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가봤습니다...청와대 출입기자도 몰랐던 비밀 포인트
박민규 기자(@pmk8989) 청와대 입장 전 영빈문 앞 |
11일 아침 6시 50분경, 청와대 입구 중 하나인 영빈문 앞에는 300명이 족히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청와대 개방 이튿날 마수걸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있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유모차와 만삭의 배를 쓰다듬고 있는 임신부도 보였다. 몇몇은 꽤 전문적인 장비로 입구 전경을 담고 있었다.
외국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반려견 입장도 허용돼 청와대 일대를 쏘다니는 강아지를 보며 “우리 애도 데려올 걸...”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렸다.
박민규 기자(@pmk8989) 청와대에 입장하는 관람객들 |
이윽고 굳게 닫혀있던 영빈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청와대 내부로 들어섰다. 갑작스레 인파가 몰리자 안내 요원들은 여러 차례 “천천히 이동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현장은 놀이공원 개장을 방불케 했다.
청와대 방문객 입장은 영빈문 뿐만 아니라 본관 측 정문, 춘추관 쪽에 있는 춘추문 등에서도 이뤄진다.
영빈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영빈관이 나오지만 방문객들은 오른쪽에 마련된 안내 책자를 받기 위해 종합안내소로 향했다. 입장은 여러 줄로 나뉘어 질서정연하게 진행됐으나 종합안내소 책자 배부는 그렇지 않아 잠시 혼잡이 빚어졌다.
박민규 기자(@pmk8989) 청와대 영빈관 전경. |
영빈관은 해외 국빈 방문 시 공연과 만찬 등 공식행사와 100명 규모 이상 큰 회의를 진행하던 장소다. 18개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웅장한 크기로 우뚝 서 있었다.
큰 건물인 탓에 영빈관 가까이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던 시민 중 일부는 “카메라에 건물이 다 안 담긴다”며 한참을 뒤로 가기도 했다.
영빈관 오른편에 마련된 통로를 통해 청와대 본관과 대정원으로 이동했다. 몇몇 방문객은 본관으로 이동하는 오르막길 뒤로 영빈관, 인왕산 일부가 보이는 전경이 펼쳐지자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박민규 기자(@pmk8989) 청와대 대정원과 본관 |
낮은 오르막을 오르자 대정원과 청와대를 상징하는 본관이 드러났다.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대정원 안으로의 진입은 금지됐다.
본관 건물의 파란 지붕을 보며 ‘청와’의 뜻을 설명하는 어머니와 이를 흥미로운 눈으로 들으며 대답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너도나도 스팟을 잡아 사진을 찍고 있어 카메라 피해 다니는 게 일이었다. 사진에서는 새파랗게 보였던 본관 지붕은 에메랄드빛에 더 가까웠다.
박민규 기자(@pmk8989) 청와대 본관에서 바라보는 서울 전경 |
본관 맞은편 대정원을 배경으로 서면 고즈넉한 나무들 뒤로 서울N타워를 비롯한 도시 전경이 펼쳐진다. 한 방문객은 “(역대 대통령들이) 좋은 데서 일했구나”라며 탄성을 질렀다.
박민규 기자(@pmk8989) 소정원 한켠에 조성된 대나무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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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에서 관저로 이동하는 사이에는 소정원이 있었다. 그러나 따로 안내 표지가 없는 탓인지 소정원을 들르는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파에 지친 방문객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였다. 산책로 느낌으로 꾸며진 소정원은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었다. 작은 대나무 숲도 조성돼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입장객들이 많았다.
소정원을 지나면 청와대 경무대(구 본관) 터가 나온다. 경무대는 1939년 일제가 총독관사로 건립한 건물로, 해방 후 미군정 사령관 숙소와 이승만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로 사용됐으나 1990년과 1991년 관저와 본관 건물이 차례로 완공되며 쓰임새를 잃었다. 이후 1993년 철거되며 옛 지형으로 복원됐다.
구 본관 터 옆에는 관람객 휴게실이 자리했다. 그러나 내부에는 간이 의자만 몇 개 놓여 있었고, 정수기 물통 역시 비어 있었다.
