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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100’의 이 몸짱 독일인, 사실은 글로벌 컨설팅기업 출신 엘리트였다[복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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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 발을 들인 한 서양 남자. 100년 전통 한국 언론사에서 보기 힘든 파란 눈의 금발 사나이에 힐끔거리는 시선들이 꽂힙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바프’(바디프로필)를 찍는다는 그는 올블랙 풀정장 사이로 숨겨지지 않는 근육질 몸매를 뽐냅니다.


조각 같은 외모에 더해 그와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되는 이유는 그의 국적입니다. 그는 국민들이 스스로를 ‘노잼’이라 부르는 나라, 바로 독일에서 온 모델 겸 방송인 마르쿠스 플로리안 크라프(30)입니다. 유튜브 ‘코리안브로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방송으로 이름을 알렸고, 최근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 출연해 독일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양국에서 인기를 끄는 중입니다.


다소 부담스러운 외모, 국적(?)과 달리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반전의 입담을 뽐냅니다. “준비돼있습니다. 드루와, 드루와~!” 2013년 영화 ‘신세계’ 속 정청의 명대사가 한국 살이 6년 된 독일인 입에서 술술 나옵니다. “라면 먹으러 갈래?” 대신 “소세지 먹으러 갈래?”를 제안하는 그, 전통시장 상인에게 “사장님, 존함이 어떻게 되세요?”라 묻는 그는 스스로를 ‘반국인’이라 부릅니다.


독일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2015년 숭실대로 교환학생을 왔다가 한국의 정에 흠뻑 취했습니다. 복날이면 삼계탕을 끓여다주고, 김치와 콩나물을 싸주는 한국인들에게서 고향의 정취를 느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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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 사표를 던지고 2017년 한국에 왔지만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했고, 방송 섭외 제안이 뜸할 때는 “매일 매일이 불안함 그 잡채”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한 노력으로 오늘도 버팁니다. 한국 유튜브 콘텐츠를 라디오처럼 들으며 따라했고, 책 속 맘에 드는 글귀와 신조어들을 메모하며 한국어를 익혔습니다.


“한국인은 밥심이지” “저는 ‘자만추’에요” 같은 구어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독일인에게 대중들은 친근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바디프로필을 찍으며 혹독하게 체력과 몸매를 유지한 독기 덕에 ‘피지컬: 100’에도 출연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버티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그의 목표는 “한국에서 제일 웃긴 독일인 되기”입니다. 독일인은 ‘노잼’이라는 이미지를 바꿀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그를 ‘복수자들’이 만났습니다. 사우나 딸린 3층집과, 딜로이트 사원증을 내팽개치고 한국에 온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FdN6EBzus5o)와, 한국의 회식문화와 MZ세대에 대한 생각( https://www.youtube.com/watch?v=864XNUJPx30)을 동아일보 유튜브 ‘기웃기웃’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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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를 다니셨다고요. 어떻게 한국에 정착하시게 된 건가요?

2015년 숭실대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에 왔다가 한국인들과 친해져서 몰려다니고 같이 김치도 때려 먹었어요. 한국은 저와 잘 맞는다는 걸 느꼈죠. 이후 독일에서 학점 4.5점 만점에 4.5점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딜로이트라는 컨설팅기업에 입사했어요. 돈을 많이 받는 만큼 야근도 오지게 했어요. 다시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고려대에서 운영하는 장학생 프로그램에 합격을 한거에요. 붙자마자 바로 딜로이트 때려 치고 나와서 2017년 한국에 왔어요. 그 후론 쭉 한국에 살고 있죠.


―고려대 대학원에 합격하셨는데 논산에서 1년 동안 지내셨다고요?

한국 정부에서 한국어를 배우라고 외국인들을 어학당으로 보내줘요. 저는 논산에 있는 건양대 한국어교육센터로 가게 됐어요. 학교 앞에 치킨집이 있었는데 거기 양념치킨이 너무 맛있었어요. ‘겉바속촉’이었거든요. 독일인들은 맥주만 때려 먹지, 안주가 없어요.


―논산 생활은 어떠셨어요? 문화충격은 없었나요?

논산은 시골이라 저 같은 외국 양반이 많이 없어요. 나이 드신 분들 눈에 제가 신기했나봐요. 길거리에서 한 아저씨가 “어디에서 왔냐”고 하셔서 “독일에서 왔다”고 하니, 손 경례까지 하시면서 “하이~히틀러!”라고 했어요. 버스 기사님이 저를 보고 문을 닫아버린 적도 있어요. 속상하긴 했지만 그런 사람들은 1%도 안돼요. 삼계탕 끓여서 주시고 김치랑 콩나물을 챙겨주신 할머님도 있어요. 독일에서는 못 느꼈던 한국인의 ‘정’이 좋아서 계속 있는 거예요.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시기 시작한 계기는 뭔가요?

학교에서 알게 된 분이 모델을 해 보라고 제안하셔서 기업 광고, 의류 모델 등을 했어요.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유튜브 ‘코리안브로스’에서 제가 출연한 영상 하나가 ‘떡상’을 하면서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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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상이었나요?

한국인들은 썸남, 썸녀에게 “라면 먹으러 갈래?”라고 한다기에 “왜 하필 라면이야? ‘소세지 먹으러 갈래?’라고 하면 안돼?”라고 한 말이 엄청나게 화제가 됐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소세지남’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어요. 최근에는 유튜버 조나단과 함께 촬영한 ‘남산의 외국인들’에서 시장 상인분께 “아이고 김사장~ 이거 참, 반갑구만! 반가워요!”라는 ‘응답하라 1988’ 대사를 친 게 화제가 됐어요. ‘K드라마로 한국어 공부한 외국인’이라는 유튜브 쇼츠 조회수가 400만 회가 넘었더라고요.


