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 터졌다…미국·이란 무력충돌 가시화
이란, 이라크 미군기지 두 곳에 선제 공격
작전명'순교자 솔레이니마니'..강경대응 시사
"미국 보복시 미국 내에서도 대응 이어갈 것"
트럼프, 국가안보팀과 논의…군사 대응할듯
미국·이란 정면충돌 양상, 금융시장 직격탄
8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미군 주둔 이라크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를 겨냥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이란 국영 IRIB 방송의 화면.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
‘중동 화약고’가 터졌다.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선제 발사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란은 이번 작전의 이름을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지었을 정도로 강경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모들과 함께 연설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 연설문을 통해 대(對)이란 공격 수준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보복에는 공격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군사 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란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공격”
로이터통신, AP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8일 오전(현지시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서부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에 수십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날 공격은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사살한데 따른 보복 공격이라고 이란 국영 매체는 전했다. 작전명 자체가 ‘순교자 솔레이마니’다.
이란혁명수비대 측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확인했다. CNN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나 아직 사상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사망자는 나왔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 있는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는 여러모로 상징적인 곳이다. 미군은 지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정권을 축출했을 당시부터 이곳에 주둔해 왔다. 근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였을 때도 이 기지를 기반으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성탄절 때 알아사드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란은 이라크 에르빌에 소재한 미군 기지에도 타격을 가했다고 이란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만약 역내 미국 동맹국들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그들 역시 공격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이어 “강력한 보복은 이번 한 번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이 대응에 나선다면 더 큰 고통을 마주할 것”이라고 했다. CNN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보복 대응할 경우 미국 내에서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은 전쟁과 지역의 불안정을 추구하지 않지만 우리의 권리와 주권을 수호하는데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 공격을 수차례 예고해 왔다.
트럼프 연설 준비중…對이란 공격 가늠자
미국도 비상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신속히 보고 받고 국가안보팀과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고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핵심 참모들도 백악관에 급히 도착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등을 겨냥해 수십기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최소한 두 곳이 타격을 입었다”며 “이란에서 쏜 것이 분명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초기 피해 상황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방부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으로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 사태에 대한 대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그의 참모들과 연설문 수위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공격을 감행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보복 조치에 대해) 우리는 모두 준비돼 있다”며 “만약 보복을 받는다면 공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설정해 놓았다고도 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정면 충돌이 임박하자 한국을 비롯한 각국 증시는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오전 10시36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1.7%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1원 안팎 급등(원화 가치 급락)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정다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