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고 사투리 쓴다고 ‘왕따 당한 아이’가 결국 선택한 길
여러분은 살면서 ‘이 사람의 이런 성격은 닮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많은 성격들 중 의지와 끈기가 강한 성격을 갖춘 인물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될 것 같은데요. 오늘 만나볼 인물 역시 우울한 학창 시절을 겪었으나 성장 후 넘치는 패기로 오뚝이 같은 행동을 보여주어 많은 이들의 우상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는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요?
경북 포항 학교 짱
→ 왕따의 대상
정찬성은 1987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학교 짱’이 될 만큼 싸움을 잘하는 소년이었죠. 중학교 땐 집안 사정으로 남양주로 이사를 하면서 전학을 갔는데요. 중학교 안에서는 키가 작고 삐쩍 마른 체형에다 포항 사투리를 써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했습니다. 정찬성은 점점 내성적으로 변해갔죠. 이를 안타깝게 본 그의 이모는 정찬성이 중학교 2학년이 됐을 때 합기도를 권유합니다. 조카가 힘을 키우고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를 바라서였죠.
태어나서 처음 운동을 배우기 시작한 정찬성은 운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고등학생 땐 요리학원과 체육관 중 어디를 다닐까 고민하다가 체육관을 선택했는데요. 체육관에서 실전에 가까운 격투기를 배우면서 ‘격투기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됩니다. 잠도 안 자고 매일 자정까지 연습을 해서 이때부터 ‘좀비’라고 불리기 시작했죠.
월세 18만 원짜리
고시원 생활
격투기에 푹 빠진 정찬성은 운동으로 미래를 개척하고자 했습니다. 진학도 경북 과학대 이종격투기 학과로 향하면서 아마추어 킥복싱 선수 활동과 대학생활을 병행했죠. 졸업 후에는 종합격투기 팀 ‘코리안탑팀’에 들어가 레슬링까지 익혔습니다.
2006년부터 정찬성은 본격적으로 격투기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그는 후원자가 따로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생활비와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호프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데요. 알바와 더불어 월세 18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지내는 신세임에도 정찬성은 페이가 적든, 많든 싸울 수 있는 무대라면 가리지 않고 출전했죠. 그는 ‘횡성한우축제’ 같은 이벤트 경기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코리안좀비
2008년 일본으로 건너가 많은 경기에 출전한 정찬성은 자신의 이름을 슬슬 알리나 싶었으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2010년 초까지 무명시절을 겪어야만 했죠. 그랬던 그는 ‘WEC 48’에 출전하여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됐는데요. 정찬성은 해당 경기에서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선수와 15분간 화끈한 난타전을 벌였고, 막강한 펀치로 가르시아 선수의 마우스피스를 날려버리면서 자신을 각인시켰죠.
그리고 정찬성은 다음 해에 UFC에 출전하여 마크 호미닉 선수를 7초 만에 KO 시켰는데요.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상대방을 쓰러트린 후 파운딩 세례를 퍼부어서 충격과 공포로 떠올랐죠. 이러한 정찬성의 ‘난타’ 스타일은 그를 대표하는 플레이 스타일로 꼽히게 됐습니다.
코리안 좀비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사람?
정찬성은 아시아 최초로 UFC 타이틀에 도전하고 UFC 페더급 세계 랭킹 4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지만, 그런 그도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바로 3살 연상의 아내 박선영입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둘은 2012년부터 교제를 시작했는데요. 당시 정찬성은 종합격투기 선수라는 사실에 아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배드민턴 선수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길을 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싸인 요청을 하자 아내는 의심을 했죠. 그녀는 “아니 얼마나 유명하길래 사람들이 사인 요구를 하냐?”라고 질문했는데요. 정찬성은 “내가 예전에 이용대 선수와 시합에 나간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기억하는 것 같다”라고 둘러댔죠.
나중에 진짜 직업이 밝혀졌지만 둘의 마음은 깊어져 있었습니다. 박선영은 각종 알바를 하고 고시원 생활까지 겪었던 정찬성의 안식처가 돼주고 싶다고 느꼈죠. 안쓰러운 마음에 신경을 써주다가 사랑이 깊어져 둘은 2년 후 결혼을 올리게 됐습니다. 현재 둘은 세 자녀를 두고 함께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정찬성은 자신의 곁에 있어준 아내를 보며 “20대에는 나만을 위해 싸웠다면 이제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싸우겠다”라고 고백했습니다.
특이한 소속사 선택
정찬성의 소속사는 특이하게도 래퍼 박재범이 대표로 있는 힙합 레이블 AOMG입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을 다니던 동갑내기 박재범에게 2018년에 광고와 관련해 상의하다가 한 식구가 됐죠. 정찬성은 처음에 자신이 운동선수임에도 영입 제의를 하는 박재범이 의심스러웠지만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돈 안 벌어줘도 된다. 이미 내가 많이 벌고 잘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네가 가는 길을 도와줄 것이다.”라는 말에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AOMG 대표 박재범은 정찬성을 열심히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스폰서를 직접 구해서 오르테가와의 대전을 위한 트레이닝 비용, 경기비 등 1억 6천만 원 이상을 해결해 줬죠. 정찬성은 “내가 진짜 돈을 벌어주지 못하는데도 박재범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라며 박재범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에 박재범은 “경기에서 지는 모습을 보고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누구든 잘 되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식구라면 잘 되든 못되든 같이해야 한다”라고 든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4월 복귀 시동
정찬성은 운동복은 물론이고 치아 보호를 위해 입에 무는 마우스피스에도 태극 문양을 새겼습니다. 로마 검투사들은 죽는 순간까지 명예를 위해 싸웠던 것처럼 그 역시 스스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링에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태극기를 새긴 것입니다.
정찬성은 2020년 브라이언 오르테가와의 대결에선 아쉽게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바로 다음 출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다음 상대로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를 지목하고 UFC에 4월 출전 희망 의사를 전달했죠. 그의 패기와 의지가 부디 승리의 여신에게 전해져서 다음 경기에선 꼭 승리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