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차 개그맨 ‘아싸 최우선’, “호응 없어도 끝까지 ‘웃기는 사람’ 되고 싶다”
‘유튜브 슬럼프’에 빠졌다고 고백한 7년차 개그맨 최우선. 그는 2017년 ‘코미디빅리그’의 한 코너 ‘잠입수사’로 데뷔해, 지금은 유튜브 채널 ‘아싸 최우선’을 운영하고 있다. 〈아싸 최우선〉 캡처 |
뭘 올려도 사람들이 안 봐요. 길거리 다니면 가끔 절 알아보긴 하시는데 구독자, 조회수는 더 떨어지고 있어요. 이제 저 어떡하죠?
개그맨 최우선(35)이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며 짠내 나는 읍소 영상을 올렸습니다. 아무리 봐도 누군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맞습니다. 척 보면 알 법한 유명 개그맨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우선은 데뷔한 지 7년이나 된, 꽤 오래 활동해온 개그맨입니다.
‘윤형빈 소극장’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로 희극인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7년 tvN ‘코미디빅리그’의 한 코너 ‘잠입수사’로 데뷔했습니다. 지난해 ‘코미디빅리그’를 그만두고 여러 유튜브 웹예능에서 활약했지만 아싸 티는 벗지 못했는데요. 최근엔 SNL 코리아 시즌4에도 출연하는 등 천천히 ‘인싸’들의 세계로 넘어오는 중입니다.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에서 아싸 개그맨 최우선을 만났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랫동안 꿈 꿨던 개그맨의 길을 7년째 걷고 있지만 최우선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합니다. 기대 만큼 호응을 받진 못해도 끝까지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영상( https://youtu.be/l9FBe8LqteE?si=4M1Ef1Uu6LFdoVKt)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 슬럼프’에 빠졌다며 읍소 동영상을 올린 최우선. 〈아싸 최우선〉 캡처 |
―7년차 개그맨, 슬럼프에 빠졌다고요?
“거리에 나가면 알아봐주시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유튜브 콘텐츠는) 뭘 올려도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걱정이 큽니다. 2021년 2월 채널을 개설했는데 1년 만에 구독자 수 10만 명이 넘었거든요. 100만 뷰가 넘는 콘텐츠도 꽤 있었고요. 근데 최근 1년 간 구독자 수가 2만 명도 안 들었어요. 상승세가 확 꺾여서 고민이에요.”
―읍소 영상을 올리셨는데요.
“유튜브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건 사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이걸 제 고민이라고 오픈한 적은 없어요. 다른 유튜버들과 달리 구독자와 소통하거나 그런 타입은 아니었거든요. 혼자 꽁해 있는 것보다 오픈주방처럼 구독자들의 조언, 직언을 듣고 싶은 마음에서 올렸습니다.”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아싸 대학생’이라는 부캐 하나만 계속 연기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요. 조회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건, 보는 사람만 보고 있다는 것이잖아요. 요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저 역시 정답은 잘 모르지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부캐를 활용한 콩트만 했다면 이젠 부캐를 활용한 여러 기획 콘텐츠에 도전해보려고요.”
―아싸 대학생 부캐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실제 인물을 보고 영감 받은 캐릭터는 아니에요. ‘코미디빅리그’에서 연기했던 한 코너의 캐릭터였어요. 녹화는 했는데 방송엔 못 나왔거든요. 최근 개그맨들 사이에서 부캐가 한창 인기였을 때 저도 부캐를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미디빅리그’에서 연기했지만 방송에 나오지 못한 ‘아싸 대학생’을 떠올렸죠.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의 저라는 사람과 결이 가장 비슷하기도 했고요.”
―원래 ‘아싸’ 같은 성격인가요?
“그냥 평범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조용한 편이었고요. 학교에서 떠들고 웃기고 그런 타입은 전혀 아니었어요. 대부분 조용히 있는 편이었는데 친해지고 나면 재밌어지는 친구였어요. 새학기가 시작되면 1학기 때는 데면데면하다가 2학기 되면 웃겨지는 친구 있잖아요. 그게 저였어요. 다시 반 바뀌면 조용해졌고요.(웃음)”
‘부캐’로 유명한 개그맨 김해준과 절친 사이인 최우선. 김해준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부캐 ‘아싸 최우선’을 만들었다. 〈복수자들〉 캡처 |
최우선이 본격적으로 ‘부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22년 2월. ‘코미디빅리그’에 함께 출연하며 동고동락했던 개그맨 김해준이 부캐로 큰 인기를 끌면서부터였습니다. 최우선과 김해준은 무명 시절 한 집에 동고동락할 정도로 친한 사이입니다.
―절친 김해준 씨가 일약 스타가 됐는데요 .
