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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살려줘~” 어르신 14명 목숨 구한 AI 스피커

폐암 진단-안저판독기 등도 개발돼


인공지능(AI)은 인간을 구원할 것인가. ‘아이로봇’(2004년)과 같은 공상과학(SF)영화나 소설에선 고도로 발달한 AI가 인간을 위협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AI는 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데 쓰이고 있다.


지난해 6월 24일 새벽 서울 강남구 임대아파트에 홀로 살던 조모 씨(71·여)는 갑자기 허리에 극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구조 요청조차 못할 지경이 됐다. 그때 강남구청이 홀몸노인 지원을 위해 방에 넣어준 AI 스피커가 눈에 띄었다.


“○○야, 살려줘….”


그간 “심심하다” “외롭다”며 AI를 말동무 삼아 왔던 할머니의 목소리를 학습한 스피커는 곧장 보안업체로 신고했고 구조대가 5분 만에 출동해 할머니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2월 13일까지 AI 스피커가 도움을 요청해 긴급 구조된 어르신은 총 14명이다. 이들은 혈압 이상, 탈진, 급성 통증 등이 오자 스피커에 “살려줘”라고 말했다.


AI는 사실 의료활동에 이미 쓰이고 있다. 2014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AI를 연구하던 연구원 세 명은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국내 1호 AI 의료진단 기업이 된 뷰노다. 뷰노가 개발한 폐암 검진 도구 ‘렁씨티(LungCT) AI’는 AI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폐 결절을 잡아내 폐암의 조기 검진을 돕는다. 의사가 CT 사진 한 장을 분석하는 데 통상 몇 분이 걸린다면 AI는 CT 사진 70장을 1분 만에 정확하게 읽어낸다.


기자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서초구 뷰노 본사에서 올해 상용화를 앞둔 신제품 안저판독기(핀더스AI)를 실험해봤더니 AI가 1초 만에 기자의 왼쪽 눈에서 녹내장증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건강검진 등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질환이었다.


뷰노 관계자는 “전문의라도 진료 과정에서 판독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다 보니 질환을 잘 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의사들이 AI 검진 기기의 도움을 받으면 조기진단, 질병예방 등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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