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모자 살인' 남편, 항소심도 무기징역 선고 받아
잠든 아내·6살 아들 흉기로 무참히 살해
흉기 등 직접적 증거 없어 끝까지 무죄 주장
사망 추정 시각·양손잡이 등 간접 증거에 덜미
法 "모든 상황 고려…이 사건 범인 맞다"
잠든 아내와 6살 아이를 무참히 살해한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조모(42)씨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조 씨는 범행 당시 사용한 흉기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무죄를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한 법의학자들의 사망 추정 시각과 평소 조 씨의 수상한 행적 등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 유죄로 결론지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관악구 모자살인 사건’ 편 화면 캡처.(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 |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2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은 부검 결과 피해자들의 위(胃)에 상당한 내용물이 있는 걸로 비춰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각이, 조 씨가 자택에 머무른 시간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위 내용물에 근거한 원심의 사망 시각 추정에 관한 법의학적 증거는 신빙성이 있다”며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간대의 후반부에 짧게 조 씨가 집에 머물지 않았지만 이 시간대에 제3자에 의한 침입 범행의 가능성이 없어 피해자들은 조 씨와 함께 있을 때 사망한 것이고, 결국 조 씨가 범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법원은 범행 수법이 양손잡이인 조 씨의 신체 특성에 부합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공격 당한 상처 부위가 아내는 왼쪽, 아들은 오른쪽인데 이는 양손잡이가 범인이라는 의미”라며 “조 씨 본인은 왼손잡이라 주장하지만 본인이 찍은 도예 작업 유튜브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왼손잡이가 아니라 양손을 원활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결론지었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후 8시 56분에서 22일 오전 1시 35분 사이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박모 씨(41)와 아들(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아내와 별거 중이던 조 씨는 해당 시간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22일 오전 1시 35분께 집을 나설 당시 아내와 아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고 주장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해 왔다.
검찰은 피해자들 위에 남아 있던 내용물을 통해 법의학자들이 추정한 사망 시각이 마지막 식사 후 6시간 이내라는 의견에 주목했고, 조 씨가 머문 시간에 피해자들이 사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장 감식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던 만큼 조 씨가 사건 현장을 벗어나기 전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
특히 검찰은 △조 씨가 결혼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내연녀가 있어 가정에 가혹할 정도로 애정이 결여돼 있었다는 점 △평소 경마 도박에 빠져 살아 금전적으로 어려웠다는 점 △사건 발생 직전 영화 ‘진범’ 등 살인과 관련된 영상물을 수차례 내려받아 본 경과 등 그의 수상한 행적에 주목했고, 이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한편 이날 재판부의 판결 직후 조 씨 가족이 실신하면서 법원이 응급차를 부르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