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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어만 9만8000명… 패션 아이콘된 ‘가상모델’

패션업계 ‘가상 인플루언서’ 급부상

동아일보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배출한 국내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가 전속모델 계약을 한 질바이질스튜어트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LF 제공

이름 ‘오로지’. 세계여행과 요가가 취미인 영원히 늙지 않는 22세 인플루언서.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지난해 8월 만든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최근 가장 핫한 광고모델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9만8000명. 올해 7월 신한라이프 광고로 유명해진 로지가 연말까지 벌어들일 광고료는 약 10억 원이다. 소속사가 먼저 제안한 광고가 한 편도 없지만 전속 계약만 8건, 광고 협찬 100여 건이 밀려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가상 모델은 리스크 없이 구매 파워를 발휘하는 이상적인 존재다. 최근에는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이들의 존재감이 급부상하면서 유통업체들도 직접 가상 인플루언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 패션뷰티 업계 대세는 가상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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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 사진을 공유하며 MZ세대 팬들과 활발히 소통한다. 로지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최근 로지 섭외에 유난히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패션뷰티 업계다. 이달 패션기업 LF는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의 가방 전속모델로 로지를 발탁했다. 가을 상품 중 ‘로지 픽(pick)’을 선보이고 메타버스로도 소통할 계획이다. 앞서 2030세대를 겨냥한 골프 브랜드 마틴골프도 로지를 선점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선 화장품 협찬을 받고 있다.


해외의 경우 가상 모델은 이미 업계 화두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까지 가상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상 모델의 팔색조 매력이 특히 패션뷰티 브랜드에서 강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성격과 개성이 반영되는 사람과 달리 이들은 브랜드가 원하는 이미지를 오차 없이 구현할 수 있다. 자사 제품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스타일에 따른 세밀한 체형, 피부결 조정도 가능하다. LF 관계자는 “트렌디함이 중요한 패션 브랜드에는 ‘뻔하지 않은’ 광고모델을 찾는 게 언제나 관건”이라며 “첨단기술로 만든 가상 인간은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브랜드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 입체적인 모델인 셈”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의 파급력이 큰 패션 업계에서는 직접 가상 모델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자체 패션브랜드 홍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업 디오비스튜디오가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협업 콘텐츠를 제작했다. 롯데홈쇼핑이 쇼호스트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한 가상 인간 ‘루시’는 현재 팔로어 3만 명을 앞두고 있다.

○ ‘완벽한 아이콘’ 영향력 더 커질 것

가상 모델들은 MZ세대의 매력적인 아이콘이 되도록 치밀하게 고안됐다. 루시는 롱보드 타는 것과 드럼 연주를 즐긴다. 로지는 SNS를 통해 “업사이클링 패션을 입자” “빨대는 쓰지 말자” 같은 사회적 목소리도 낸다. 소속사 관계자는 “로지 한 명을 관리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원 13명 중 12명이 MZ세대”라며 “로지가 보여줄 일상과 사회적 가치가 젊은층의 요구와 부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논의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음주운전 등 구설에 휘말릴 가능성이 애초에 없다 보니 각종 비용과 리스크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윤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모델이 갖는 리스크는 더 커졌다”며 “유명 연예인에 비해 섭외 비용은 적으면서 홍보 효과는 더 좋아 ‘섭외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가상 모델 시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이 원하는 인물의 특성을 그대로 만들어내 누구보다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해 가상 모델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머잖아 휴머노이드 기술이 발달하면 가상 모델은 오프라인에서도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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