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새벽 수영하는 의사…“허리디스크 사라지고 체중도 감량”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즐기던 수영을 평생의 건강법으로 삼아 27년째 즐기고 있다. 수영으로 허리디스크 증세를 고치고 체중을 감량한 오 교수는 매주 5, 6회 수영장을 찾아 1시간가량 수영하며 건강을 챙긴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2)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강과 바다는 놀이터였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물에 대한 공포심은 생기지 않았다. 늘 물이 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했다. 운동을 좋아해 테니스와 유도도 배웠지만 수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울 여건은 되지 않았다. 가끔 계곡이나 바다로 휴가를 갔을 때 물놀이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물놀이는 추억이 돼 버렸다. 그러다 교수가 된 후 수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27년째 수영을 하고 있는 ‘수영 마니아’가 됐다.
● 27년째 새벽 수영 습관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즐기던 수영을 평생의 건강법으로 삼아 27년째 즐기고 있다. 수영으로 허리디스크 증세를 고치고 체중을 감량한 오 교수는 매주 5, 6회 수영장을 찾아 1시간가량 수영하며 건강을 챙긴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
오 교수는 1995년 초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해 3월 한양대 구리병원이 개원할 때 교수로 부임했다. 진료, 콘퍼런스, 학생 강의에 실험과 논문 작성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됐다.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체중이 늘어났다. 이어 허리디스크 증세도 나타났다. 운동이 해법이었다. 하지만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수영이 떠올랐다. 출근하기 전 새벽에 수영하면 될 것 같았다.
집과 병원 중간 거리에 있는 수영장을 찾아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났다. 곧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주 3일, 매회 40~50분 수영을 했다. 7, 8년이 지난 후에는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정식 레슨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모든 수영법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수영에 빠져들었다. 해외 학회나 출장, 혹은 여행을 가더라도 수영복은 꼭 챙긴다. 요즘에는 주 5, 6일 수영을 한다. 거의 매일 수영장으로 ‘출근’하는 셈이다.
● 허리디스크 사라지고 체중 감량 성공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즐기던 수영을 평생의 건강법으로 삼아 27년째 즐기고 있다. 수영으로 허리디스크 증세를 고치고 체중을 감량한 오 교수는 매주 5, 6회 수영장을 찾아 1시간가량 수영하며 건강을 챙긴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
오 교수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오랜 수영 습관으로 심폐 기능과 지구력이 좋아진 것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모로 건강이 좋아졌단다. 일단 허리디스크 증세가 사라졌다.
1995년 지금의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로 허리가 안 좋아졌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활 치료는 받아야 했다. 증세가 안 좋을 때는 양말을 신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환자와 만날 때도 허리 통증 때문에 어정쩡하게 앉아 진료해야 했다.
1년간 이런 초기 허리디스크 증세로 고생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 허리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수영하기 전에는 물리치료 효과가 한 달을 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3, 4개월 동안은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영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허리디스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 통증이 재발하지 않았다. 이후로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 오 교수는 “특히 자유형과 배영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45분을 수영한다면 30분은 자유형에 투자한다. 나머지 15분 동안 배영과 접영, 평영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허리디스크에서 해방된 후로는 비슷한 증세를 느낀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기 쉬운 오십견 증세도 없다. 흔히 몸이 결린다고 하는 표현을, 오 교수는 써 본 적이 없다. 그는 “수영을 하다 보면 물과 접촉하는 동안 마사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체중도 줄었다. 1995년 유학을 끝내고 귀국할 당시 체중은 70㎏ 안팎이었지만 얼마 후 76㎏까지 늘었다. 수영을 1년 정도 했을 때 72㎏으로 떨어졌다. 이후 26년째 유지하고 있다.
● 적게 먹고 틈틈이 ‘생활운동’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즐기던 수영을 평생의 건강법으로 삼아 27년째 즐기고 있다. 수영으로 허리디스크 증세를 고치고 체중을 감량한 오 교수는 매주 5, 6회 수영장을 찾아 1시간가량 수영하며 건강을 챙긴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
오 교수는 수영하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열량 소비량 등을 체크한다. 40~50분 동안 수영하고 나면 소비되는 열량은 약 500Cal다. 오 교수는 “체중을 빼기 위해서는 수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小食)을 병행하고 있다.
수영하기 전에는 따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수영을 끝내고 병원에 도착한 후 집에서 가지고 온 아침 식사를 한다. 삶은 계란 2개와 간단한 과일주스다. 점심은 가급적 병원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배식 받을 때 미리 밥과 반찬의 절반을 덜어낸다.
저녁 식사를 줄이는 게 어려웠다. 회식이나 학회 모임 때는 많이 먹었다. 2000년 무렵부터 식사 패턴을 바꾸었다. 세트 메뉴일 때는 하나씩 건너뛰면서 먹었고, 면 음식은 사양했다. 그래도 양이 많다 싶으면 3분의 2만 먹었다. 다음 날 수영을 하기 위해 음식을 덜 먹는 날도 많아졌다. 이렇게 하다 보니 소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50대 이후로 다른 운동도 시작했다. 주말에는 동네 산을 오른다. 1시간 등산 후 수영장에 간다. 수영장 옆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도 한다. 주로 주말, 산에 오르지 않는 날에 헬스클럽에서 30~40분 운동한 뒤 수영을 한다. 늘 마무리는 수영인 셈이다. 오 교수는 “수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운동”이라고 했다. 물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그는 “혼자 수영을 하면서 들리는 것은 오로지 물소리뿐”이라며 “수영하면서 명상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7, 8년 이상 수영을 지속하면 이런 명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단다.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즐기던 수영을 평생의 건강법으로 삼아 27년째 즐기고 있다. 수영으로 허리디스크 증세를 고치고 체중을 감량한 오 교수는 매주 5, 6회 수영장을 찾아 1시간가량 수영하며 건강을 챙긴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
수영이 근력, 지구력, 심폐 기능 개선에 좋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물의 저항은 그 자체로 전신 마사지 효과도 있다. ‘수영 마니아’인 오재원 교수에게 수영의 건강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첫째, 중년 이후에는 숨이 약간 찰 정도인 최대 심박수의 60~80% 수준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 90%가 넘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또한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최소한 일주일에 3회 이상 수영을 하되, 40분 이상 숨이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경우 1시간에 700Cal 정도 소모할 수 있다.
둘째, 모두에게 이로운 운동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는 1시간 이상 수영해서는 안 된다.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저혈당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숨을 오래 참다 보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고혈압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하체보다 상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다른 운동에 비해 심장에 가해지는 압박이 크다. 심장질환자도 수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체중을 실어 수직 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 수영은 물에 떠서 하는 수평 자세 운동이다. 따라서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이나 치료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척추 질환이 있다면 수영이 도움 된다. 다만 접영과 평영은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자유형과 배영을 하는 게 좋다. 또한 척추 환자는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갑자기 물에 뛰어들 경우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오래 물에 머물지 않는다면 좋은 운동이 된다. 다른 운동에 비해 감염의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천식 증세가 있을 때도 수영이 좋다. 폐활량이 늘어나고 습한 공기가 천식 증세를 완화한다. 수영을 해도 어깨가 넓어지지는 않는다. 굽었던 어깨가 근육이 발달하면서 펴지는 것이다. 오히려 수영을 많이 하면 균형 있는 어깨를 가질 수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