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머스크, 천재성과 도덕성은 반비례?…누가 그를 괴짜로 만들었나

이투데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아내 니콜 섀너핸과의 이혼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소식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이 함께 거론됐는데요. 그가 두 사람의 이혼에 결정적 이유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16일(현지시간)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법원 기록을 인용해 5월 26일 브린과 섀너핸의 이혼이 승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사람은 2018년 11월 결혼식을 올린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됐죠.


재산 분할과 변호사 비용 등은 결혼 전 합의했던 내용에 따라 이뤄졌다는 설명입니다. 둘 사이에 생긴 4살 딸의 양육비 등도 합의가 이뤄졌으나, 구체적인 금액 등은 알려지지 않았죠.


이들의 이혼은 다름 아닌 섀너핸과 머스크의 ‘불륜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현지 매체들은 이혼 소송을 제기한 브린에 대해 “머스크와 아내의 ‘짧은 만남’에 대해 알게 된 지 몇 주 후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뿐 아니라 우주기업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등 6개 기업을 통솔하는 세계 최고의 부자입니다. 막강한 기술 권력과 함께 나라 간 갈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를 수식하는 단어로는 ‘기행’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머스크는 수많은 구설을 빚으며 ‘오너 리스크’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듭(?)났는데요. 불륜설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죠.

이투데이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2018년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에 당시 아내였던 니콜 섀너핸과 함께 참석한 모습. (AP/뉴시스)

WSJ “머스크, 절친 아내와 불륜”…머스크 “완전히 헛소리”

지난해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수의 취재원을 인용해 섀너핸이 머스크와 2021년 12월 불륜을 저질렀다고 보도해 화제를 빚었습니다.


브린과 섀너핸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와 딸의 육아 문제 등으로 그해 가을부터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요. 그해 12월 초 마이애미에서 열린 행사에서 섀너핸이 머스크와 만나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불륜이 브린과 섀너핸의 이혼 소송의 원인이 됐고, 머스크와 브린의 관계도 단절됐다는 전언입니다. 브린은 이듬해 1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법원에 ‘타협할 수 없는’ 차이를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죠.


무엇보다 세간에 놀라움을 안긴 건 머스크와 브린이 ‘절친’ 사이였다는 겁니다. 머스크는 브린의 실리콘밸리 자택에서 정기적으로 자고 갈 만큼 오랫동안 가까운 친구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머스크에게 50만 달러를 선뜻 내놓은 적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2015년 테슬라의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 한 대를 브린에게 선물하기도 했죠.


다만, 머스크는 “완전한 헛소리”라며 “니콜을 3년 동안 단 두 번 봤을 뿐, 로맨틱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이어 “WSJ은 저널리즘의 높은 기준을 갖고 있다고 봤는데, 지금 그들은 하류 타블로이드지”라고 매체를 비난하기도 했죠.


또 다른 글에서는 브린과 자신이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리고 “어제 오후 세르게이와 나의 모습”이라며 “한 장의 사진은 1000개의 트윗보다 더 가치 있다”고 전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미디어는 클릭 수를 극대화하는 기계이며, 나와 관련된 이야기는 클릭 수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투데이

시본 질리스(왼쪽)와 일론 머스크가 그들의 쌍둥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처=월터 아이작슨 X(옛 트위터))

머스크는 양치기 소년?…대중 시선 곱지 않아

그러나 대중과 테크 업계는 머스크의 연이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머스크는 부하 직원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두기도 했고, 투자 번복 등 오락가락 어지러운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죠.


먼저 머스크는 3명의 여성 사이에서 현재 10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캐나다 작가 저스틴 윌슨과 자녀 6명을 두고 있고,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와의 사이에선 아들 둘과 딸 한 명을 낳았습니다. 두 사람은 2018년 교제를 시작했지만,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완전히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라임스는 지난달 9일 외신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와의 이별에 관해 “인생 최고의 ‘인턴십’ 같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머스크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 뉴럴링크 직원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하다가, 임원인 시본 질리스에게 정자를 기증하겠다고 제안한 이야기는 상식을 뛰어넘습니다. 질리스는 머스크의 제안에 동의했고, 체외 수정을 통해 2021년 이란성 남녀 쌍둥이를 낳았죠.


지난해 5월엔 머스크가 2016년 스페이스X 제트기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신망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또 머스크가 불륜설 관련 보도를 내보낸 WSJ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았다는 점, 브린이 지난해 재정 고문들에게 그동안 머스크의 회사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분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사실 등이 불륜 의혹을 가중했죠.


다만 머스크는 WSJ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지 않는 이유로 “공인으로서 언론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은 승소 기준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언론은 내가 사탄이라고 말할 수 있고 ‘소식통’은 그들의 초능력자”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투데이

책 ‘일론 머스크’ 표지 사진. (출처=사이먼 앤드 슈스터 제공/AP/뉴시스)

“괴팍함 없었다면 지금의 머스크 있었을까”…양면적 평가 공존

최근 출간된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21세기 북스)를 쓴 저자 월터 아이작슨 역시 머스크를 신랄하게 묘사했습니다. 아이작슨은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머스크를 2년 넘게 따라다니고, 주변 사람들 130여 명을 밀착 인터뷰했는데요. 머스크의 어린 시절에 대한 언급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머스크의 아버지는 한 시간 넘게 자녀들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또래 소년들에게 매일 두들겨 맞는 생존 캠프에도 자녀들을 보냈다고 합니다. 전기에는 머스크가 부친의 극단적인 성격 일부를 닮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실렸습니다. 또 결혼하거나 사귄 여러 여성과의 관계도 불안정했으며, 특히 배우 조니 뎁의 전 부인 앰버 허드와의 교제는 가장 고통스러운 연애였던 것으로 묘사됐죠.


아이작슨은 머스크를 “매우 높은 위험 감수, 극적인 상황에 대한 열망, 서사적 사명감, 광적인 성격을 지닌 강인하면서도 여린 남자아이”라고 일컬으며 유년 시절 학대당한 경험이 지금의 성격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족 관계에 대해서는 ‘인구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짚었죠.


그러나 머스크 특유의 성격은 성공의 동력으로도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쓰기도 한 아이작슨은 잡스와 머스크를 비교하면서 ‘비슷한 듯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직원들을 미치게 만들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게 만들기도 하는 ‘현실 왜곡장’을 갖춘, 똑똑하지만 까다로운 보스라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며 그는 잡스처럼 “동료든 경쟁자든 모두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그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우리를 전기차의 미래로, 그리고 화성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죠.


연일 상상 밖의 기행으로 대중을 놀라게 하는 머스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특유의 성격이 그를 도전 정신이 충만한 기업인으로 만들었다는 건데요. 괴짜와 혁신가 사이를 오가는 머스크로 인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기업들의 주가는 자주 롤러코스터를 타곤 합니다. 트위터 인수와 테슬라 지분 매각 과정, 민주당을 직격한 발언 등에서 머스크의 ‘오너 리스크’는 충분히 입증(?)됐습니다. 그러나 머스크가 최근까지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종합격투기 시합을 벌이겠다고 몇 달간 언쟁을 이어온 걸 고려해보면, 머스크발 오너 리스크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 yxxj@etoday.co.kr)]

오늘의 실시간
BEST
etoday
채널명
이투데이
소개글
세상을 읽는 진실의 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