―“왜 내 여자다 말을 못해”라는 ‘파리의 연인’ 대사나,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의 ‘대장금’ 대사를 읊으시더라고요. 한국어는 드라마로 독학하신건가요?

‘우왁굳’이라는 게임 스트리머를 좋아해서 그 사람 영상을 보면서 따라했어요. 하도 혼자 중얼거려서 옆집 사람은 제가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또 좋아하는 소재의 책을 사서 소리 내서 읽었어요. TV나 유튜브를 보면서 재밌는 멘트가 있으면 노트를 해놓고 실생활에서 써 보고요. 독일 사람들은 드럽게 재미없어요. 그래서 한국 유머를 열심히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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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프로필’을 1주일에 한 번씩 찍으신다고요?

스무 살 때까지 비만이었어요. 엄청 더운 여름날 호흡이 안돼서 집에 혼자 있는데 5분 동안 쓰러졌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1년 동안 울면서 40kg을 뺐어요. 아무것도 안 먹으면서 달리기만 했어요. 요즘도 하루에 3시간씩 운동해요. 스케줄 상 시간을 내기 힘들면 새벽에 일어나서 공복 유산소 운동을 해요. 바디프로필도 1주일에 한 번씩 찍으면서 계속 관리를 해요. 살을 빼고 싶은 분들께 일단 작은 것부터 습관으로 만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하루 밤 사이에 되는 건 없어요. 간식부터 곤약젤리나, 단백질이 함유된 과자로 바꿔보세요. 완벽하게 식단을 할 필요도 없어요. 우리는 기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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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반국인이라 부를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지만 문화의 장벽에 가로막힌 적도 많습니다. 나이나 직급을 이유로 그를 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회식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술 마신 다음날 컨디션이 ‘쓰레기’가 된다는 그는 ‘뒤풀이’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배가 아프다거나 운전을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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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딜로이트를 다니다가 한국 사람들과 일 하고 있어요. 일할 때 양국의 문화적 차이가 있나요?

한국은 직장 동료를 패밀리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일이 끝나면 회식 하고 술도 먹잖아요. 독일 사람들은 맥주는 드럽게 좋아하지만 회식은 안 해요. 회사와 집이 완전히 나눠져 있거든요. 회식할 때 술을 서로 따라주는 문화도 독일엔 없어요. 자기 술은 자기가 알아서 마셔요. 근데 코로나 19 이후로 회식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요? 만약 기자님들 아직도 회식을 한다면 부장님이랑 제가 한 번 얘기해봐야겠네요?


꼰대문화로 상처도 받으셨다고요.

제가 고정으로 들어간 프로그램이었는데 상사가 반말하고 막대해서 회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요. 나이가 어리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그러면 안 되잖아요. 결국 프로그램은 폐지됐어요. 독일은 나이, 직급과 상관없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 말을 자유롭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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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들의 회사 문화도 화제잖아요. 이어폰 끼고 일하는 ‘맑눈광’, 독일 딜로이트라면 어떻게 바라볼까요?

독일에서 제일 중요한 건 ‘effektivitat’, 효율이에요. 이어폰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오르면 좋은 거 아닌가요? 한국에서 직원들이 이어폰 끼고 일하는 걸 안 좋게 생각하나요? 마음 좀 여세요. 부장님이 좋아하는 노래 틀어서 이어폰 껴 드리세요. 직접 경험해보시라고.


―프리랜서의 삶은 불안하잖아요. 딜로이트를 그만둔 걸 후회할 때는 없나요?

매일매일이 불안함 그 잡채에요. 화끈한 일거리가 들어오면 진짜 행복하지만, 일이 안 들어올 땐 너무 불안해요. 하지만 딜로이트라고 모든 게 좋은 건 아니었어요. 야근도 잦았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적성과도 안 맞았어요.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는 거죠. 완벽한 건 없어요. 지금의 삶은 불안하긴 하지만 자유가 있어요. 오늘 열심히 했으면 다음날 여유롭게 지내죠.


롤모델이 있나요?

다나카상과 촬영을 같이 했는데 대본에 없는 멘트도 애드립으로 바로바로 나와서 정말 천재라고 느꼈어요. 그 분이 다나카 컨셉을 4년 동안 밀어왔다고 하더라고요. 다나카상을 보면서 꾸준한 노력이 답이라는 걸 느껴요. 다나카가 대단하긴 하지만 남과 나를 비교하진 않아요. 나와의 싸움인 거에요. 과거의 나,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돼요.


―플로리안은 어떤 방송인이 되고 싶으세요?

그리고 저는 방송을 하면서 사람들한테 웃음을 주는 게 좋아요. 독일 사람들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독일 사람들이 재밌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에서 가장 웃긴 독일인이 되는 게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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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자들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15년간 군만두만 먹으며 칼을 갈았던 복수? 아닙니다. ‘킬빌’의 블랙맘바가 자신을 죽이려 한 보스를 처단하는 복수? 그것도 아닙니다. ‘복수자들’은 복수(複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 일만 하고 살기엔 지루하다고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본캐와 부캐, 양쪽을 오가는 복수자들이 직접 도전과 병행의 노하우를 전해드립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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