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5G 도입 때문에 LTE 속도 느려졌다?
지난 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개통
뉴스 접한 일부 네티즌 "5G 때문에 LTE 느려진다"
주파수 기술과 이동통신사 살펴보니…'전혀 사실 아님'
지난 5일 SKT 직영점에서 5G 스마트폰 개통 대기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
지난 3일 한국은 '세계 최초 일반용 5G 개통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당초 예정됐던 개통 개시일은 4월 5일이었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이 5G 스마트폰 개통을 예정보다 서두른 이유는 "미국 버라이즌 통신사에서 4일에 5G를 상용화한다"는 외신 보도 때문이었다. 보도를 접한 정부와 이동통신 3사는 의견 교환 끝에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을 긴급 조달했다. 이후 밤 11시에 3사 모두 5G 스마트폰 최초 개통을 발표했다. SKT에서는 김연아, 엑소 등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개통했다고 밝혔다. KT와 LG U+도 잇따라 직원 가족, 유튜버와 함께 개통 소식을 홍보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5G 스마트폰 개통은 예정대로 5일부터 시작됐다.
국내 5G 최초 개통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LTE 속도가 느려졌다"고 주장했다. (자료=네이버 뉴스 댓글 갈무리) |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기 위해 늦은 밤 개통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다 보니, 이튿날 아침 언론 보도를 통해 개통 사실을 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5G 최초 개통을 보도한 온라인 기사 댓글 창에서는 "5G 때문에 4G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다", "4G 속도제한 걸지 말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이 주장처럼 5G 서비스 개시가 기존 4G(이하 LTE) 속도에 영향을 미칠까? 이데일리 스냅타임에서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5G 주파수 대역과 폭…LTE와 상이
삼성에서 지난해 발표한 '5G 국제 표준의 이해'에 따르면 5G와 LTE의 주파수 대역, 폭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서비스 중인 LTE는 850MHz부터 2.6GHz까지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새로 시작된 5G 서비스는 보다 높은 3.5GHz와 28GHz 대역을 이용한다. 일부 비슷한 구간이 있었던 3G-LTE 관계와 달리 대역 차이가 크다.
지난해 6월 이동통신 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파수 경매에서 각각 3.5GHz와 28GHz 대역을 낙찰받았다. 그 중 3.5GHz 주파수 대역에서 LG U+는 3.42~3.50GHz 구간을, KT는 3.60~3.70GHz 구간을 차지했다. 가장 높은 가격으로 낙찰한 SKT는 3.60~3.70GHz 구간을 얻었다. 한편 28GHz 대역에서는 KT가 2078억 원의 최종 낙찰가로 26.5~27.3GHz 구간을 배정 받았다. 이어 SKT가 2073억 원으로 28.1~28.9GHz를, LG U+가 2072억 원으로 27.3~28.1GHz를 가져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통신 3사 관계자들과 함께 5G망 구축 현황을 직접 살펴보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대역폭(bandwidth)도 LTE와 차이가 크다. 기존의 LTE는 채널 수당 최대 20MHz의 폭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5G는 통신사마다 다르지만 3.5GHz 대역을 기준으로 약 80~100MHz의 폭으로 제공되고 있다. 한편 28GHz 대역에서는 이동통신 3사 모두 약 800MHz로 동일한 폭을 배정 받았다.
앞서 살펴봤던 삼성의 발표 자료에서는 4G와 5G를 연동한 시험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 2017년 9월 삼성은 SKT와 함께 도심 환경에서 두 기술을 동시에 지원하는 단말기를 차량에 설치했다. 시험 결과 차량에 장착된 연동 단말기는 주행 중에도 끊김 현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LTE 이용자 다수…이통사는 "사실무근"
이동통신사도 "5G 서비스 개통으로 인해 LTE 속도가 느려진다"는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LTE 기지국이 기존에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5G 기지국이 구축된 상태"라며 "LTE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인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두 기술의 기준과 기지국이 다른 상태에서 전혀 다른 장비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파수 차이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했다. 관계자는 "지난해 낙찰된 5G 주파수 또한 LTE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LTE 속도 저하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
SKT 관계자는 "비록 5G가 도입되긴 했지만, 아직도 LTE 고객들의 사용량이 90% 이상"이라면서 "그렇다 보니 지금도 LTE는 중요한 망"이라고 밝혔다. 만약 5G 도입으로 LTE 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용자들의 항의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LTE 속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속도 기술도 여전히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5G 표준 규격도 LTE 속도를 간과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 규격 중 5G만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SA(Standalone) 방식은 아직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수를 차지하는 LTE 이용자들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동통신사들은 5G와 LTE를 함께 서비스하는 NSA(Non-standalone)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신호가 LTE 망으로 먼저 전송되어, 데이터 제공 방식에 5G 기술이 따로 적용되는 규격이다. 즉 5G를 이용하려면 LTE도 필수로 작동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LTE 망의 품질을 저하 시키거나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며, LTE 속도가 느려지면 동시에 5G 속도도 감소하게 될 수도 있다.
이통 3사가 세계 최초 일반용 5G 서비스를 조기 개통한 가운데 건물 외벽에서 5G 단말기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LTE 속도 느려졌다?
온라인 뉴스 댓글에서 제기된 "5G 때문에 LTE 속도가 느려진다"는 발언을 검증하기 위해 주파수 자료와 이동통신사 관계자 발언을 살펴봤다. 지난해 삼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G와 4G LTE가 이용하고 있는 주파수는 대역과 폭, 방식이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5G와 LTE의 기지국과 장비가 전혀 다르다"며 댓글 주장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또 "여전히 LTE 이용자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NSA 방식을 채택한 5G 기술 방식이 LTE 속도를 간과할 수 없다"라고도 밝혔다. 일부 통신사에서는 LTE 기술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G 스마트폰이 개통되기 시작했지만 LTE 속도를 낮추거나 서비스를 축소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구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