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찍은 비트코인 ‘가즈아’ 통했나?
대장주 이미지, 실물경제 하락, 블록체인 업황 호조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1000만원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대비 3배 가까이 오른 비트코인의 성장세에 주목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으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에 따르면 27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000만원을 돌파했다. 전일 대비 하루만에 65만원 이상이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더리움과 리플, 비트코인 캐시와 라이트코인 등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세 상승 원인으로 다양한 요인이 지목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크게 비트코인 주도의 시세 상승, 실물경제의 어려움, 블록체인 업황 호조 등 세 가지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다.
비트코인 주도의 상승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은 한 때 2000만원이 넘는 몸 값을 자랑했으나 올해 초 360만원 수준으로 폭락한 바 있다. 그러나 조금씩 상승 동력을 살리더니 이번에는 꿈의 1000만원을 돌파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990만원대까지 상승한 후 잠시 조정기를 거치는 듯 했으나 이번에 1000만원 고지를 넘으며 그 이상의 가치 상승 기대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시세 상승이 지속되는 점이 중요하다.
비트코인은 1세대 암호화폐지만 거래속도 등 효율화 측면에서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한 알트코인들이 속속 등장했으나 여전히 ‘암호화폐=비트코인’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분위기다.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대장주의 역할을 수행하는 장면은, 곧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아직 확고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투자를 통한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으나,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명확하게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비트코인 거래’에만 자금이 집중된다는 뜻이다.
암호화폐의 실생활 활용에 대한 일반의 믿음이 강해지면 비트코인의 약점을 보완한 알트코인 중심의 시세가 상승했어야 한다는 주장의 논리다. 이러한 주장은 자연스럽게 초기 투자자들이 끝까지 ‘손절’을 선택하지 않고 ‘버텼기 때문’에 현재의 시세 상승이라는 호재가 찾아왔다는 주장과도 연결된다. 비트코인 대장주 패러다임이 소위 ‘가즈아 정신’과 맞물리며 시세 상승이라는 결과를 끌어냈다는 뜻이다.
암호화폐 전체가 디지털 자산으로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단순히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의 실물경제 어려움이 시세 상승에 도움을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등 실물경제가 불확실성으로 빠져들며 많은 사람들이 아직 실생활 안착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디지털 자산을 선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경수 이더랩 대표는 “최근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터키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단숨에 세계 6위로 오르고, 연금개혁 이슈가 불거졌던 브라질의 한 거래소가 거래량 기준 깜짝 세계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면서 “실물경제가 어려워지면 디지털 자산으로 시선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진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국면이 비트코인 시세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 다양한 암호화폐, 블록체인 업계의 호황이 이어진 대목도 시세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에 돌입하는 한편 조만간 자체 암호화폐인 글로벌 코인을 출시하는 등 플레이어 자체가 많아지고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한편 미 증권거래소의 암호화폐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도 시세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는 한편 블록체인 프로젝트와의 접점을 마련하고 있다. 채원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 전무는 13일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를 통해 “블록체인은 신기술의 활성화를 주도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스타트업과 관련 산업에 ‘기회의 땅’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블록체인 보안과 편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한편, 기술의 지평 또한 넓혀나갈 계획”이라면서 “한국,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서비스 대상 국가도 확대해 나가며 통신 사업자들과 협력해 블록체인 신분증과 지역 화폐 등 관련 기술을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앱 생태계부터 전체 플랫폼을 공략하는 한편, 이와 관련한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 화폐 개발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진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