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몸통시신’ 모텔비 4만원 안내고 반말 이유로…
자수한 30대 모텔직원 영장심사… “다음 생에도 그러면 또 죽어” 고함
비상키로 객실 들어가 흉기 살해… 시신 훼손후 4일간 모텔내 보관
한강변 자전거 타고 다니며 버려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모 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8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의정부=뉴스1 |
“다음 생에도 그러면 너 또 죽는다.”
18일 구속된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모 씨(39)가 한 말이다.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장 씨는 이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마치 이달 8일 자신이 살해한 남성 A 씨(32)에게 말하는 듯했다. 장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망자가 주먹으로 먼저 쳤고 반말로 시비를 걸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경기 고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모텔 종업원이었던 장 씨는 8일 오전 3시경 모텔에 들어온 투숙객 A 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경찰 조사에서 장 씨는 “A 씨가 ‘숙박비가 얼마냐’고 반말을 해서 화가 났다. 그래서 시비가 붙었다”며 “A 씨가 ‘숙박비 4만 원을 나중에 주겠다’고 버텼다”고 했다. A 씨는 숙박비를 치르지 않았지만 장 씨가 A 씨를 객실로 안내해 둘 간의 시비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6시간 뒤인 8일 오전 9시경 장 씨는 모텔 카운터에 있던 무게 1kg짜리 쇠망치를 챙겼다. 모텔 직원들이 벽에 못을 박을 때 쓰는 망치였다. 장 씨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직원들이 갖고 있던 마스터키로 3층에 있는 A 씨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장 씨는 “자고 있던 A 씨를 망치로 여러 번 내리쳤다”며 “시간이 지났는데도 분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장 씨는 A 씨가 투숙한 객실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봉투에 담았다. 시신을 훼손하던 도중 모텔 카운터로 가 다른 직원과 근무를 교대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범행 당일 모텔 내부 상황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모두 지운 사실도 드러났다. 장 씨는 모텔 1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A 씨의 객실을 오가며 나흘 동안 시신을 관리했다. 2년 전부터 이 모텔에서 일한 장 씨는 1층의 방에서 혼자 지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가 A 씨 방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시신이 썩는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씨는 범행 나흘 만인 12일 오전 시신을 담은 봉투를 들고 모텔을 나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다니면서 강물에 던졌다. 장 씨는 경찰이 정신병력 여부에 대해 묻자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장 씨는 범죄 전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팔다리가 없는 A 씨의 몸통 시신은 순찰하던 서울한강사업본부 직원이 12일 오전 9시경 경기 고양시 마곡철교 남단에서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수색에 나선 경찰은 16일 고양시 행주대교 남단에서 A 씨의 오른쪽 팔을 발견했고 이때 확보한 지문으로 A 씨의 신원을 파악했다. 경찰은 A 씨 지인들을 상대로 탐문하던 중 사건 당일 A 씨가 친구를 만나러 구로동에 갔다는 것과 A 씨가 구로동의 모텔에 종종 묵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장 씨는 모텔에 경찰이 찾아왔었다는 얘기를 교대 근무자한테서 전해 듣고 17일 새벽 자수했다. 경찰은 이번 주 내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장 씨의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