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돼 아쉬워..올란도ㆍ카렌스ㆍ체어맨ㆍ크루즈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자동차 산업이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를 필두로 한 전동화 자동차로 변화를 겪고 있다. 시장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레저 열풍에 따라 SUV는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급부상하고 있다. 50년 이상 패밀리 세단이 이끌어 온 자동차 소비 시장의 변곡점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발맞춰 신차를 출시하면서 판매가 저조한 차량을 단종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자동차 업계는 다사다난한 2018년을 보냈다.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돼 2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가 하면 프리미엄 브랜드 BMW는 잇따른 화재로 ‘비엠 또 불유’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로 디젤차 배기가스 인증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대차는 그랜저, 쏘나타, i30, 액센트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
신차의 등장은 화려하지만 단종은 조용히 이뤄진다. 2018년 단종돼 아쉬운 차량 4대를 추려봤다.
먼저 기아자동차 카렌스다. 2018년 7월 생산을 마지막으로 수명을 다했다. 1999년 1세대 카렌스가 출시 될 때만 해도 준중형 7인승 MPV는 꽤나 인기가 있었다. 당시 휘발유 가격에 비해 30% 수준이었던 LPG 연료를 쓴 레조, 카스타 등 다양한 모델과 함께 시장을 키웠다. 준중형 세단인 세피아의 플랫폼으로 만든 카렌스는 크기는 작지만 7인승으로 개발돼 다인승 세제 혜택을 받는 게 장점이었다. 거기에 LPG 엔진의 저렴한 유지비는 킬링 포인트였다. 카렌스는 7인승 LPG 차량으로 비장애인도 구매 할 수 있었다.
2006년 출시한 2세대 카렌스는 중형 세단인 로체를 베이스로 개발했다. 1세대 보다 휠베이스가 130mm 늘었다. 2007년 경쟁 모델이던 GM대우 레조의 단종으로 카렌스는 시장을 독식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탈 수 있는 카니발의 인기가 높아지고 7인승 세제혜택이 사라지면서 1세대에 비해 판매량이 줄었다.
2013년엔 카렌스의 마지막 모델인 3세대가 출시됐다. 유럽시장 공략용으로 국내보다 유럽에 먼저 선보였다. 기아 준중형(씨드,K3) 프레임을 기반으로 제작된 카렌스는 2세대에 비해 공간이 줄었다. 이런 이유에선지 3세대 초창기 디젤 모델은 5인승으로 출시됐다. 공간이나 디자인에서 쉐보레 올란도에 밀렸다. 기아는 외관을 손봐 2016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지만 월평균 판매량은 200여대에 머물렀다.
사실상 2배 이상 비싼 수입차보다 판매가 저조했다. 결국 2018년 7월 생산을 끝으로 카렌스는 판매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단종 이후 카렌스 후속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4세대 카렌스 개발 계획은 없다”며 “카렌스 대신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SUV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로 여기서 생산하던 올란도와 크루즈는 ‘단종’ 직격탄을 맞았다. 올란도는 2011년 국내 출시되며 카렌스의 입지를 위협했다. 국산 MPV 시장을 호령하던 레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개발된 올란도는 넉넉한 공간에 2000만원대 초반의 가성비를 앞세워 잘 팔렸다. 한국GM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7인승 디젤 모델과 LPG 모델을 동시에 출시, 준중형 MPV 시장을 독식하던 기아 카렌스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장비에 저렴한 가격대로 '가성비 최고 차'라고 불리기도 했다. 카니발보다 작지만 안전성과 탄탄한 주행성능을 갖추고 있어 패밀리카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올란도는 2015년 소소한 변화를 거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본격적인 SUV 열풍의 여파로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결국 올란도는 지난해 6월 단종됐다.
신형 올란도가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중국에서 출시됐지만 중국 전용 모델로 국내에선 판매하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에서 출시된 신형 올랜도 사진이 카가이를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 수입은 언제 하냐. 올란도 단종이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한국GM 측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입도 가능할 수 있지만 현재 국내 여타 차종 판매가 부진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08년 라세티라는 이름으로 국내 출시된 크루즈는 2011년 한국GM 출범과 함께 크루즈로 개명했다. 이후 2.0L 디젤 모델과 크루즈5라는 웨건형 모델을 출시 하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꽤 인기를 얻었다. 2017년 출시된 2세대 크루즈는 한국GM의 부진을 씻을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아반떼보다 300만원 가량 비싼 가격과 초기 품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초기부터 먹구름이 몰려 왔다.
끊임없이 재기된 비싸다는 가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출시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최대 200만원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가격 인하까지 단행했음에도 월 평균 판매량은 50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여기에다 한국GM 철수설에 이어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되면서 지난해 2월 크루즈의 생산이 중단됐다.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 아직까지 크루즈가 판매되고 있지만 GM본사의 계획에 따라 올해 글로벌 단종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의 기함이자 유일한 세단이었던 체어맨은 2017년 12월 단종됐다. '사골 중의 사골'로 불린 차종이다. 벤츠의 프레임과 파워트레인을 담고 벤츠 수석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1세대 체어맨은 1997년 출시됐다. 당시만 해도 마땅한 경쟁차가 없었기 때문에 F세그먼트의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1999년 현대차가 에쿠스를 출시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2003년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한동안 에쿠스를 압도했다. 쌍용차는 새롭게 플랫폼을 개발해 2008년 2세대 체어맨W 출시했다. 독일 벤츠에서 수입한 V8 5.0L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하고 국내 최초의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오토홀드를 포함한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등의 장비를 채용했다. 초기에는 잠깐 반짝했지만 현대차가 이듬해 2세대 에쿠스를 출시하자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후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하면서 체어맨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결국 2017년 12월 단종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체어맨 브랜드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며 “후속 모델이 없어 일단 단종을 하는 것이라 향후 체어맨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내부적으로 고민중이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최근 기아차 프라이드, 현대차 아슬란 등이 단종됐다. 세단이나 해치백, MPV 등이 단종되는 것과 반대로 SUV 신차들은 끊임없이 출시되며 시장을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