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24.4도·철원 -21.7도…알래스카보다 추운 한국 냉동고 날씨, 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눈을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 조현호 기자 hyunho@ |
올겨울 최고 수준의 한파가 불어닥쳤습니다. 2010년 한파 경보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전국 동시 한파 경보가 내릴 정도의 강추위입니다.
14일 강원도 설악산의 온도계는 영하 24.4도를 기록했는데요. 추운 기후로 유명한 알래스카나 러시아보다도 낮은 기록입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동장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요?
따뜻한 늦가을 뒤 기온 ‘뚝’
11월 하순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를 기록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수능 한파’도 없었습니다. 지난달 20일에는 최고기온이 20도에 육박해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관찰됐죠. 11월 평균 최고기온은 16.5도로 1973년 이후 역대 최고로 높았습니다.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잦았던 것이 원인입니다.
그런데 열흘 뒤인 30일에는 하루 사이 기온이 15도 이상 내려가며 한파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3일 따뜻하면 4일 춥다던 한국의 ‘삼한사온’ 규칙을 깬 갑작스러운 맹추위였는데요. 기온은 이때부터 하락을 거듭해 나날이 올겨울 최저기온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고기압(붉은 원) 사이 낀 차가운 저기압(파란 원). 저기압 우측에 한반도가 보인다. (출처=기상청 홈페이지) |
범인은 저기압…‘북극진동’이 만들고 ‘블로킹’이 유지하고
기온이 갑작스럽게 변한 건 기압 배치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12월에 접어들며 북극에 따뜻한 고기압이 위치하고 한반도 일대에는 차가운 상층 저기압이 내려왔습니다. 이 저기압이 동시베리아의 찬 공기를 한반도에 주기적으로 내려보내 한파가 발생했죠.
‘북극진동’ 현상을 관찰해보면 이를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북극진동이란 제트기류가 강약을 되풀이하는 것을 뜻합니다. 제트기류는 시속 100~200㎞에 이르는 매우 빠른 공기의 흐름을 말하는데요. 12월 초부터 북극진동이 강한 음(-)의 진동을 보입니다.
이는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는 뜻입니다. 북극 일대를 소용돌이치며 냉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까지 남하해 최근의 한파를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블로킹’은 한파의 지속에 영향을 줍니다. 한반도와 동시베리아에 위치한 저기압은 이동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반(反)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북쪽의 찬 공기를 우리나라로 주기적으로 내려보냅니다.
저기압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건 저기압 양쪽에서 고기압이 샌드위치처럼 저기압 공기를 가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갈 데 없는 저기압이 언제까지 갇혀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행인 점은 고기압이 찬 공기를 완전히 가둔 것이 아니라 저지 중인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상 기후일까?…따뜻하면 눈, 추우면 한파
이례적인 최근의 한파이지만, 이상 기후는 아닙니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번 한파를 “기압계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 기상 변화”라고 설명합니다. 박 분석관은 “(최근 한파가) 아주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고 겨울철에 충분히 나타나는 기압계 상의 패턴들이기 때문”이라며 “통계의 범위 안에 있다고 보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최근의 기상 현상은 기압계에 따라 뚜렷한 경향을 보입니다. 따뜻하면 서울 일대에 적설과 안개가 내리고, 추워지면 내륙 한파와 서해안 일대 적설이 관측됩니다. 이는 겨울이면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올겨울에는 특히나 뚜렷한 양상이 관측됩니다. 15일에도 중부지방에 내린 최대 8㎝의 눈이 오후부터 그치며 기온이 올라갈 전망입니다.
14일 5~10㎝의 눈이 내린 강원 원주시(연합뉴스) |
이 추위, 언제까지 이어질까?
15일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대설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내렸습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는 한파 경보가 발령됐죠. 강추위는 이번 주말에 정점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강한 추위와 눈이 예고됐죠.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대설특보까지 발표될 수 있습니다.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중국 쪽으로 확장하며 찬 공기가 다시 서해 바다를 지나면서 눈구름 떼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온도 급강하해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이 전망됩니다. 한파 특보가 확대될 가능성까지 보입니다.
다음 주 초 서울의 기온은 -1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강풍으로 체감 기온은 더 낮을 전망입니다. 기상청은 체감 기온이 낮으므로 건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이후 20~21일 사이 기온이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따뜻해지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한파는 이번 겨울 내내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투데이/유채연 기자 (yucha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