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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동아일보

“100세 시대, 중요한 것은 체력” 62세 몸짱의 눈에 들어온 운동은…[양종구의 100세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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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영 씨(62)는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와 시작한 운동을 통해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전남대 일반대학원 체육학과에서 운동생리학을 공부하며 자신과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47세쯤이었다. 키가 177cm인데 체중이 93kg까지 나갔다. 병원에서 경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 그래서 살을 빼려고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한국전력에 다니던 그는 살 빼는 데는 유산소운동이 좋다고 해 수영장에 등록했다. 매일 새벽 1시간 수영을 하고 출근했다. 출퇴근은 자전거로 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안양까지 편도 52km를 주 2회 정도 왕복했다. 자전거로 출근한 뒤 일이 있어 외근을 하게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다음날 자전거로 퇴근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3년을 하자 체중이 75kg까지 약 20kg이 빠졌다. 한국전력 협력사인 벤처회사로 옮긴 뒤 한국전력이 2014년 전남 나주로 이전하면서 같이 내려갔고, 나주에서는 새벽에 수영을 하고 가끔 영산강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살이 빠지니까 보기는 좋은데 힘이 없었다. 그래서 50세 때부터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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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꾸준히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자 욕심이 생겼다. 수영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개인혼영 100m를 1분30초에 완주해야 하는 것에서 계속 발목을 잡혔다.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25m씩 해서 100m를 90초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1분37초까지는 가는데 그 7초를 넘지 못했다”고 했다.


신체 능력을 키우는 운동을 찾다가 크로스핏이 눈에 들어왔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파워리프팅의 최대근력, 역도의 파워, 육상의 스피드, 기계 체조의 협응력…. 서로 다른 영역을 한 데 모아 종합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기구도 다양하다. 아령과 역기 이외에도 케틀벨, 우드링, 샌드백, 타이어, 밧줄…. 특정 부위가 아닌 전신의 운동 능력을 고루 발달시킨다. 크로스핏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소방관이나 군인이 주로 애용할 정도로 거친 운동이다. 어 씨는 크로스핏 체육관에 등록해 2년을 열심히 운동했고 결국 수영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다.


어 씨가 운동에 매진하게 된 배경에는 긴 시간 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배운 게 있어서다. 100세 시대로 수명은 길어졌는데 건강이 좋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가족도 고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체득했다.


“부모님을 봉양하느라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결국 우리 가족을 위해서 내가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가장이 건강해야 가족 모두 건강하다. 이런 사람들이 모이면 사회가, 결국 국가가 건강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어 씨는 3년 전 은퇴 뒤의 삶을 ‘건강 전도사’로 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전남대 석사과정에 등록해 운동생리학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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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 사람들이 베이비부머 세대다. 정년퇴직을 했거나 해야 할 나이다. 수명이 길어져 은퇴한 뒤에도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이 때 가장 큰 문제가 체력과 자신감이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도전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내가 10년 넘게 직접 운동을 해보니 체력도 좋아졌지만 자신감도 크게 향상됐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중년 남성들에게 체력을 키워주면서 자신감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면 베이비부머들도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어 씨는 현재 살고 있는 나주혁신도시 공공기관에서 은퇴를 앞둔 중년 남성들에게 중고강도 크로스핏 운동을 통해 체력과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운동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나주에 19개 공공기관이 있는데 은퇴를 앞 둔 50대를 대상으로 희망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17일 열린 스파이더 얼티밋챌린지 스페셜 매치에서 우승했다. 만 40세 이상의 참가자들이 참가해 버피점프 20회, 턱걸이 10회, 버피점프 20회를 3분 이내 완료하는 경기다. 미션 완료한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인데 2분27초로 미션을 완수해 우승한 것이다.


“남을 지도할 때 운동 지도에 대한 기술도 있어야 하지만 나 자신이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급적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스파이더 얼티밋챌린지도 그래서 나갔다.”


스파르탄 레이스와 전국 실내조정대회, 전국 수영대회 등에 출전했는데 다 연령대별로 경쟁을 했다. 스파이더 얼티밋챌린지는 달랐다. 올핸 시니어들을 위해 스페셜매치를 만들었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경쟁하는 게 좋았다. 지난해엔 얼티밋챌린지 본선에 올라 3분 54초에 완주했고 올해는 2분 56초로 완주해 약 1분을 당겼다.


얼티밋챌린지는 크로스핏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체력왕’을 가리는 것이다. 장애물(허들) 달리기를 하는 사이사이에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토스투바(Toestobar·철봉에 매달린 채 두 발끝을 동시에 바에 닿게 하는 동작), 바터치버피(Bartouchburpee·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일어나 머리 위 바를 터치한 뒤 푸시업) 등을 일정 횟수 한 뒤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규정대로 동작을 하지 않으면 카운트를 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3분 마라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그는 “지난해에는 너무 힘들어 고생했다. 1년 열심히 운동해 기록을 1분 정도 당겨 올핸 아주 만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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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씨는 지난해에는 스파르탄 레이스 21km 부문에 출전해 4시간 9분에 완주했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5km부터 10km, 21km까지 달리며 다양한 난이도의 장애물을 정복해나가는 레이스다. 5km는 장애물 20개, 10km는 장애물 25개, 21km는 장애물 30개를 넘는 식이다. 장애물은 넘는 것, 건너는 것(물, 밧줄), 드는 것 등 다양하다. 그는 “지난해 처음 도전했는데 경기를 잘 몰라 엄청 고생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출전하지 않았다. 내년에 출전해선 3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목표를 정해 놓고 운동을 한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 얼티밋챌린지 등 이벤트 대회에 목표 기록을 정하고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게 내가 운동을 하는 동기가 된다”고 했다.


크로스핏의 효과를 몸소 체험한 그는 요즘엔 주로 크로스핏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까진 수영을 하고 자전거도 탔는데 지금은 아파트 헬스클럽에서 크로스핏을 하고 있다. 크로스핏의 장점이 짧은 시간에 최고의 운동효과를 낸다는 점.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운동에 할애할 수 없다. 그는 “코로나19로 체육관을 갈 순 없어 아파트 헬스클럽에서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가르쳐 달라고 해 알려주며 함께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짠 크로스핏 프로그램으로 주 4~5회 1시간씩 운동한다. 그리고 수영 대신 주 2~3회 약 12km씩을 달린다. 그는 “당초 달리기는 무릎에 안 좋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형외과 의사가 마라톤에 무릎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해 달렸다. 정말 무릎에 큰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달리기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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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00세 시대 노인들 삶의 질은 체력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체력이 좋으면 낙상 등 노인성 질환에서 안전하다. 체력이 있어야 시간도 있고 친구도 있다. 아무리 가진 게 많아도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중년부터 건강을 잘 관리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어 씨는 석사학위를 마친 뒤 박사과정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학위과정 중에는 연구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 뒤 중년남성들을 위한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세상엔 나 말고도 운동으로 멋지게 살고 있는 은둔 고수들이 많다. 그들이 양지로 나왔으면 좋겠다. 나이 들었다고 나서기 싫어하는데 나와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한다. 자랑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나이에 자랑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일종의 재능 나눔으로 나와서 알려주고 함께 운동하면 사회가 건강해질 것이다. 기회가 되면 그런 분들이 나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선 이런 분들이 많아야 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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