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지선우는 왜 구형 그랜저를 탈까
드라마 제작진, 현대차와 PPL 계약 않고 출연차량 임의 섭외
차량 주목도 낮추고 스토리 몰입도 높이려는 취지인 듯
현대자동차 차량들이 등장하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 김희애씨. 출처= JTBC 공식 홈페이지 캡처 |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인기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현재 단종된 현대자동차 차량이 등장하면서 일부 시청자의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통상 드라마에 등장하는 차량은 완성차 업체들이 홍보하길 원하는 신차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믹리뷰>가 취재한 결과 현대차와 부부의 세계 제작진 양측이 제품 PPL에 관해 협력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차량들의 라인업이 신차로만 구성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자동차 업계에선 스토리에 대한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부부의 세계 제작진의 차량 노출 전략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8일 “현대차는 해당 드라마(부부의 세계)에 차량을 PPL의 일환으로 협찬 제공하지 않았다”며 “만약 PPL을 전개했다면 구형 모델 아닌 신차가 드라마 영상에 출연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부의 세계 제작진은 현대차와 협력하지 않고 차량 운영업체 등을 통해 자동차를 섭외한 것으로 추정됐다. 부부의 세계의 PPL 분야를 담당하는 JTBC미디어컴에 현대차 차량 섭외에 관해 수차례 문의했지만 회신하지 않았다.
부부의 세계 드라마 홍보를 대행하는 업체 피알제이의 박진희 대표는 이날 “부부의 세계 제작진이 현대차와 협력해 드라마 PPL을 전개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대차 차량 섭외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현재로선 알려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업체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진이 완성차 업체와 PPL 계약을 맺었다면 해당 업체 모델만 영상에 출연시켰을 것”이라며 “부부의 세계 드라마 제작진은 방송 출연용 차량을 운용하는 전문업체를 통해 차량을 섭외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세계 제작진이 현대차와 차량 협찬 계약을 맺지 않음에 따라 아반떼, G80 등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신차를 앞으로 드라마에 출연시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제작진은 그간 부부의 세계 1~12회차 영상에 쏘나타(dn8), 싼타페(DMㆍTM), 그랜저(IG) 등 현대차 차량과 함께 제네시스 G70ㆍG90 등 2개 모델을 등장시켰다. 이밖에 BMW코리아의 인기 중형 세단 520d도 드라마에 나온다.
부부의 세계 시청자나 누리꾼 가운데 일부는 드라마 등장인물이 구형 차량을 이용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비교적 높은 사회적 지위를 지닌 등장인물이 구식 모델을 탑승하는 설정에 어색함을 느낀다는 의견이다.
배우 김희애씨가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타고 다니는 차량으로 등장하는 현대자동차 그랜저IG. 출처= HMG저널 |
예를 들어 극 중 인물 지선우(김희애 粉)가 대형 병원의 부원장임에도, 현실에서 신차ㆍ프리미엄 이미지와 멀어진 구형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점이 지목됐다. 여다경(한소희 粉), 이태오(박해준 粉) 등 지선우와 비슷한 경제력을 갖춘 인물들이 제네시스 모델을 타고 다니는 점과 너무 대조된다는 의견이다. 그랜저IG는 작년 11월 신모델인 더 뉴 그랜저가 출시됨에 따라 단종된 모델이다.
더 뉴 그랜저가 드라마 방영 기간 현실에서 폭발적 호응을 얻음에 따라, 시청자들이 지선우의 경제력과 구형 그랜저 상품성 양 측 간 괴리를 더 많이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더 뉴 그랜저는 작년 10월 사전계약 실시 11일 만에 3만2000여건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드라마 제작진이 신차 일색의 노출 전략을 피함으로써 드라마 플롯 등에 대한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려 한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신제품에 얽매이지 않는 PPL이 방송광고 전략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감이나 거부감을 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구형 차량의 드라마 노출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구식 모델이 영상에 등장함으로써 해당 모델의 실제 고객으로부터 관심을 얻고,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장택원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부부의 세계에서 전개되는 차량 노출 전략은 시청자에게 신제품을 주목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스토리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또 완성차 업체는 드라마에 구형 차량을 등장시킬수록 실제 차량 고객의 자긍심을 높이고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도 확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