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파티서 1억 돈다발 뿌린 ‘강남클럽 큰손’
‘헤미넴’ 알려진 남성 정체는
‘헤미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A 씨가 10월 28일 핼러윈 이벤트가 진행된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에서 5만 원짜리 지폐 다발(실선 안)을 뿌리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
핼러윈 파티가 한창이던 10월 28일 오전 2시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한 남성이 스테이지에서 가장 가까운 ‘20번’ 테이블 위에 올라서자 미국의 힙합가수 에미넘의 ‘Lose Yourself’와 ‘8mile’이 클럽을 가득 채웠다. 이 자리는 금요일 밤 기준으로 테이블 값만 300만 원에 달하는 이 클럽의 중심이다.
무대 조명이 20번 테이블로 향했다. ‘헤미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A 씨가 눈을 지그시 감고는 고개를 흔들며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헤미넴은 자신의 이름 끝 자음 ‘ㅎ’과 에미넴(에미넘)을 합친 것이다.
A 씨 발밑에선 수백 명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클럽 전광판에는 ‘코리안 넘버원 헤미넴. 아시아 최초 알망 30리터’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알망’은 고가의 샴페인 ‘아르망 드 브리냐크’의 준말이다.
음악이 끝나자 A 씨는 5만 원짜리 지폐 다발을 꺼내들더니 사람들을 향해 뿌렸다. 수백 명이 돈을 줍기 위해 달려들었다. 현장에 있던 B 씨(33)는 “돈을 줍느라 팔에 상처가 나고 코피를 흘린 사람도 있었다”며 “1억 원 정도 뿌린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를 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했고 남성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씨는 지난해 말부터 강남 지역 클럽에 등장해 하룻밤에 수천만 원을 뿌리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 유명 클럽에서 판매하는 1억 원어치의 술로 구성된 ‘만수르 세트’를 국내 최초로 구매하기도 했다. 이 세트는 아르망 드 브리냐크 12L, 위스키 ‘루이13세’ 등으로 구성됐다.
본보 기자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A 씨는 “주 수입원은 투자 분석에 관한 강연”이라며 “나는 사실상 개인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파생상품 투자를 하다 100억 원 가까이 날렸지만 투자를 통해 회복했다”며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 비트코인과 투자, 무역을 겸하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SNS 계정에는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기부할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의 주장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클럽 외에 A 씨의 행보가 드러난 것은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한 ‘소통회’가 전부다. 소통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며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주로 말한다. 소통회 참석자 가운데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으면 지분을 받는 대신 돈을 투자하는 ‘에인절 투자’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의심스럽게 보는 시각도 있다. 소통회에 참석했던 C 씨는 “계속 ‘주식과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월급쟁이가 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며 “에인절 투자 방식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A 씨의 재산 형성 과정과 에인절 투자 등을 명목으로 소통회 참석자와 만나는 과정에서 불법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