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를 한국의 '스누피'로 키우고 싶어요"
카톡 인기 이모티콘 '오구' 시리즈 문종범 작가 인터뷰
지속적 모니터링 통한 소비자 니즈 파악이 비결
‘원 소스 멀티 유스’로 만화 연재 넘어 게임까지
롤모델은 스누피...“전 세대에 사랑받는 '글로벌' 캐릭터 꿈꿔”
“이모티콘 시장 분석, 흥미와 장점 파악, 끊임없는 연습...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해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카톡)'. 카톡을 이용하다보면 다양한 이모티콘을 이용한다. 이모티콘을 이용하면 자칫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대화도 부드러운 분위기로 바뀌기도 한다.
카톡 이모티콘에도 ‘스타’가 있다. 지난 2011년 11월 첫 선을 보인 카톡 이모티콘의 구매자(누적기준)는 2400만명이 넘는다.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이모티콘은 1300개가 넘고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이모티콘도 73개나 된다.
이중 우리에게 친숙한 이모티콘 중 하나가 바로 ‘오구’다. 오구는 오리너구리를 캐릭터 화 한 이모티콘으로 20대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우연히 접한 기사로 이모티콘 제작 나서”
최근 카톡 이모티콘 시장이 성장하면서 MZ세대들이 ‘N잡’으로 카톡 이모티콘 작가로 나서고 있다. 태블릿PC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디지털 드로잉이 유행하면서다.
지난 9일 서울 강남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문종범(30) 작가. 오구의 아버지인 문 작가도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모티콘 제작에 나선 사례다.
지난 9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문종범 작가를 만났다 (사진=권보경 기자) |
도예를 전공한 문 작가는 “대학 4년 동안 세심한 손길과 인내심을 요하는 도자기를 다루며 인생을 배웠다”며 “졸업을 앞두고 현도예작가의 길을 계속 가려면 비싼 작업실 대여료와 재료비를 부담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 고민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카톡 이모티콘 작가들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카톡 이모티콘 제작은 도예 작업보다 시간이 적게 들었고 태블릿PC만 있으면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 작가는 “미술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소규모 자본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던 차에 이모티콘 작가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제작한 첫 이모티콘 ‘하찮은 오리너구리’는 그렇게 2017년 11월 세상에 나왔다. 이후 ‘하찮은 오리너구리 오구’, ‘오구의 오리너구리한 일상’ 등 오구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이면서 현재 39개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문 작가는 “오구의 오리너구리한 일상을 준비하며 난관을 맞았지만 이 이모티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철저한 모니터링 통해 소비자 니즈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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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는 카톡 이모티콘 시장에서 인기 아이템 중 하나다. 지난 8일 출시한 ‘오구의 정신없는 하루’도 출시 하루 만에 20대 이모티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 작가는 “‘기본에 충실하자’가 제 원칙”이라며 “꼼꼼한 이모티콘 시장 트렌드 파악과 이모티콘 ‘모션(동작)’ 연구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구의 오리너구리한 일상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그는 전했다. 문 작가는 “하루에 8시간씩 작업했지만 심사에서 14번이나 탈락했다”며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실제로는 있다고 느꼈던 상황"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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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년 동안은 매일 출시되는 이모티콘들을 보면서 순위를 점쳤다”며 "인기 이모티콘의 요인을 나름대로 분석하다보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보편적인 캐릭터의 이미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금도 시장 모니터링과 분석은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모티콘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운 후 자신의 흥미와 장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기 이모티콘 중 하나인 철새 작가의 ‘내시’ 이모티콘 시리즈는 진짜 사람같은 생동감 있는 표정과 동작이 특징이다. 커플티콘은 연인 간의 알콩달콩한 대화를 잘 살려야 한다.
특히 문 작가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며 “동물 캐릭터를 좋아하고 이모티콘의 동작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데 자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구의 움직임은 초기보다 훨씬 매끄러워졌다. 이모티콘 한 동작에 평균적으로는 10장, 많게는 24장의 그림이 필요하다. 하나의 이모티콘 시리즈는 24개의 동작으로 구성되는데 시리즈 하나를 출시하는 데 수백 장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셈.
그는 “당시의 유행하는 밈이나 짤을 보는 것도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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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만화→게임으로 확장
문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주 3~4회는 오구, 아기오구 등 ‘오구 패밀리’ 캐릭터로 만든 만화를 업로드한다.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다양한 오구 그림을 그리면서 팔로워들과 소통도 하고 있다.
문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캐릭터의 입을 빌려 표현하는 게 즐겁다”며 “예를 들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칫 ‘꼰대’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만화 에피소드로 소개하면 가볍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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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톡 이모티콘이 과거 건당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에서 월정액으로 무한 사용이 가능한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하면서 작가들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문 작가는 “구독경제 초기라 수익측면에서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변화는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SNS를 통해 나의 구독자들을 더욱 늘리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 작가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사용한다.
오구 캐릭터를 이모티콘 사용에 그치지 않고 휴대전화 케이스, 달력 등 굿즈(상품)를 제작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유튜브 채널에서 방영 중이다.
최근에는 아기오구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 제작에 열중이다. 그는 “이모티콘 제작때보다 일이 적어도 3배는 많다”고 했다.
“오구를 ‘한국의 스누피’로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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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작가는 한국의 찰스 슐츠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찰스 슐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 스누피를 만든 작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오구 패밀리 캐릭터를 적극 알리고 있다.
오구는 겉보기엔 무덤덤하지면 내면은 따뜻하고 감정 기복이 있는 캐릭터다. 그는 “나이는 어른이지만 누구나 내 나이는 아직 어리다고 느껴지 않냐”며 “오구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만 매사에 어른스럽게 대응하고 싶은 캐릭터로 설정했다”고 했다.
두더지 캐릭터 ‘뚜지’는 만화에서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몸집이 작고 어린이 설정인 아기오구와 친구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어른이다.
‘오구패밀리’ 캐릭터는 마냥 동화처럼 평화롭고 밝지만은 않다.
문 작가는 “현실적인 면을 보여줌으로써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스누피의 주인공인 찰리 브라운은 100명 한정으로 행사를 진행하면 꼭 101번째에 줄 서는 ‘운 없는 아이’지만 삶을 꿋꿋이 살아간다”며 “그런 캐릭터에 애정이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연재하면서도 성인들도 공감했던 ‘스누피’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