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액상형 전자담배 ‘비상’…퇴출 가능성↑
美서 증증 폐질환·사망자 나오자 韓정부도 ‘화들짝’
액상 전자담배 ‘사용자제’ 권고·판매금지 여부 주목
가향첨가 금지, 稅인상 등 규제 강화 급물살 탈 듯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중증 폐질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자 국내서도 보건복지부는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판매 금지 조치할 가능성도 커졌다.(사진=연합뉴스) |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올스톱 위기에 놓였다. 전자담배 본국 미국에서 중증 폐질환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것. 확인된 중증 폐질환 건수만 530건, 사망자는 8명이다.
미 보건당국은 마리화나 복합물질인 THC(tetrahydrocannabinol)를 넣은 전자담배와 첨가제를 혼합한 가향 전자담배 흡연자 가운데 폐 질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까지 나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제’를 권고했다. 흡연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전자담배가 판매 중지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美월마트 등 판매 중단, 국내도 파장 클 듯
22일 보건복지부와 담배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월마트를 포함한 주요 담배 도·소매업체들이 현지 매장 내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월마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재 재고가 소진 되는 대로 월마트 및 자회사인 샘스클럽에서 전자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대형 약국체인인 라이드에이드는 지난 4월 전자담배 도매 판매를 중단했고 코스트코 역시 약 2주 전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 유통업계에도 파장이 클 전망이다. 미국서 들어 온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등 대부분의 전자담배는 전국 편의점을 통해 유통된다. 다만 아직까지 판매 중단한 편의점은 없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는 복지부의 권고사항이지 판매 금지를 강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상황이 악화하면 판매 중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상황 대응반을 가동한다. 대응반에선 국내 중증 폐질환자 모니터링 결과 및 외국의 추가 조치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상황이 심각해지면 판매금지 조치 등 강력한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가향 첨가금지·稅인상 등 규제 강화 ‘탄력’
가향 첨가금지와 함께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 등 관련 규제 강화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가향은 담배에 달콤한 맛 등을 첨가한 물질도 멘톨, 망고, 민트향 등이 있다.
미국에선 가향 전자담배 ‘퇴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 주는 미시간주에 이어 두 번째로 주 정부 차원에서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가향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전자담배 업체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엄청난 부자 회사들이 됐다”며 “청년들이 병들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5월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확정하고 가향물질 첨가를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또한 국회서도 ‘가향담배 판매금지에 관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세금도 손댄다. 기획재정부는 23일 브리핑을 통해 ‘담배 과세 현황 및 세율 조정 검토 관련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해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세율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세율을 조정·인상하기로 결정하면 내년에 세법을 개편해 2021년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행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는 한 팟(pod=1갑)에 259원으로 일반담배인 궐련 한 갑(594원)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