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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머금은 이별, 그리고 새출발

기업과 기업의 만남이 마냥 우호적인 환경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어려운 상활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때로는 연대 외에는 답이 없기 때문에 합종연횡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코노믹리뷰 요기요 플러스. 출처=뉴시스

"읍참마속"


SK하이닉스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 사례는 무난한 합병이나 합병과정으로 평가된다. 물론 일부 리스크가 엿보이는 구석도 있으나 큰 틀에서 이겨나갈 수 있는 리스크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그러나 인수합병 계획이 장기적인 계획과 크게 달라지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시장의 재편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도 눈길을 끈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이 단적인 사례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동거를 앞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두 기업의 결합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조건부 승인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6개월 내 요기요를 보유한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를 매각해야 한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요기요를 떼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소상공인들의 반발만 지나치게 의식하며 기계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당장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한 시대를 역행하는 판단"이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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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DH의 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딜리버리히어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당장 배달앱 수수료 등 문제로 소상공인들의 비판이 나오며 각 지자체들이 공공 배달앱까지 만드는 상황이다. 그 연장선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모두를 가져가며 시장 점유율 99%를 장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쿠팡이츠 등의 진격으로 점유율 변동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점유율을 앞으로도 계속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요기요를 매각하면서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아시아를 매개로 하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이 딜리버리히어로 입장에서는 최선이 아닌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기업 결합을 계기로, 앞으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하겠다. 국내에서 배민의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세계로 뻗는 기업이 되겠다"면서 "소비자와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책임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2조원 중반대인 요기요의 몸값이 부담되어 매각이 어렵다는 말도 나오지만, 최근 코로나19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배달앱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외로 새주인 찾기는 쉽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CT 플랫폼 기업부터 온택트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유력 오프라인 기업들의 이름이 회자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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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 출처=각 사

"한판승부"


같은 기업결합이지만, 코로나19 등 예상할 수 없는 사태로 어려워진 업황을 고려한 결단도 눈길을 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말 그대로 회사의 생존을 건 '한판승부'에 가깝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및 우발부채 논란이 터지며 HDC현산이 발을 빼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도 내부 경영권 다툼이 심해지는 한편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 대목에서 산업은행이 중재자로 등장했다. 산은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한진칼의 8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한진칼은 이를 바탕으로 대한항공의 지분을 매입하는 그림을 그렸다.


이후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돌입해 1조8000억원의 아시아나항공 신주와 영구채를 인수하게 된다. 쉽게 말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제공하면 한진칼에 이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 자체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엄청난 특혜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산은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기조로 일관했다. 그 연장선에서 조원태 회장과 대척점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주주연합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었으나 기각되는 등 숱한 논란으로 점철됐다. 나아가 심각한 수준의 '노노갈등'을 비롯해 회사는 부정하고 있으나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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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한항공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의 품에 안기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례도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자의보다 타의에 따라 진행되는, 회사의 생존을 건 한판승부의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그룹은 현재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다. 코로나19 및 두산중공업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사실상 그룹 전체가 빈사상태에 놓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두산그룹은 빠른 경영 정상화를 시도하며 힘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채권단의 3조원 유동성 공급이 이뤄진 직후 두산은 지주회사인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각자의 자원을 활용하는 한편 고위급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하는 등으로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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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은 벤처캐피탈 자회사 네오플럭스의 지분 96.77%(신한금융지주), 두산솔루스 지분 52.93%(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두산 모트롤사업부(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 그리고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마스턴투자운용)에 매각했으며 지난 9월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두산중공업의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했다.


지난 8월 골프장 클럽모우CC를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도 했다.


두산 자구안의 마지막 퍼즐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다. 현대중공업, GS건설, 유진그룹 그리고 다수의 사모펀드들이 참여한 가운데 결국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새로운 두산인프라코어의 주인이 됐다.


양측은 2021년 1월 31일까지 두산 입장에서는 매각,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인수를 추진하는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과 손해배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두산이 부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는 두산그룹 자구안의 훌륭한 모범답안이지만,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알짜 회사의 손실로도 볼 수 있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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