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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건강관리 스포츠로 딱!”…탁구에 빠진 전직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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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명예교수가 서울 반포 이상국탁구교실에서 백핸드 스트로크를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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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명예교수가 서울 반포 이상국탁구교실에서 탁구 라켓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탁구 국제심판이 된 마영삼 전 주 덴마크 대사께서 ‘탁구가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강조하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60세 이후 정년퇴직한 뒤 평생 스포츠 하나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죠. 그래서 바로 집 근처 탁구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레슨도 받고 회원들하고 경기도 하고…. 삶에 큰 활력소가 됐습니다. 여러 운동 중 탁구가 100세 시대 건강관리에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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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명예교수가 서울 반포 이상국탁구교실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찬우 외교부 국립외교원 명예교수(62)의 ‘탁구 사랑’은 이렇게 시작됐다. 주케냐 대사에서 돌아와 2014년 잠시 국립외교원 글로벌리더십과정에 파견 나갔을 때 다시 탁구를 만나게 됐다. 다른 여러 가지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대학시절 친구들과 심심풀이로 탁구를 쳤을 때와는 전혀 다른 탁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는 “업무 스트레스도 날려주지만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느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평생 스포츠로 탁구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서울 반포 집 근처 이상국탁구교실에서 주중에 1회 2시간 레슨 받고, 주말에는 2~3시간 회원들과 돌아가며 경기를 했습니다.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 커트냐 스핀이냐, 다양한 기술이 극복해야 할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배우고 훈련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다른 회원들이 쓰는 기술을 받아내지 못하면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동영상을 찾아보고 연구했습니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듯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었다. 회원들끼리의 경쟁이지만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가 자극이 됐고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2016년엔 생활체육 탁구대회에도 2차례 출전해 6부 리그 복식에서 상위권에 입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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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명예교수가 주브라질 대사 시절 현지에 온 타국 대사들과 탁구를 친 뒤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찬우 명예교수 제공.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주 브라질 대사로 나갔을 땐 탁구를 소통과 교류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대사관 직원이 30여명인데 업무 성과를 잘 내려면 결국 소통이 잘 돼야 합니다. 제가 가기 전부터 직원들끼리 탁구를 치고 있었는데 제가 가면서 더 활성화됐죠. 초코파이와 라면 등을 상품으로 걸고 탁구 대회를 연 2회 개최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상품이 중요한 게 아니라 탁구로 즐겁게 한바탕 어우러지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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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명예교수가 주브라질 대사 시절 브라질 의원들과 탁구를 친 뒤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찬우 명예교수 제공.

브라질 현지에 와 있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튀니지, 알제리, 카메룬 등의 대사 및 직원들하고도 탁구 교류를 했다. 브라질-한국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루이스 미란다 하원의원 등 브라질 관계자들과도 탁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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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명예교수가 주브라질 대사 시절 대사관 자체 탁구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김찬우 명예교수 제공.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는데 전반적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아카데미가 우리와는 다른 의미인 ‘피트니스센터’로 쓰이고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아카데미에서 신체단련을 하고 있었고, 동네마다 탁구장도 있어 쉽게 탁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더 이상 탁구 교류를 이어갈 순 없었다. 하지만 운동으로서의 탁구는 멈추지 않았다. 8년 전 탁구를 시작할 때 강제로 함께 입문시킨 아내와 랠리를 하면서 땀을 뺐다. 1984년 외교부에 들어간 김 교수는 외교부 환경협력과장과 환경부 국제협력관, 정부 기후변화 대사 역임하는 등 외교관 생활의 대부분을 환경외교에 바쳤다. 그는 지난해 ‘사례를 통해 살펴본 한국의 환경외교’란 책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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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명예교수가 서울 반포 이상국탁구교실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 상대가 넘긴 볼을 받아 넘기고 있다. 김 교수는 2014년 탁구에 빠져 든 뒤‘ 평생 스포츠’라고 생각하고 탁구를 생활화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탁구는 주 2회 정도 친다. 처음 시작했듯 평일에 레슨 2시간을 받고 주말에 회원들과 어울려 경기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유산소 운동인 탁구만 쳤는데 이젠 근육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조만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탁구는 나이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실력이 비슷하면 누구나 함께 칠 수 있죠. 동작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포핸드나 백핸드 랠리만으로도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부상 위험 없이 건강도 챙길 수 있습니다. 시간과 경비도 얼마 들지 않아요. 주변에 탁구장이 있으면 라켓에 신발, 운동복만 있으면 됩니다. 피트니스는 어떤 면에선 건강을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탁구는 치면 칠수록 재미가 있습니다. 최고의 실버 스포츠라고 느낍니다.”


이상국탁구교실을 운영하는 이상국 전 한국탁구국가대표팀 감독(72)은 “탁구는 바쁜 현대인들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운동량에 맞게 탁구를 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에겐 움직임을 많게, 나이 든 분들에게는 적은 움직임으로도 활동량을 높여주는 등 남녀노소가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든 칠 수 있는 ‘전천후 스포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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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명예교수가 서울 반포 이상국탁구교실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 상대가 넘긴 볼을 백핸드 스트로크로 받아 넘기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 교수는 반포 재개발로 집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주변에 탁구장이 없어 반포까지 오가며 탁구를 친다. 그는 “탁구는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브라질에선 아내랑 쳤는데 집 주변에 탁구장이 없어 지금은 혼자 치고 있다. 하지만 혼자 건강해서 의미가 없다. 부부가 건강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도 탁구다. 조만간 아내랑 함께 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더 탁구를 심도 있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좀 더 젊었을 때 시작했으면 탁구 기술과 경기 운영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설 수 있었을 것이란 뒤늦은 깨달음이다.


“평생 운동으로 스포츠를 시작한다면 가급적 빨리 시작하길 권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실력을 쌓을 수 있고 깊이를 알아야 진정으로 그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탁구를 치다보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사람과 겨룰 때도 있는데 상대의 공을 받아내지 못하면 실망하고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어떤 스포츠든 더 도약하려면 어느 정도 기본 바탕은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를 살아갈 때 스포츠는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정 스포츠를 즐긴다면 노년에 늘어난 시간을 잘 활용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특히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 보다 나은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스포츠 심리학적으로 운동을 하는 내적 동기의 최고 수준인 감각체험까지 이를 수 있다. 몸을 움직이면서 수준 높은 기술을 발휘하면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스포츠를 즐기면서 기능이 향상되고 그런 발전 된 모습에 주변 사람들의 칭찬까지 받으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 김 교수를 포함해 스포츠를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그 스포츠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다. 스포츠의 긍정적 선순환 기능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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