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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5주년 송중기, 새로움·장르 도전 집약한 '화란'이란 결실

"칸 초청 전화 받고 들떠…보상 받은 느낌 들더라"

"'화란'은 건달 영화가 아니다…다양한 장르에 관심"

"김형서 질투날 재능, 깊고 묵직한 홍사빈에 자극도"

이데일리

“개인적인 캐릭터 변신에 대한 욕망도 있지만,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큰 것 같다. 대중이 얼마나 좋아해주실까 물음표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칸에서 이 영화를 보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건 분명하다.”


영화 ‘화란’은 데뷔 15주년을 맞은 배우 송중기의 장르적 갈증과 해소의 과정을 집약한 작품이다. 특히 ‘화란’은 송중기가 대본 단계에서 캐스팅 제안을 받기 전 본인이 먼저 출연 의사를 강력 어필한 작품이란 사실로 화제를 모았다. 작품에서 송중기가 주인공이 아닌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이후 이번 ‘화란’이 처음으로 근 11년 만이다.


결과적으로 송중기의 변신은 작품 전체적인 면에서도, 배우 개인의 연기 스펙트럼 면에서도 뜻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시종일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버석하고 거친 피부에 서늘한 눈빛. 송중기의 낯설지만 새로운 얼굴이 반가웠다.


송중기는 영화 ‘화란’의 개봉을 앞두고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중기는 ‘화란’에서 느낀 매력에 대해 “‘치건’이란 캐릭터의 매력에 먼저 끌린 건 아니었다”면서도, “이 대본의 장르가 되게 좋게 느껴졌다. 그 당시 제가 색다른 것에 꽂혀있던 시기였다. 그 시기에 이 대본을 접했고, 새롭고 신선한 장르적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화란’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김창훈 감독의 장편 입봉작으로,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칸에서의 첫 스크리닝 이후 평단의 호평을 모으며 4분여 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송중기가 극에서 연기한 ‘치건’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과 학대에 시달려왔던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연규에게 연민을 느끼는 인물이다. 송중기는 동안과 꽃미남의 아이콘으로 불려왔던 본래의 얼굴을 지우고, 꿈 없이 삶에 찌든 팍팍한 ‘치건’을 연기하기 위해 연기 내적, 외적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송중기는 “‘화란’으로 어두운 장르에 대한 한을 풀었다기보다는, 실은 예전에 하기로 했다가 제가 군대를 가는 바람에 참여하지 못한 작품이 있었다. 당시 개인적으로 너무 하고 싶어했던 장르라 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웠다”며 “그 때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던 타이밍에 ‘화란’이 인연이 돼 닿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이 영화가 단순 ‘건달 영화’라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화란’의 제작을 맡은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님이 제안을 주신 게 아니다. 제가 돌아다니고 있던 대본을 먼저 보고 하고 싶다 말씀드린 거라 ‘안 시켜주면 어쩌지’ 벌벌 떨었던 기억”이라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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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잠깐 등장한 치건의 ‘상체 노출신’의 비화도 이어졌다. 송중기는 “저보다 한재덕 대표님이 그 장면에 더 신경 쓰신 듯하다. 제작 현장에 어느새 하나 둘 씩 역기가 늘어나더라”는 너스레로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저 역시 그 장면이 치건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공감했다. 그럼에도 대놓고 그 장면을 부각해 보여주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며 “우리 영화는 연규를 중심으로 정서가 흘러가는 영화다. 치건이가 그 점에서 극 중 상대적으로 덜 등장하기도 하고 치건의 캐릭터를 보여줄 만한 요소들이 시간적으로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치건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게 그 장면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대한 피부를 까무잡잡하게 구현했고, 또 제 팬들은 아는데 사실 제가 실제로 얼굴에 어릴 적 다친 흉터가 남아있다. 평소 촬영할 땐 그 상처를 가려왔는데 이번에 분장팀에서 오히려 그 상처를 드러내자고 아이디어를 줬다”며 “피부의 그을음이나 비립종, 피부 트러블 같은 것들을 오히려 더 드러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신났던 기억”이라고 전했다.


어려웠던 건 배우로서 개인의 욕심을 덜어내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송중기는 “아무래도 저라고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걸 절제하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이 작품은 무조건 사빈이가 맡은 연규 역이 중심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경험상으로도 그렇고, 홍사빈이란 배우를 아직은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을테니 영화가 나왔을 때 아무래도 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나는 사빈이의 리액션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배우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게 되더라. 그걸 절제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감독부터 주요 배우들까지 자신을 제외하고는 신인이 대부분인 현장에서 느꼈던 고민 역시 이의 연장선상이었다고. 김형서, 홍사빈 등 신인 배우들과 호흡하며 연기적으로 새롭게 자극을 받은 지점도 있었다고도 전했다. 송중기는 “김형서 배우(가수 비비)는 질투날 정도로 그 친구의 재능이 부러운 게 있었다. 현장에서 처음 연기하는데 ‘어떻게 저리 잘하지?’ 연기에서 선후배를 나누는 게 의미없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놀랐다”고 극찬했다. 홍사빈에 대해서는 “딱 주인공다워보였다. 무엇보다 사빈이는 깊고 묵직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오히려 자극을 받은 적도 많다”며 “두 분이 다 신인이라 더 부담없이 의견을 나누고 교환했던 기억”이라고 칭찬했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초청 소식을 들었을 땐 이 영화에 들인 자신의 진심이 보상받는 듯한 기쁨을 느꼈다고도 전했다. 송중기는 “처음 칸 간다고 전화 받았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 헝가리에서 영화 ‘로기완’을 찍고 있었다”며 “현지 시간으로 밤 촬영을 찍고 있었는데, 한재덕 대표님이 ‘됐다’고 하시는 거다. 그 전화를 받고 너무 좋아 촬영에 집중을 못 했다. 진짜 중요한 장면을 찍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스태프들을 껴안고 있더라. 지금 생각하면 진상이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기립박수도 받고, 칸에서 알아봐주시는 팬들이 많아 더 들뜬 것 같다”며 “실은 처음에 대중이 얼마나 좋아해주실까 개인적 물음표도 있었다. 그 불확실함이 칸에서 영화를 보고 좋아해주시는 관객들을 보며 어느 정도는 해소됐다. 이 영화를 하길 잘했다,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개런티도 안 받았는데 너무 다행이다 싶더라”는 기쁨도 드러냈다.


송중기는 마지막으로 “특별히 영화에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대본을 처음 보고 느낀 좋았던 지점들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른들이 아이들을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줘야한다는 마음이 이 작품을 통해 더 커졌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는데 관객분들과의 소통이 특히 기대되는 바”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한편 ‘화란’은 오는 10월 11일 개봉한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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