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2170일 만에 완봉승...제구·타격·수비 모두가 완벽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2170일 만에 완봉승을 거둔 뒤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AFPBBNews |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류현진은 잠옷을 입고 나와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다”
LA 다저스의 특급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류현진을 평가한 말이다. 그만큼 완벽한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류현진의 정교함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두 번째 완봉승을 일궈냈다.
류현진은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단 4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는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다저스는 9-0 대승을 거뒀고 류현진은 완봉승으로 시즌 4승(1패)을 장식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완봉승을 거둔 것은 약 6년 만이다. 정확히 날짜로는 2170일 만이다. 데뷔 첫해인 2013년 5월 29일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둔 데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다.
다저스 팀 전체로 놓고 보더라도 2016년 5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클레이튼 커쇼가 9이닝 2피안타 완봉승을 따낸 이후 거의 3년 만에 나온 완봉승이다. 류현진 개인이나 팀 모두 의미가 큰 결과였다.
9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투구수는 겨우 93개에 불과했다. 거의 매 이닝 10개 이내의 공으로 투구를 마쳤다. 5회초가 그나마 가장 투구 수가 많았지만 그마저도 17개에 불과했다.
평균자책점은 2.55에서 2.03으로 더욱 낮아졌다. 삼진은 6개나 잡은 반면 볼넷은 역시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시즌 44⅓이닝 동안 볼넷을 단 2개만 내준 류현진은 삼진/볼넷 비율을 22.50까지 끌어올렸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셔저가 2위지만 9.00에 불과하다. 3위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카를로스 카라스코(7.14)도 류현진과는 큰 차이가 난다.
아울러 이 경기 전까지 애틀랜타전 정규시즌 승리가 없었던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내셔널리그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도 달성했다.
류현진은 1회부터 완벽했다. 5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다저스타디움 더그아웃과 관중석에선 대기록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류현진의 퍼펙트게임은 6회초에 무산됐다. 선두타자 타일러 플라워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해 처음으로 상대 타자를 출루시켰다. 안타를 맞은 뒤에도 류현진의 얼굴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동료들이 탄성을 지르며 더 아쉬워했다.
특히 강습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던 3루수 저스틴 터너는 손으로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관중석을 메운 다저스 홈팬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로 류현진을 격려했다.
퍼펙트게임은 끝났지만 류현진의 완벽투는 멈출 줄 몰랐다. 7회초와 8회초 각각 안타 1개씩 내줬지만 실점과 연결되지 않았다. 9-0까지 점수 차가 벌어진 9회초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선두타자 대타 요한 카마르고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어 오지 알비스는 1루수 땅볼로 잡아내 완봉승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겨뒀다.
마지막 고비가 있었다. 2사 후 조시 도널슨에게 우측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를 허용해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다음 타자인 프레디 프리먼을 147km 빠른공으로 헛스윙 삼진시키면 대망의 완봉승을 완성했다.
현지언론들도 류현진의 역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MLB닷컴은 “류현진이 겨우 93개의 공으로 애틀랜타를 무너뜨렸다”며 “올시즌 44⅓이닝을 던지면서 삼진을 45개나 잡은 반면 볼넷은 단 2개만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류현진은 올시즌 등판한 7경기에서 2실점 이상 내준 적이 없고 단 2명만 볼넷으로 출루시켰다”며 “8회말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지 중계진은 류현진의 투구를 보며 ‘아웃스탠딩(outstanding·탁월한)’이란 단어를 반복하기도 했다.
이날 류현진의 완봉승에는 야수들의 도움도 컸다. 고비 때마다 터너를 비롯해 2루수 맥스 먼시, 우익수 코디 벨린저 등 야수들이 호수비로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류현진도 동료들의 멋진 수비가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류현진은 타자로서 시즌 첫 안타도 만들어냈다. 류현진은 5-0으로 앞선 6회말 공격 2사 1루에서 상대 구원투수 그랜트 데이턴으로부터 우전안타를 뽑았다.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142㎞ 직구를 받아친 것이 살짝 빗맞으면서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0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던 류현진은 지난해 9월 2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이후 226일 만에 안타를 맛봤다. 시즌 타율은 0에서 7푼7리로 올랐다.
마침 이날 다저스타디움에는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아이돌’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함께 있었다. 류현진의 저지를 입고 끝까지 경기를 관전한 슈가는 경기 후 류현진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류현진도 “대스타가 여기까지 왔다”며 악수를 청했다. 경기 중간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다저스타디움에 자주 연주되기도 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완봉승은 선발투수에게 가장 좋은 하루를 뜻한다”며 “선발투수로서 매 경기 많은 이닝을 던지고 많은 투구 수를 준비하고 있는데 준비한 대로 잘 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특히 오늘이 엄마 생신인데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가 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워싱턴을 상대로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1.93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 시즌 무적이나 다름없는 홈경기라는 점에서 전망이 더욱 밝다. 상대 투수는 워싱턴의 우완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