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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동아일보

“크루들과 뛰고, 트레일러닝까지…달리기는 삶의 활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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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아 씨가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임경아 씨는 공원과 도로는 주로 밤에 달린다. 임경아 씨 제공

헤어디자이너 임경아 씨(41)는 요즘 달리는 재미로 산다. 도로와 공원은 물론 산까지.


“2년여 전 2019년 6월이었습니다. 한강변을 달리고 걷고 있는데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크루라고 달리는 사람들 모임이 있었는데 앞에서 끌어주고 같이 응원하면서 달리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여럿이 함께 달리면 재밌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게 맞는 크루를 찾아 나섰죠.”


사실 임 씨는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댄스스포츠, 발레, 수영, 헬스, 걷고 달리기….


“헤어샵에서 일할 때 주 1일 쉬면서 일했어요. 운동을 자유롭게 하긴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허리에 통증이 와 2일 정도 걷지도 못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댄스스포츠를 먼저 시작했다. 춤을 추며 건강도 다질 수 있어 좋았다. 동작이 크고 활동적이여 운동 효과가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굳어지는데 몸을 잘 안 풀어주면 미세한 부상이 오기도 했다. 그래서 유연성도 키우고 상하체 미세한 근육도 잡아주기 위해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는 기본적으로 바와 플로어에서 하는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동작이 많다. 상대적으로 하체를 많이 쓰지만 상체도 우아한 포즈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수영은 운동량이 많고 부상 위험이 없어 시작했다. 헬스와 걷고, 달리는 것은 늘 하던 루틴이었다. 하지만 2년여 전부턴 정말 열성적으로 달리고 있다. 달리는 게 너무 좋았다.


“요즘은 크루 등 동호회 정보를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찾아요. 저도 그렇게 해서 찾아 가입해 달렸습니다.”


서울 집(논현동) 근처 한강 공원을 주로 달렸다. 주 4일 이상은 달렸다. 한 번 달릴 때 10~15km는 달린다.


“달리기 시작한 뒤 그해 가을부터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달리기에서 10km, 춘천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처음 달렸죠. 그리고 몇 개 마라톤대회에 더 출전했어요. 2020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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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아 씨가 2020월드런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서 여자 종합 4위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임경아 씨 제공

임 씨는 ‘달리기 초보’였지만 금방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에 춘천마라톤 하프코스 여자 30대 1위, 손기정마라톤 하프코스 여자 30대 1위, 코리아마스터스마라톤 하프코스 여자 30대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월드런마라톤 하프코스에선 여자 종합 4위를 차지했다. 10km는 45분대, 하프코스는 1시간 41분대가 개인 최고기록이다.


“얼마 하지 않았는데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자 욕심을 좀 부렸습니다. 지난해 대회는 없었지만 좀 많이 달렸어요. 혼자 달릴 때 30km까지 소화했죠. 그러다보니 올해 초 왼쪽 발에 장경인대염이 걸려 한 달간 운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부턴 무리해서 달리진 않습니다. 10~15km만 달립니다.”


임 씨는 제대로 자세를 배워 달리려고 2019년 말 아식스러닝클럽(ARC)에도 가입해 달렸다. 지금은 갱런 6기로 활동하고 있다. 갱런은 달리기로 인생갱생에 성공한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가입신청을 하면 일정 정도 훈련을 시켜 테스트를 한 뒤 최종 가입을 승인하는 달리기 모임이다. 임 씨는 이렇게 6기로 가입했다.


올 봄엔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공원 도로만 달리다보니 심심했어요. 코로나19로 뭉쳐서 달릴 수도 없고…. 그래서 산에 올라서 달려봤는데 색다른 맛이 있었어요. 도로나 공원은 사람들이 많아 노래를 들으면서 달렸는데 사람들이 드문 산에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달릴 수 있어 좋았어요. 고개를 넘고 바위, 개울 등이 있어 힘들고 부상 위험도 있지만 꽃과 나무 등 자연과 함께 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임 씨는 17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리는 하이원스카이러닝 트레일러닝대회 12km에 출전한다. 첫 대회 출전이다. 11월 초에는 트랜스제주 트레일러닝대회 50km에 출전할 계획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산들을 달리기는 했지만 대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떨립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임 씨는 본격적으로 달리면서 삶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헤어샵에 얽매여 있을 땐 느끼지 못한 즐거움입니다. 제가 5년 전 프리랜서로 전향했거든요. 이젠 틈만 나면 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집과 헤어샵 근처인 서울 강남에서만 맴돌았다면 본격적으로 달리면서부터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 명소까지 가서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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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아 씨가 검단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임경아 씨 제공

아차산, 검단산, 청계산, 대모산, 북한산은 등 수도권 산은 다 달렸다. 조만간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도 달릴 계획이다. 최근엔 제주 한라산을 달리고 왔다. 도로와 공원은 주로 밤에 달렸는데 산은 새벽에 달리고 있다.


“달리기는 할 때마다 새로워요. 장소가 바뀌잖아요. 그리고 몸 컨디션이 안 좋은데 더 잘 달리기도 하고 몸 컨디션이 좋은데 잘 못 달리기도 하고…. 지루하지가 않아요. 물론 건강에도 좋고요.”


임 씨는 맘에 맞는 달리기 친구들과 ‘런 트립’이란 크루를 만들었다. 소수정예로 전국 명소를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달리는 달리기모임이다. 이미 헤어샵 입사 15년 지기와 경기 강화, 제주도 등을 달리고 왔다. 코로나19가 가고 일상이 찾아오면 내년 3월엔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계획이다. 지난해 3시간 40분을 목표로 연습했다. 올 겨울에도 첫 풀코스 3시간 40분 완주를 목표로 도로와 공원, 산을 달릴 계획이다.


“제 모토가 오늘이 나의 리즈(전성기·황금기)이게 살자입니다. 게을러지려 할 때마다 생각하는 모토입니다. 운동은 매일 밥을 먹듯 일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안 하면 하루가 안 지나가요. 건강을 지키는 것도 있지만 달리면 삶에 활력이 생겨요. 달리기는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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