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보일러' 브랜드로 이끈 경동나비엔 숨은 전략
경동나비엔 북미 2020 AHR 엑스포 부스 전경. 출처=경동나비엔. |
쾌적한 생활환경 파트너로 도약하는 경동나비엔(009450)이 글로벌 시장에서 'K-보일러' 위상을 떨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북미,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경동나비엔의 글로벌 성과는 고객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펼쳐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지난 3분기 매출 5623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수출로 거둬들인 매출이 3424억원을 달성, 수출비중이 6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새 매출비중에서 최대치다. 특히 북미에서 인기가 높았다. 이 기간 경동나비엔 북미 매출은 2779억원으로 수출 매출 81%를 차지했다.
보일러 산업 트렌드 이끌어온 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 글로벌 성과가 인상적인 것은 대표적인 내수 제품으로 평가되던 보일러를 당당히 수출산업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NAVIEN'이란 자기 브랜드로 모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물, 불, 연료, 전기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야 해 나라마다 다른 난방 설비 인프라 영향이 큰 산업적 특성과 독자적인 시장 개척을 위해 수반되는 다양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동나비엔은 당당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핵심 요인은 현지화로 꼽힌다. 경동나비엔은 각 나라마다 다른 난방설비 인프라와 난방문화를 고려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대표 사례는 친환경란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고객을 사로잡은 북미 시장이다. 2006년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에 진출할 당시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경동나비엔은 세계적인 콘덴싱 기술력을 기반으로 탁월한 효율과 친환경성을 가진 콘덴싱온수기를 출시하며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더욱이 난방 설비 차이로 순간식 온수기 보급이 확대되지 못하던 시점에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스관 교체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콘덴싱온수기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판세를 완전히 바꿨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유통업자 특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도 빛을 발했다. 버려지는 열을 한 번 더 흡수해배기가스 온도가 낮은 콘덴싱온수기에만 적용이 가능한 강화 플라스틱 연도를 통해 설치업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며 소비자와 설치업자 니즈를 모두 만족시킨 것이다.
소비자는 탁월한 경제성으로 난방비 절감 효과를 얻고, 설치업자는 설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지며 콘덴싱온수기에 대한 관심을 빠르게 늘어났다. 여기에 스테인리스 열교환기를 적용해 위생적일 뿐 아니라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성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점도 북미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시베리아부터 남부 도시까지...러시아 곳곳 누린 경동나비엔의 현지화 구글땀
러시아 시장에서도 현지화는 성공의 핵심이다. 실제 경동나비엔은 러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에 맞춘 제품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시베리아부터, 여름에 영상 30도를 넘는 남부 도시까지 러시아 곳곳을 다니며 러시아만의 특성을 공부했다.
러시아에서도 에너지와 환경을 위한 옳은 길을 제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지 특성과 고객 욕구를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낮은 가스압력과 잦은 전압변동, 영하 40도의 혹한 등에서도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가스보일러 개발이 시작됐다.
가지고 있는 최고 기술을 투입하는 것이 아닌 현지에 맞춘 최적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경동나비엔 노력은 제품으로 완성됐다. 성능은 우수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가스보일러인 'NAVIEN ACE'가 러시아 시장에 첫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뛰어난 제품 성능은 소비자 호응으로 이어졌다. 낮은 가스압에서도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한 가스 콘트롤 기술과 갑작스러운 전압의 변화에도 대응하도록 돕는 SMPS 기술을 적용한 'NAVIEN ACE'는 러시아 시장 난방 인프라 한계를 극복한 제품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강풍과 역풍 등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도 안전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APS(Air Pressure Sensor) 기능은 경동나비엔 기술력을 러시아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실제 지난 2009년 12월 러시아에는 15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로 보일러의 가동이 멈추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APS 기능을 갖춘 NAVIEN ACE는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면서 러시아 건설성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으며 경동나비엔 기술력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자연스레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경동나비엔은 높은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를 기반으로 독일 등 유럽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러시아에서 시장 1위로 도약했다. 동시에 경동나비엔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국민 브랜드'로 3회 연속 선정되었으며, 각계 전문가가 선정하는 '올해의 기업'을 2회 수상하는 등 러시아 시장 내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업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더 먼 미래 준비하는 경동나비엔
국가별로 다른 맞춤형 전략을 통해 시장 정상에 오른 경동나비엔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시장 다변화를 통해 고객의 삶에 더욱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수출 실적 역시 2011년 1억불 수출의 탑 수상 이후 6년만인 2017년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3년 뒤인 2020년에는 3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점차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2020 러시아 아쿠아썸 전시회 경동나비엔 부스 전경. 출처=경동나비엔. |
북미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동부 버지니아에 1차로 물류창고를 건설하고,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해 2024년까지 건평으로만 2만5000평 규모를 가진 현지 생산공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수비용과 설비 및 건물 증축을 위한 비용을 포함해 최종 투자 예상 금액은 총 920억원 정도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라인업을 더욱 다변화하고 있다. 시장 내에서 사용이 많은 일반 벽걸이 보일러 제품은 물론 점차 관심이 늘어나는 친환경 시장을 대비한 콘덴싱보일러나 전기보일러, 원격제어보일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소용량의 보일러나 온수기를 병렬로 연결해 상업용 시설에서 필요한 열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캐스케이드 시스템이나 지역난방에서 활용 가능한 효과적인 난방 및 온수 솔루션인 통합배관 히티허브를 통해 상업용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