가 명확히 나오기 전까지는 선수가 경기장에서 기량을 발휘하게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황의조가 나오는 순간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황의조 영구 제명”, “범죄 혐의가 있는 선수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나”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감독이 한국의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국이 아니더라도 세계 어디에서든 국가대표에게는 ‘품위 유지’와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 ‘모범이 될 의무’ 등이 요구됩니다.


실제로 프랑스나 브라질에서 협박 범죄와 성폭행 혐의를 받는 선수를 대표팀에서 제명한 사례도 있고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6조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조항에서는 각급 대표팀원은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정위원회 규정 제3장 14조 역시 체육인으로서의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 공정위를 열어 징계를 심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대표의 무게’ 사회적 물의 일으켜 국가대표 자격 박탈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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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이다영 자매. (뉴시스)

국가대표에게 품위 유지와 사회적 책임, 도덕성 등이 요구됨에 따라 한국에서는 그간 많은 선수들이 각종 논란으로 선수 자격이 중지되거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배구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대표적입니다. 이 자매는 2021년 팀 내 분란은 물론 중학교 시절 저질렀던 학교폭력으로 대중의 질타를 받으며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박탈 당했습니다. 배구협회는 이 자매의 소식을 전하며 “향후 국가대표 지도자 및 선수 선발 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존중하고 준수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국가대표팀에 임할 수 있는 지도자 및 선수만을 선발하겠다”라고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이다영이 자신의 학교폭력 연루 사실을 사과하며 쌍둥이 언니 이재영은 학교폭력 의혹과 무관함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두 사람은 현재 해외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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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정선교 선수. (뉴시스)

스피드 스케이팅의 김민석, 정재웅, 정재원, 정선교도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선수 자격이 정지됐습니다. 이들은 대표팀 훈련 기간 중 음주 및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는데요. 2023년 7월 22일 감독의 허락을 받고 외출한 네 사람은 선수촌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뒤 운전해 선수촌으로 복귀했습니다. 조금의 휴식을 취한 뒤 이들은 동료 선수의 생일 축하를 위해 다시 나갔다가 선수촌 내에서 보도블록 경계석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이에 김민석은 선수 자격정지 1년 6개월, 정재웅은 자격정지 1년, 정선교와 정재원은 각각 자격정지 6개월, 2개월이라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처분과 별개로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김민석과 정재웅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수사도 함께 받았는데요. 두 사람은 모두 8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약식명령에 불복해 최종적으로는 4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약식명령에 불복한 이유는 다음 올림픽 출전에 벌금형 금액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 제10조는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는 사람은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자격을 부여하는 등 벌금형 금액에 따라 국가 대표가 될 수 있는 시기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이들 외에도 2018년 병역특례 봉사활동 실적 허위 제출로 축구 대표팀에서 제명된 장현수 선수나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야구의 안우진 선수 등 논란에 휘말린 선수들 대부분이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국가대표 ’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과 응원을 받는 선수인 만큼 그 자리에 맞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져야겠죠. ‘인성과 사생활 관리도 실력’이라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투데이/최소라 기자 ( chois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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