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으면 스트레스 훌훌… 풍경 감상에 마음도 활짝”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주말마다 자전거로 5시간 안팎 달려… 야외서 풍광 만끽하면 지루할 틈 없고
즉흥 코스 홀로 주행하니 마음도 편안… 부족한 운동량은 헬스클럽서 근력운동
탄수화물 줄인 식단조절로 과체중 해결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10년째 주말마다 야외에서 자전거를 탄다. 안 교수가 병원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7)는 환자들에게 운동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중년 이후 환자들에게는 ‘반드시’ 운동하라고 강조한다. 정신건강에 운동만한 약이 없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우울증 환자가 매일 30분 이상 걷기만 해도 증세가 개선되고 재발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며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우울한 기분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가 운동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환자 진료를 오래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고,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했다. 게다가 체중도 불어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안 교수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10년째 매주 5시간 정도 자전거 타기 지켜
사실 안 교수는 40대 중반까지만 해도 운동과 담 쌓고 살았다. 너무 바빴다. 몸과 마음이 지쳤다. 스트레스도 쌓일 만큼 쌓였다. 주말이 되면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때도 많았다. 운동은 둘째 치고 활동량 자체가 턱없이 적었다. 지방간이 검출됐고 콜레스테롤과 혈압수치가 올랐다. 체중은 81kg까지 늘었다.
이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 달리기를 택했다. 운동 시간과 달리는 거리를 서서히 늘렸다. 그러다가 무릎에 통증이 나타났다. 진료를 한 동료 의사는 달리기를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무릎 연골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1년 만에 달리기를 중단했다.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때 선택한 것이 자전거 타기였다. 평일에 시간을 따로 내기가 어려워 주로 주말에 자전거를 탔다. 여름에는 오전 6∼7시, 겨울에는 오전 9∼10시 사이에 집을 나섰다. 주행 거리를 늘렸고 대체로 4, 5시간 동안 50∼80km의 거리를 달린 뒤 집에 돌아왔다.
딱히 코스를 정하지는 않았다. 집 근처 홍제천 주변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때가 많다. 한강둔치를 따라 때로는 인천으로, 때로는 팔당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봄에 유채꽃을 보고 싶으면 구리시민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벚꽃을 보고 싶으면 안양천 쪽으로 달렸다.
비가 많이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눈 내린 날을 빼면 주말 야외 자전거 타기를 거른 적이 거의 없다. 안 교수는 “ 매년 평균 40∼45회는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운동량 부족은 헬스클럽에서 보충
매주 한 번씩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안 교수도 그 점을 인정했다. 처음에는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실내용 자전거를 샀다. 하지만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달리는 야외 자전거 타기에 비해 너무 지루했다. 한 달여 만에 실내 자전거 타기를 관뒀다. 지금은 대학에 진학한 딸이 그 자전거로 운동하고 있단다.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헬스클럽을 택했다. 3년 전 집 근처에 있는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주 3, 4회 퇴근할 때 헬스클럽에 들른다. 대체로 근력 운동 1시간, 유산소 운동 40분 원칙을 지킨다.
비슷한 시기에 식단 조절도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렸다. 미리 일정량의 밥을 덜어놓고 식사를 했다. 튀김처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끊었다. 술도 줄였다. 운동량을 늘리고 식단을 조절하니 체중이 빠졌다. 사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로도 체중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81kg이던 체중을 77∼80kg까지 끌어내리긴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체중 감량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무렵부터 체중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현재 안 교수는 70kg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건강 상태는 어떨까. 원래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는데 지금은 약을 복용하면서 체중까지 줄인 덕분에 모두 정상 수치를 되찾았다. 지방간도 많이 줄었다. 안 교수는 “건강상 문제될 게 지금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자전거가 최고”
체중 감량 효과는 자전거 타기보다 일주일에 3, 4회 하는 헬스클럽 운동이 확실히 더 크다. 안 교수도 그 점을 잘 안다. 안 교수는 “건강 관리 측면에서만 보면 헬스클럽 운동에 전념해야 할 것 같지만 스트레스 해소 측면에서는 자전가 타기를 따라올 게 없다”며 웃었다. 만약 두 가지 운동 중 하나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자전거 타기를 택하겠단다.
이처럼 안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점을 야외 자전거 타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주말마다 야외로 나가 자연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늘 혼자 자전거를 탄다. 이 또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으니 주행하다가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다. 속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주행코스를 짤 때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안 교수는 바로 전날 즉흥적으로 코스를 짠다. 안 교수는 “아무런 경쟁 없이 자연 속에서 즐기다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야외에서 자전거 타기가 ‘주간에 하는 운동’이란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헬스클럽에서의 실내운동은 밤에도 할 수 있는데 수면 건강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안 교수는 “밤에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돼 잠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흥분 상태는 2시간 정도는 지속된다. 만약 수면장애가 있다면 오후 8시 이후엔 운동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겨울철 야외서 자전거 탈 땐
출발 땐 10분 이상 워밍업… 방한모-헬멧 챙긴 후 저속으로 짧게 주행
안용민 교수가 자전거를 타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있다. 겨울철에는 스트레칭을 더 길게 해줘야 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도 야외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기온이 낮지만 않으면 가능하다. 다만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에게 겨울철 야외 자전거 타는 요령을 들어봤다.
첫째, 출발 시간은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오전 9∼10시 이후로 잡는 게 좋다. 중년 이후에는 새벽 출발은 피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는 충분히 몸을 풀어야 한다. 다른 계절에는 5분 정도의 스트레칭으로 충분하지만 겨울에는 최소한 10분 이상 몸을 풀어줘야 한다.
둘째, 복장도 중요하다. 두꺼운 옷을 입으면 기민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여러 겹의 옷을 입고 땀이 나면 하나씩 벗는 게 좋다. 작은 배낭을 등에 진 후 벗은 옷을 넣으면 된다. 귀마개를 하는 것도 좋다. 다만 지나치게 꽉 끼면 외부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헐거운 게 좋다.
셋째, 머리 보온을 위해 모자를 쓰는 게 좋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반드시 방한모를 써야 한다. 심장 박동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머리 부분만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뇌혈관 수축으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방한모 위에 헬멧을 써서 넘어짐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넷째, 속도는 낮춰야 한다. 시속 20km를 넘으면 갑자기 결빙 구간이 나타날 때 대처하기가 어렵다. 평상시에 시속 20∼25km로 주행하는 사람이라면 시속 18km 정도로 낮추는 게 좋다.
다섯째, 운동 거리도 줄여야 한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피로도가 일찍 높아진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다른 계절과 똑같은 거리를 주행하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대체로 여름철 주행 거리의 70∼80% 정도만 달리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