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의 비사이드IT]롤러블이 폴더블보다 좋은 이유
혁신형 폼팩터의 '대세' 폴더블폰…삼성이 선두주자
접히는 특성으로 대화면 혹은 콤팩트한 디자인 가능
두께(무게)·화면주름·번거로움은 단점으로 지적
사용성 측면에선 롤러블폰이 더 우위…상용화 관건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LG 롤러블의 화면이 펼쳐지는 모습. 버튼을 눌러 말려 있던 화면이 펼쳐졌다 접혔다 하는 방식으로 구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LG전자 CES 행사 영상 캡쳐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형(異形) 스마트폰, 폼팩터(기기 형태)의 혁신. 스마트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표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형태와 혁신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기본 형태인 직사각형의 ‘바(bar)’ 모양이 기준입니다.
휴대폰의 주 기능이 전화통화였던 시절, 피처폰 시절에도 바 형태의 휴대폰은 있었습니다. 다만,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한 이후 스마트폰은 성능면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지만 형태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이 형태가 가장 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2018년 말 최초의 폴더블(접히는)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폼팩터 혁신이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기술 개발은 하고 있었지만 상용화 수준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지요.
(위에서부터)삼성이 2019년 최초 출시한 갤럭시폴드, 갤럭시Z폴드2, 갤럭시Z플립. (사진= 삼성전자) |
삼성이 주도권 잡은 폴더블폰, 완성도 높지만 단점도
현재 혁신형 스마트폰 기기는 폴더블폰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폴더블폰은 딱딱한 기존 디스플레이 소재가 아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 메인 화면에 적용해 화면이 접히도록 만든 기기입니다. 휴대성과 대(大) 화면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기존 바 형태에서 화면이 커지기 위해선 스마트폰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폴더블폰의 경우 책을 생각하시면 가장 쉬운데요. 책은 접은 상태에서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고, 펼쳐서 읽기 때문에 많은 양의 텍스트를 담을 수 있는 것이지요.
스마트폰이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다른 스마트 기기와 비교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휴대성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손 안의 작은 컴퓨터로 진화하면서 큰 화면에 대한 수요는 높아졌습니다. 화면이 클수록 더 많은 양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이 된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을 즐길 때 몰임감도 높아지고요.
문제는 디스플레이가 커지면 휴대성은 물론 사용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손에 잡고 사용하기가 힘들어지고 옷의 주머니나 가방에 넣기도 불편합니다. 현재 나오고 있는 6.8~6.9인치의 스마트폰도 여성 등 손이 작은 사용자들은 한 손으로 조작할 때 힘든 점이 있습니다.
폴더블폰이 등장한 배경입니다. 폴더블폰은 접은 상태에서는 기존 스마트폰 크기를 유지하면서 펼쳤을 때는 7~8인치대의 큰 화면을 자랑합니다. 반대로 펼친 상태에서 기존 스마트폰 크기의 화면을 구현하는 폴더블폰은 접으면 손안에 기기 전체가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크기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업계 1위이자 폴더블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삼성전자가 2019년 ‘갤럭시폴드’를 출시한지도 1년이 넘어가면서 기기 자체의 내구성과 완성도는 안정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폴더블폰의 장점이 곧 장점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화면 폴더블폰의 경우 우선 두껍고 무겁다는 점입니다. 접어서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기존 스마트폰에 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두껍고 무겁습니다. 필요 시 펼쳐서 큰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단 점은 가장 큰 장점이지만 스마트폰이 워낙 자주 사용하는 기기이다 보니 펼치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접히는 부분의 화면 주름 역시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거슬린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고요.
LG전자(위)와 삼성전자(아래)의 롤러블폰 기술 관련 특허. |
LG롤러블 세계 최초 기대모았으나…사업철수설에 ‘안갯속’
최근 롤러블(말리는)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폴더블폰의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폴더블폰에 비해 훨씬 얇고 가벼울 뿐 아니라, 화면 주름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기대입니다.
롤러블폰의 원리를 설명할 때 많이 비유하는 것이 두루마리 휴지나 상소문인데요. 여분의 디스플레이가 기기 뒷면에 돌돌 말려져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려져 있는 디스플레이를 펼치지 않고 기존 스마트폰처럼 사용해도 되고, 필요할 때는 그 부분을 잡아 당겨서(꺼내서) 큰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펼칠 때는 실제로 손으로 잡아 당기는 것보단 버튼식으로 구동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손으로 당기다 보면 힘이 균등하지 않아 기기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접고 펼치는 동작 못지않게 번거로울 수 있어서입니다.
아직 롤러블폰은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많은 제조사들이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시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제품으로 상용화시키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예컨데 화면 주름은 없지만 말려 있던 디스플레이가 아예 구겨진 천처럼 우글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요.
특히 스마트폰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기는 기술의 완성도는 물론 내구성과 사용 편의성까지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가장 상용화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되는 곳이 LG전자인데요. 당초 이르면 올해 1분기 중에 세계 최초의 롤러블폰인 ‘LG롤러블’이 공개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LG전자가 완전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스마트폰 사업의 방향성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롤러블폰 출시도 미궁에 빠졌습니다.
최근엔 LG전자 내부 지급용으로 LG롤러블을 한정 생산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LG전자가 공식적으로는 확인을 해주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올해 초 시제품 영상까지 공개한 것을 보면 거의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개발이 끝난 상태라는 것이지요.
지난해 9월 ‘LG 윙’ 공개행사 말미에 선보인 LG 롤러블 1차 티저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