박민규 기자(@pmk8989) 청와대 관저 본채 |
구 본관 터를 지나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지나 도착한 관저에는 앞서 도착한 방문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인수문은 드나드는 사람은 어질고 장수하는 문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문을 넘어 들어선 관저는 본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돼 고즈넉한 한옥 양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한 입장객은 인수문과 그 안으로 보이는 관저를 보고는 “대궐같이 해뒀다”고 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혼자 여기서 지냈으니 외로웠겠다”고 평했다. “윤석열은 이런 곳을 마다해버렸으니...”라는 등 혀를 차며 관저를 나서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입장객은 “그저께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던 곳인데 보고 있으니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저 마당에는 텃밭과 화분이 남아 있는 등 아직 생활 내가 남아있었다. 개방 첫날에는 본채 창문을 들여다보거나 마당에 놓인 의자 한 쌍에 앉을 수 있는 등 더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관저 마당에 들어갈 수 없었고, 관저 건물에서도 5~10m가량만 접근할 수 있게 통제해둔 상태였다.
박민규 기자(@pmk8989) 오운정과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
본관 옆 편으로는 오운정,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등 문화 유적과 전망대 전경을 볼 수 있는 경내산책로인 성곽로가 있다.
오운정은 경복궁 후원에 휴식을 위해 지은 정자로 본래 더 아래에 있었지만, 1989년 새 관저를 지으며 관저 뒤편으로 이전됐다. 사방에 문을 내 문을 낸 형태로, 현재는 모든 문을 닫아 내부를 볼 수 없게 돼 있다.
미남불은 보물 제1977호로 자비로운 얼굴과 균형 잡힌 신체, 풍부한 양감 등으로 인해 ‘미남불’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일제에 의해 총독 서울로 옮겨졌다. 불상을 보며 합장하는 입장객이 눈길을 끌었다.
박민규 기자(@pmk8989) 청와대 경내 산책로(성곽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
성곽로를 오르는 길은 등산을 방불케 했다. 성곽로에는 방향마다 조성된 전망대가 있어 서울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남산전망대를 통해 서울 도심을 바라보니 서울N타워를 비롯해 잠실 롯데타워까지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성곽로를 따라 청와대 외곽을 돌면 다시 영빈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 본관도 접하게 되는데, 접근이 제한된 본관 뒤편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된다.
박민규 기자(@pmk8989) 침류각 전경. |
관저에서 성곽로로 가지 않고 춘추관 방면으로 내려가면 자연스레 침류각도 들러볼 수 있다. 침류각은 1900년대 초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누각 건물이다. 지금의 청와대 본관 자리에 있었으나 1989년 본관 설립 착수와 함께 지금의 자리로 이전됐다.
박민규 기자(@pmk8989) 상춘재 전경 |
침류각에서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상춘재가 나온다. 1978년 건축된 목조 한옥 건물인 상춘재는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 회의 장소 등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박민규 기자(@pmk8989) 녹지원 전경 |
상춘재 옆에는 녹지원이 있다. 역대 대통령 기념식수 등 120여 종의 나무로 조성된 녹지원은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힌다. 다만 연못과 녹지가 많은 탓인지 날벌레가 많아 오랜 기간 머물 수 없었다. 상춘재와 녹지원을 둘러싼 나무 중에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심은 기념 식수들을 종종 마주할 수 있었다.
박민규 기자(@pmk8989) 춘추관 앞 헬기 착륙장 앞에 조성된 간이 텐트에서 입장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영빈문에서 시작하는 관람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한 춘추관 앞 헬기착륙장에는 간이텐트와 평상 등을 설치하고, 쿠션 등을 비치해 입장객이 쉴 수 있는 공간이 꾸며져 있었다. 입장객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이날 청와대 관람을 위해 전날 부산과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입장객들은 “(청와대가) 개방하니 참 좋다”며 “관저가 대궐처럼 돼 있어 참 좋긴 한데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확실히 소통이 어려워 보인다”고 평했다. 또한, “넓은 관람 경로에 비해 물을 마시는 등 쉼터 공간이 없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관과 관저, 영빈관 등 청와대 내 시설 내부 입장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개방 전날까지 업무가 이뤄졌던 공간들인 만큼 집기 이전과 내부 정비에 시간이 필요하고, 그 외 시설들도 훼손을 막기 위해 정비를 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의 설명이다. 내부 정리 및 정비가 끝나면 내부 공개도 할 방침이라고 TF는 전했다.
[이투데이/박민규 기자 ( pmk8989@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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