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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가 반한 통닭집…정용진·김연아도 단골이라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통닭집

2대째 이어온 맛집 노하우는 '신선한 재료'와 '섬세한 배려'

10년째 구내 노인복지관에 '통닭 기부'도

이데일리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통닭집에 방문했다.(사진=송혜수 기자)

“지금 오셨어요? 2시간 넘게 기다리셔야 하는데…”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통닭집 앞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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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이영자가 MBC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한방통닭집을 소개한 바 있다. (사진=MBC)

이곳은 평소 ‘이영자 소화제’로도 유명한 곳이다. 방송인 이영자는 MBC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체하면 생각난다며 바로 이 한방통닭집을 소개한 바 있다. 방송 이후 ‘이영자 맛집’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 통닭집은 사실 오래전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피겨퀸’ 김연아 등 수많은 유명인의 단골집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왔다.


말복 당일 오픈런에 실패한 기자는 다음 날 다시 통닭집을 찾았다. 영업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는데, 가게 주변은 이미 열기로 가득했다. 가게 한쪽에서 장작불에 닭이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이날 주문한 통닭은 총 두 마리. 그간 명성이 자자했던 한방통닭과 양념구이를 시켰다. 가격은 2마리에 4만원 정도였다. 가게 내부에도 자리가 있었지만 테이블이 몇 없었고, 홀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가 미안해 포장을 선택했다. 집에 도착해 가져온 음식을 살펴보니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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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가 쫙 빠진 한방통닭의 모습.(사진=송혜수 기자)

먼저 맛본 것은 한방통닭이었다. 손으로 통닭을 잡고 쭈욱 찢어보니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는 찰밥이 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찰밥 속에는 인삼, 대추, 통마늘 등이 고루 들어가 있었고 한약재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한입 먼저 먹어보니 찹쌀의 쫀득함이 제일 먼저 혀를 감쌌다. 찰밥은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함과 고소함이 배가 됐다. 푹 익힌 통마늘을 찰밥 위에 으깨어 비벼 먹으니 감칠맛이 더해졌다.


기름기가 쫙 빠진 한방통닭은 첫맛과 끝맛 모두 깔끔했다. 보통 튀겨낸 고기를 먹고 나면 금방 물려 입가심으로 늘 탄산음료가 필요했는데, 이곳의 통닭은 바짝 구워내어 질리지 않고 담백했다. 신기한 점은 가슴살과 같이 퍽퍽한 부위가 결대로 찢어지면서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는 점이다. 통닭에는 달큼한 양념소스와 겨자소스, 그리고 소금이 제공된다. 기호에 따라 찍어 먹으면 되는데 겨자소스가 새로웠다. 달콤하면서도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알싸함이 중독성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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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구이 통닭.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달콤한 소스가 아닌 고추장으로 맛을 냈다. (사진=송혜수 기자)

두 번째로는 양념구이를 맛봤다. 양념구이를 주문할 당시엔 어느 치킨집에나 있는 달콤한 소스로 버무린 양념통닭이겠거니 싶었지만, 포장 용기의 덮개를 여는 순간 예상이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매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소스만 따로 먹어보니 캡사이신을 넣은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닌 고추장을 베이스로 만든 듯한 깔끔한 매운맛이 느껴졌다.

고기는 달착지근하면서 끝으로 갈수록 매콤함이 살아나는 맛이었다. 안쪽 살까지 양념이 고루 배어 있어 촉촉함이 일품이었다. 고기 위에 파 고명이 올라가 얼핏 보면 닭볶음탕 느낌도 났지만, 닭 껍질에서부터 느껴지는 쫀득한 식감은 어떤 닭요리에도 견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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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가게에 남긴 친필 사인. “10년 전부터 한방통닭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혀있다.(사진=송혜수 기자)

2대째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임성우(43)씨는 이러한 맛의 비법으로 ‘신선한 재료’를 꼽았다.


임씨는 “한방통닭의 핵심 재료인 닭과 장작은 부모님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한 업체에서 가져와 쓰고 있다”라며 “늘 꼼꼼하게 검수하고 최상의 재료들로 통닭을 만드는 것이 우리 가게의 철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통닭이 가장 맛있을 때는 구워진 직후”라며 “닭이 구워졌을 때 바로 손님께 나가는 게 원칙이기에 제때 손님께 제공되지 못한 통닭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폐기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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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한 업체에서 가져와 쓰고 있다는 장작들. 임씨는 맛의 비법이 신선한 재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사진=송혜수 기자)

그는 “솔직히 돈을 더 벌려면 미리 초벌을 해두고 더 많은 손님께 통닭을 팔아도 되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며 “고유한 맛을 내는 비법에는 닭 염지 과정, 장작불 조절 기술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구운 닭을 가장 맛있을 때 손님께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씨는 “단순하지만 이것이 20년째 한 곳에서 통닭집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닭 안에 들어가는 찹쌀, 마늘, 인삼, 대추를 딱 알맞은 양만 넣어 구워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량에 따라 찰밥에 배는 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 정량을 맞추지 않으면 닭을 구울 때 고기와 찰밥의 익는 속도가 서로 안 맞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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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 김연아가 가게에 다녀간 모습. 오른쪽에는 방송인 이영자와 유병재가 남긴 사인도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

기본에 충실할 때 최고로 맛있는 통닭이 된다는 그의 신조는 실제로 손님들의 발걸음을 가게 앞으로 불러 모았다. 임씨에 따르면 이 가게의 하루 평균대기 시간은 주중 30분에서 1시간, 주말과 공휴일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사이다.


하지만 손님들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장시간 가게 앞에서 대기하지 않아도 된다. 음식이 준비되면 임씨가 일일이 손님께 전화를 걸어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손님들은 한남동 근처에서 각자의 볼일을 보다가 순서가 되면 다시 가게를 방문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선 ‘고객 편의’와 ‘고객 배려’를 들었다. 임씨는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 대부분이 동네 주민이기보다 멀리서 오신 분들이다. 한남동 오신 김에 동네 구경도 해보시라는 차원에서 힘들지만 일일이 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용산구 시립노인복지관에 10년째 통닭 기부를 하고 있다는 임씨는 동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보였다. 그는 “장사를 하다 보면 어려운 순간이 닥치게 마련인데, 특히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라며 “한남동에도 구석구석 좋은 가게들이 많으니 꼭 방문해보시라”고 권했다.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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