“형이 너무 잘 돼서 놀랐어요. 제 주변 사람 중에 이렇게 유명해진 사람은 해준 형이 처음이었거든요. 스타들은 제게서 되게 멀리 있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바로 제 옆에서 같이 코미디 하던 형이 잘 되는 걸 보게 되니 많은 자극이 됐어요. 그것 때문에 ‘아싸 최우선’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있어요. 머리로만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해준이 형 덕분에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죠.”
―‘아싸 최우선’은 소수에게 컬 트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떡상’은 되지 않았지만 몇몇 팬들이 좋아해주시는거 보면 소수에게 어필하고 있진 않나 생각합니다.(웃음) 너무 소수여서 민망하긴 한데요. 그래도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들이 있으니까 정말 괜찮을 때도 있습니다.”
―‘아싸 대학생’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모자란 느낌의 캐릭터인데요.
“제가 하고 싶어하는 ‘페이소스’식 개그랑 잘 맞는 캐릭터예요. 저의 단점이나 결함, 슬프거나 짜증나는 일을 개그로 승화시키는 거죠. 나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더라도 타인에게 웃음이 될 수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이 제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윤형빈 소극장’ 시절부터 크게 의지했던 박휘순 선배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가장 닮고 싶은 개그맨으로 박휘순 씨를 꼽으셨더라고요.
“박휘순 선배는 개그맨 지망생 때 ‘윤형빈 소극장’에서 처음 알게 된 사이예요. 잘 모르는 사이였는데 되게 잘해주시는 거예요. 밥도 사주시고 술도 사주시면서. 모든 후배들에게 다 잘해주는 서글서글한 성격인줄 알았는데, 저한테만 잘해주셨던 거였어요. 이유를 여쭤보니 ‘널 보면 내 지망생 시절이 생각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두 분이 약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박휘순 선배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항상 웃어야 해. 안 웃으면 집에 우환이 있는 사람 같고,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 떠날 것처럼 보이니까. 우리의 무표정은 무표정이 아니다. 항상 웃어라.’ 어쩌면 개그맨으로서 제게 팁을 주신 거죠. 사실 개그맨들이 대부분 외향적이고 표정도 밝잖아요. 저처럼 우울하고 축 처지는 분위기의 개그맨은 항상 웃어야 호감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진심으로 조언해주신 거였어요.”
‘윤형빈 소극장’에서 개그맨의 꿈을 키우던 최우선. |
최우선은 ‘고학력 개그맨’으로도 유명합니다.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때 세무사가 되려고 고시원에서 지낸 적도 있습니다. 처음 개그맨이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왜 반대하신 건가요?
“대학 졸업했으니 멀쩡한 회사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지 왜 그런 험한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요. 처음엔 엄청 반대하시다가 동생이 취업하면서부터 (부모님) 마음이 누그러지시더라고요.(웃음) 아들 둘 다 밥벌이 못 하고 살면 어떡하냐 걱정하신 거죠. 동생에게 고마워요. 덕분에 부모님 걱정을 덜었으니까요.”
―부모님께 들은 칭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원래 주변 사람들한테 자식 자랑 잘 안 하시는데, 저 개그맨 되고 나서 SNS 프로필 사진도 바꾸시더라고요. ‘코미디빅리그’에 출연한 영상 캡처한 사진으로요.(웃음) 동생은 취직해서 나가 사는데 저는 반백수처럼 부모님이랑 함께 살거든요. 집안일도 잘 하고 부모님이랑 대화도 자주 하니까 내심 저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마다 낮은 조회수에 화제성도 떨어지니, 얼굴이 알려진 개그맨으로서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데요. 그만두거나 숨기보다는 정면돌파를 택했습니다. 100만 뷰, 수십만 구독자를 바라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1년 내 작은 성과라도 만들어서 채널삭제하지 않는 것’이 그의 목표입니다.
―목표가 너무 소박한 거 아닌가요?
“옛날부터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재밌어하는 걸 좋아했어요. 팬은 많지 않고 유명세는 없지만, 그래도 제가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역할이 계속 주어지잖아요. 그것만으로 만족해요. 타인과 비교만 하지 않으면, 제 상황은 정말 만족스러워요. 잘 나가는 동료들과 비교를 아예 안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크게 신경 쓰는 편도 아니거든요.”
― 개그맨이 본인의 천직이라고 생각하나요?
“데뷔 전까진 후회할 때도 많았어요. 개그맨 되겠다고 학원도 다니고 공연도 열심히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으니까요. 서른 살이 되던 해 ‘코미디빅리그’에 데뷔하고 여러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작지만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느리지만 천천히 제 길을 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그맨만 힘든 건 아니잖아요.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나요? 그래도 하나뿐인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안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재밌고 즐거울 때가 더 많습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