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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동아일보

늘어나는 ‘콜키지 프리’ 매장… 술이 이끄는 외식 시장

팬데믹 때보다 높아진 폐업률… 주류 프로모션으로 고객 유입

술 가져가는 ‘콜키지 프리’ 인기… 고객과 업주 공동의 에티켓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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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안에 있는 라이브 바 ‘JJ마호니스’는 3년 만에 재개장하면서 인당 2만 원의 입장료를 내면 샴페인 한 잔과 4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라이브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사진 출처 그랜드 하얏트 호텔 인스타그램

‘저희 매장은 코키지(콜키지) 프리입니다. 요리와 함께 드시고 싶은 술이 있으면 가지고 오세요.’

‘커버 차지를 내면 샴페인 한 잔을 무료로 드립니다.’

‘3만9000원에 20가지 와인을 무제한으로 즐기세요.’

‘생맥주 한 잔에 1900원.’

요즘 20, 30대가 즐기는 핫플 레스토랑부터 5성급 호텔, 고깃집, 횟집, 이자카야, 호프집 구분할 것 없이 여러 외식업소에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주류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외식업의 기본은 요리의 맛이지만 손님이 없으면 이조차 선보일 기회가 없으니 어떻게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활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식업체 81만 8867개 중 폐업한 업체는 17만6000여 개로 폐업률이 21.52%나 됐다. 외식업소 5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은 것인데 이는 팬데믹 때 가장 극심했던 2020년보다 높은 수치다. 외식업체의 신생률은 18.53%로 폐업률이 더 높다. 코로나가 끝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경쟁이 더 심해져서 외식업주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최근 가장 돋보이는 방식은 술을 활용한 업장 홍보다.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은 인당 3만9000원을 내면 20여 종의 와인과 진을 무제한 즐길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 32층에 있는 바 ‘라티튜드’는 입장료 명목으로 커버차지 1만 원을 내면 간단한 안주와 미니 와인 글라스에 샴페인 한 잔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내에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라이브 바 ‘JJ마호니스’는 3년 만에 재개장하면서 인당 2만 원의 입장료를 내면 샴페인 한 잔과 4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라이브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했다. 5성급 호텔이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숙박료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식음 매장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주류 프로모션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외식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객 유인책 중 하나는 바로 콜키지 프리다. 손님이 외부에서 가져온 술을 외식업장에서 요리를 주문하면 별도의 비용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소매업장에서 구입한 술을 맛있는 요리와 함께 좋은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업장 입장에서는 소믈리에를 고용하거나 와인을 핸들링하지 않아도 술을 즐기는 신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다. 외식 업소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최근 다양한 업장에서 코르크 차지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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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식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객 유인책 중 하나가 콜키지 프리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코르크 차지(Cork Charge, Corkage Fee)라는 개념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와인 유통과 웨딩 & 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업자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와인의 뚜껑을 막고 있는 나무 마개를 코르크라고 하는데 와인을 즐기는 프랑스에서 연회가 끝나면 모든 코르크를 모아 코르크 개수만큼 손님에게 비용을 부과하면서부터다. 1970년부터 BYOB(Bring Your Own Bottle) 콘셉트가 영미권 레스토랑에서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집에 있는 와인이나 숍에서 구입한 술을 외식업장에서 즐기기 시작했고 업장에서는 이것에 대한 비용을 부과한 것이다. 외식업장에서도 보통 주류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술을 가져와서 먹으면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병당 최소 5000원부터 최대 15만 원까지 비용을 매기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아예 비용을 받지 않는 방법을 택해 매출보다 고객을 유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본래 술은 요리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 식음업장에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고객과 업주 공동의 노력과 에티켓이 필요하다. 고객은 코르크 차지를 내고 주류를 반입했으면 적정한 금액의 요리를 주문해 요리와 함께 즐겨야 하고, 업주는 기본적인 와인잔이나 오프너, 아이스버킷 등은 구비를 해두고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서로 즐길 수 있다.


어떤 고객은 콜키지 프리 업장에 찾아가 가장 저렴한 메뉴 하나만 주문해서 둘이서 나눠 먹고 나가는 경우도 있고, 어떤 업주는 와인잔 하나도 없으면서 외부에서 와인을 가지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코르크 차지를 부과하기도 한다. 외식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에티켓과 서로에 대한 감사와 존중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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