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왜 무섭냐고? '고객 찾아가려 안달났으니까'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질 좋고 저렴한 상품, 친절한 직원과 훌륭한 경영 마인드를 가진 업체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비즈니스에 있어 거의 모든 것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화두를 던지자면, 모든 것을 가진 업체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사실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더 고급스럽고 더 질 좋고 저렴한 상품에 더 친절한 직원과 경영 마인드를 가진 경쟁자의 등장과, 다른 하나는 이런 경쟁자가 가만히 있지 않고 아예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
최고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가졌음에도 고객을 찾아가려고 안달이 난 방문 판매업체를 상상합시다. 우리의 경쟁력이 훌륭하니 알아서 찾아올 거야? 이런 생각은 이미 버린지 오래. 철저한 고객 덕후의 소유자. 아마존 이야기입니다.
고객을 찾아갈 수 있다
최근 SK텔레콤 트루이노베이션이 주최한 테크 세미나에 참석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업계의 통찰력을 공유하는 행사로 열렸기 때문에 등장하는 연사들도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특히 신윤호 SK텔레콤 AI사업 유닛 셀 리더의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통신사의 스마트홈이 포털의 스마트홈과 비교해 강력한 비교 우위를 가지는 이유 중 하나로 고객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신 리더는 "통신사들은 전화기나 IPTV 등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며, 고객을 직접 찾아갈 수 있다"면서 "포털은 인터넷 콘텐츠가 강하지만 이들의 플랫폼은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약점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가볍게 흘릴 수 있는 말이면서도 상당한 울림이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플랫폼 생태계 인사이트를 연구하고 설명하면서도 그 세계의 중요한 축인 참여자의 방향성을 두고 의미있는 분석을 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끌어올 것인가와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플랫폼의 특성이 참여자에게 어떤 의미로 여겨지는지에 대한 최초의 담론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모두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면, 승부는 누가 고객에게 더 다가가느냐에 달렸겠지요. 플랫폼이 매력적이어서 마치 애플처럼 알아서 찾아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친 척 철판 깔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반감만 사지 않는다면.
제프 베조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뉴시스 |
아마존의 위성, 그리고 프로토스
아마존만큼 고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모든 비즈니스를 고객의 핵심에 집중시키는 기업은 드물겁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면 좋으련만 이건 또 잘 못합니다.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상당히 아쉽지만, 아마존의 고객 사랑은 일반적인 사랑을 넘어 약간 집착에 가까운 뉘앙스입니다.
여기서 아마존의 일반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보자면, 쉽게 말해 문어발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부터 시작해 기반 인프라인 클라우드를 쥐고 세상 모든 것을 가지려는 전략입니다. 즉 광범위한 가두리 생태계를 구축해 구독경제에 기반한 힘있는 생태계 집중을 시도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은 아마존에 중독되고, 밖으로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포털로의 초반 네이버 행보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아마존의 고객에 대한 집착, 그리고 가두리 생태계가 만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스케일부터 남다른 큰 그림이 등장합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버티고 있는 블루오리진에 이어 최근 공개된 카이퍼 프로젝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3236개의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해 위성 인터넷을 구축해 세계를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카이퍼 프로젝트가 아마존의 고객 집착, 가두리 생태계 전략을 큰 그림 측면에서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역시 간단한 계산입니다. 아마존은 고객에 집착합니다. 그리고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고 싶어합니다. 여기에 카이퍼 프로젝트로 쏘아올려진 3236개의 소형 인공위성은 강력한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면서 어떤 ICT 서비스를 핵심에 둘까요? 당연히 아마존과 관련된 서비스입니다. 카이퍼 프로젝트를 두고 일각에서 아마존의 전 우주급 가두리 생태계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사실 이러한 전략은 페이스북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인터넷오알지를 통해 드론을 띄워 초고속 인터넷망을 무료로 세계에 뿌린다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라이트라는 가벼운 버전을 오지에 제공해 강력한 연결성을 취하려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인터넷의 세계화라는 공적인 패러다임이 들어가면서도 추후 발굴되는 새로운 인터넷 세상의 운영체제를 페이스북으로 채우려는 야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최근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며 이러한 큰 그림에서 발을 빼고 있고, 이제는 아마존만 남았네요.
물론 구글도 프로젝트 룬을 시도하고 있으며 성과도 나고 있으나, 아직은 구글이 가진 기반 인프라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두고는 명확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커머스를 가징 아마존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여기까지 생각했다면, 다음을 볼 차례입니다.
아마존은 블루 오리진은 물론 카이퍼 프로젝트 등을 당장 가동할 수 없습니다. 아직은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세상 만물과 강하게 연결되는 아마존이 카이퍼 프로젝트와 같은 큰 그림을 실제로 그려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가두리 양식장은 강해질 것이고, 모든 고객은 아마존의 방문을 받게 될 겁니다. 이제 가만히 있어도 아마존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전 우주급 가두리 생태계가 있으니까요.
최근 화제가 된 아이템 배송을 위한 하늘의 거대한 비행선인 하늘물류센터와 무인기 활용(Airborne fulfillment center utilizing unmanned aerial vehicles for item delivery, 9,305,280) 특허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에 등장하는 캐리어에서 인터셉터가 비행해 물건을 운반하는 기술입니다. 상상해보세요. 친구가 나에게 향수를 선물했는데 하늘을 나는 물류창고에서 인터셉터가 날아와 내 앞에 배달한다? 그렇게, 아마존이 찾아오는 겁니다.
프로젝트 카이퍼 콘셉 영상. 출처=갈무리 |
사실 거창하게 설명했으나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중국 고대 시절로 추정되는 배경을 무대로 하는 네이버 웹툰 에는 방문판매의 신으로 거듭나는 우복이 형이 있지요. 몇 년전만해도 방문판매는 상당히 활성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이 전율스러운 것은, 고객에 대한 무한한 덕심에 가두리 생태계를 무한으로 확장하면서도 고객을 찾아가려도 안달이 난 방문판매 업자를 닮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막강한 비즈니스 역량을 가진 거물이에요.
추후 아마존은 이어폰에도 알렉사를 넣고, LG전자 에어컨에도 알렉사를 넣어 방문판매 업자를 꾸준히 뽑을겁니다. 큰 돈을 들여 지구 전체에 초고속 인터넷을 뿌리는 미친 짓을 마다하지 않으며 말이지요. 아마 우리 모두가 아마존의 방문을 받는 그 날까지 계속될겁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제프 베조스가 있습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가 저서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프 베조스의 미친 발상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대담하다" 그 대담한 꿈의 비전을 두려워해야 할까요? 기대해야 할까요?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