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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0원’ OTT 구독 서비스에…“기발하다” 환영받는 이유

‘넷플릭스 1일권 600원, 웨이브·티빙·왓챠 1일권 500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판매하는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페이센스’라는 신종 사이트인데요. 이를 두고 국내 OTT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업계는 페이센스의 영업 중단을 요구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거든요.

월 구독권 시장에 ‘쪼개 팔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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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이센스)

페이센스는 지난달 말부터 ‘넷플릭스 하루만 빌려보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내외 OTT 서비스 6종의 1일 이용권을 판매 중입니다.


페이센스의 1일권은 각각 400원에서 600원 사이입니다. 페이센스 가입자가 돈을 내면 페이센스는 미리 만들어둔 OTT 계정을 공유해주는 방식입니다. 페이센스는 미리 구매해 둔 4인용 프리미엄 이용권을 회원들에게 쪼개서 재판매하는 식인 것이죠.


이렇게 ‘쪼개 팔기’를 하면 페이센스는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13일 기준 1만 7000원인 넷플릭스 프리미엄 계정 한 개를 페이센스가 한 달 동안 보유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페이센스는 매일 이 계정의 1일 이용권을 최대 4명의 회원에게 빌려줄 수 있습니다.


현재 페이센스의 넷플릭스 1일 이용권은 600원입니다. 즉 매일 4명의 소비자에게 넷플릭스 1일 이용권을 빌려주면 하루에 2400원의 수익이, 한 달(30일)이면 7만 2000원의 이익을 얻는 것이죠. 결국, 페이센스는 한 달에 구독료 1만 7000원을 내고 계정 당 5만 5000원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넷플릭스 계정이 아니더라도 페이센스의 계정당 수익은 이 정도 수준일 것입니다. 4인용 이용권이 통상 1만 원 대인 것을 고려하면 페이센스의 계정당 수익은 3만 원은 넘겠죠.

“약관 위반, 부당 이익”...뿔난 국내 OTT 3사

이를 두고 국내 OTT 3사(웨이브·티빙·왓챠)는 ‘계정 공유’를 악용하는 행위라며 칼을 빼들었습니다. 10일 3사는 페이센스에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황입니다.


내용증명은 3사가 각각 발송했지만, 페이센스가 ‘명확한 약관 위반’을 해 민·형사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 동일하게 담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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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약관 (출처= 넷플릭스)

OTT 업체 대부분의 이용 약관에는 ‘이용권의 타인 양도 및 영리 활동 금지’,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관리 책임’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 넷플릭스의 경우 한 가구 내에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사람과 계정을 공유해선 안 된다고 약관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페이센스가 OTT 업체들과 어떤 제휴나 협약도 없이 유료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는 약관 위반이자 부당 이익이란 것입니다. 또 아이디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도 아이디와 비밀번호 관리를 위해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OTT 업계는 페이센스 이용권을 구매한 소비자를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느 계정이 페이센스가 공유한 계정인지 확인할 수 없어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기발한데?” 환영하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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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센스의 슬로건 (출처= 페이센스)

침울한 OTT업계와 달리 소비자들은 페이센스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소비자들은 상당수는 1일 구독권이 ‘기발하다’며 이용권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입니다. 심지어 페이센스에서 서비스에서 인기가 많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이용권은 자주 품절돼 대기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페이센스를 유독 환영하는 이유는 OTT 구독료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OTT 플랫폼이 범람하면서 일명 ‘볼 만한 콘텐츠’들이 각 플랫폼별로 흩어졌습니다. 이에 소비자들은 OTT 플랫폼 별 간판 콘텐츠를 보기 위해 여러 플랫폼을 한꺼번에 구독해야 합니다.


그럼 콘텐츠 한두 개를 위해 굳이 비싼 월 구독료를 여러 번 지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소비자 한 명이 베이직 요금제를 내고 넷플릭스와 티빙을 구독하면 총 1만7400원을 내야합니다. 단 두 플랫폼만 구독해도 2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죠.


그것도 콘텐츠를 ‘정주행’ 하는 소비자라면 구독료는 더욱 아까워집니다. 이용권은 한 달 짜리를 구독했는데 하루 이틀에 걸쳐 콘텐츠를 몰아보고는 사용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페이센스 1일권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느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OTT 업계, 수익모델 붕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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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페이센스 같은 중개 사이트들이 확대될 경우입니다. 중개 사이트 시장이 커지면 OTT 업체들의 수익모델이 한순간 붕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OTT 업계는 가입자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OTT 공룡’으로 불리던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직전 분기보다 유료 가입자 수가 20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가 줄어든 건 2011년 이후 처음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 19 수혜가 끝나고 플랫폼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는데 중개 사이트까지 가세할 경우 OTT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그만큼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수익성이 악화하면 이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번 페이센스가 OTT 시장의 ‘교란’이 될지, 또는 구독료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의 ‘권리’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현재 넷플릭스도 페이센스를 향한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말입니다.


[이투데이/손민지 기자 ( handm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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