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이 심은 씨앗, '글로벌 LG'란 꽃으로..재계 이끌며 경제성장 견인
천직 삼은 교사 뒤로 한 채 부친 부름으로 기업인 변신
1970년 2대 회장으로..전자·화학 집중, 글로벌 기업 키워
1987년 18대 전경련 회장직 맡으며 재계 이끌기도
1970년 1월 LG그룹 2대 회장 취임 당시의 구자경 명예회장. (사진=LG그룹) |
지난 14일 94세 일기로 별세한 구자경 LG(003550) 명예회장은 LG그룹을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구 명예 회장은 1950년 부친 부름에 기업가로 변신, 1970년 2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LG가 글로벌 전자·화학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닦았다. 1987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나서 재계를 이끌며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천직이던 교사 뒤로 한 채..LG 글로벌 기업 육성
구 명예회장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장남이다. 1925년 경남 진주 지수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평소 천직으로 생각한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구 명예회장은 1950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부친 부름으로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051910))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기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당시 락희화학공업사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자 가마솥에 원료를 붓고 불을 지펴 만든 럭키크림을 손수 판매하는 등 현장을 직접 누비며 경영 감각을 익혔다.
구 명예회장은 1969년 구 창업회장이 별세하자 LG가의 장남 승계 원칙에 따라 1970년 그룹 2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25년간 그룹을 이끌며 전자와 화학 산업에 집중해 LG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평소 인재 육성에 큰 뜻을 지녔던 구 명예회장은 우수 인력 육성 및 확보를 기반으로 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한 신기술 확보에 주력해 회장 재임 기간에만 국내외에 70여개의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에 LG전자(066570)와 LG화학의 해외공장 건설을 추진, LG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 구 명예회장 취임 당시 매출 260억에 불과하던 내수 기업 LG는 구 회장이 퇴임한 1995년에는 재계 3위, 매출 38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구 명예회장은 1995년 2월 그룹 총수 자리를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승계했다.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15년까지 LG복지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며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왔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1980년대 재계 이끌어..이병철·정주영 등과 인연
구 명예회장은 사실상 국내 재계에선 1세대 경영자로 꼽힌다. 구인회 창업주에 이은 2세 경영자였지만 LG그룹을 이끌 당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등과 함께 활동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정책이 왕성했던 1970~80년대 국내 재계를 이끈 기업인이었던 만큼 정·재계 인사와의 관계도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구 명예회장은 1987~1989년 18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재계 인사와 깊은 관계를 쌓았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구 명예회장의 아버지 세대다. 선친인 구인회 창업주와 이병철 창업주는 친구이자 사돈지간이다. 이병철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씨는 구인회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했다. 하지만 1968년 삼성이 전자산업에 진출하면서 구인회·이병철 창업주 간 사이도 멀어졌고 결국 양사는 이때부터 전자산업 맞수로 돌변한다.
당대 기업인 중에서는 김상홍 삼양사 명예회장과 자주 골프 모임을 가지며 친분을 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는 종종 따로 만나는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는 전경련 회장 차원에서의 만남 외에는 특별한 관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아들 구본무 회장이 정부의 ‘빅딜’ 제안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에 매각하기도 했다.
1987년 2월 제26차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18대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왼쪽)이 고(故) 정주영 전임회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LG그룹) |
[이데일리 김종호 김정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