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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앉은 손님 몰래 '찰칵'…불법촬영 시각지대 '통유리 카페'

내부 훤히 보이는 통유리 카페 2층 불법촬영

"짧은 옷 입은 날엔 창가자리 피한다" 토로

경찰 "현행범 적발 아니면 확인 어려워”

"창가 아래쪽만 가려도 걱정 덜할 것" 의견도

창가 앉은 손님 몰래 '찰칵'…불법촬

대학원생 최모(여·27)씨는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2층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을 한 남성이 몰래 촬영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최씨는 괜한 의심은 아닌지 고민하다가 카페 밖으로 나갔지만 남성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최씨는 “고민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내려갔는데 그 사이에 사라지고 없었다”며 “그 이후로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창가 자리는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창가에 앉는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거나 불쾌하게 쳐다보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불법촬영 문제(일명 ‘몰래카메라’)와 맞물리면서 “이제는 창가에 앉기도 겁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고정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고 건물 밖에서 찍는 불법촬영의 경우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치마 입은 날엔 창가 자리 일부러 피해”

‘통유리’ 카페는 서울시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기자가 서울시내를 직접 돌아본 결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거리에선 나란히 위치한 카페 네 곳이 모두 통유리여서 올려다보면 2층 창가 자리에 손님이 빼곡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2)씨는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날엔 바깥에서 누군가 훔쳐보거나 사진을 찍을까 봐 불안하고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윤모(24)씨도 “아무래도 밖에서 치마 속이 보일까 봐 불안해서 창가에 앉을 땐 겉옷을 덮는다”고 말했다.


카페 뿐 아니라 외벽을 통유리로 꾸며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노래방들도 마찬가지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노래방 역시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특히 이곳은 방마다 2층 침대처럼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앉을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마련해 놓았다. 이 때문에 행인들이 지나가는 동안 노래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드나들면서 움직이는 모습이 유리창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된다.


김모(21·여)씨는 “불편을 토로하면 그런 장소에 안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짧은 치마를 입은 사람도 마음 편하게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강남역 등 주요 번화가에 통유리로 된 2층 이상 건물이 많다. 실제로 강남역 카카오프렌즈샵 매장은 2016년 개장 당시 온라인에서 “여성분들 치마 속이 훤히 다 보이니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창가 앉은 손님 몰래 '찰칵'…불법촬

“아니라고 잡아떼면 불법촬영 여부 확인 어려워”

그러나 건물 밖에서 안을 찍는 불법촬영의 경우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서울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출동하긴 하지만 현행범으로 적발하는 게 아니면 불법촬영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건물을 찍으려 했을 뿐이라고 말하면 휴대폰 압수 등의 추가조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카페에선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 통유리 창문 아래쪽에 불투명한 스티커를 붙이거나 탁자를 유리창에서 멀찌감치 떼어놓는 등 보완조치를 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샵 관계자는 “오픈 초기 비슷한 문의가 많아 내부 계단은 불투명 처리를 했는데 외부에서 보이는 문제가 있는지는 몰랐다”며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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